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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웅."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공무원, 각계 전문가, 기자 70여 명을 태운 194톤 한강 홍보선이 육중한 엔진소리와 함께 29일 오전 잠실 선착장을 출항했다. 홍보선의 이름은 '한강르네상스호'.

박원순 시장이 오세훈 전임 시장의 핵심사업 이름을 딴 한강르네상스호에 탑승한 이유는 '한강 청책 투어'를 위해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에 걸쳐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배 위에서 진행됐다. 사회는 한강시민위원회 위원장인 김정욱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한강시민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소속 위원들과 수질자문위원, 공공건축가 등이 시민참관단으로 참석했다.

박창근 교수 "수중보 철거, 당시 선거에서는 난리 났는데..."

2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 홍보선을 타고 '한강 청책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2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 홍보선을 타고 '한강 청책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 서울시 언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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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는 크게 3부로 나누어 진행됐다. 1부는 수중보 현황 및 철거와 한강변 경관 개선, 2부에서는 한강 자연성 회복, 수질관리, 노들섬 도시농업 공원 조성에 관한 논의가 오고갔다. 3부에서는 한강 초록길 조성, 한강의 역사·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한 뒤, 신곡수중보를 시찰했다.

언론의 관심은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 당시 쟁점이 되었던 '수중보 철거'에 쏠렸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시장은 "후보 시절, 한강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보를 헐면 어떻게 됩니까'라고 물었더니, 누군가 '자연의 흐름이 회복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철거하면 문제 안 생깁니까'라고 했는데 이후 이야기는 빠지고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보 철거, 대책도 없이'라는 기사를 썼다"면서 "오늘 기자 여러분들, 뒷이야기까지 다 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박 시장은 "오늘 토론회는 한강 정책을 만드는 데 참고할 뿐, 결정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수중보 철거'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오고갔다. 발제를 맡은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철거에 찬성하는 입장. 박 교수는 4대강 전문가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신곡수중보의 당초 목적은 군사상 목적이 컸다"면서 "2차 한강개발사업 당시 무장공비가 한강을 타고 임진강에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한강 복원은 물의 흐름을 건전하게 만드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면서 "기능을 상실한 보 철거를 통해 생태통로 복원과 수질 개선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2008년 환경부에서 낸 바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잠실보는 두더라도 신곡보만이라도 헐어야 한다"면서 "당시 선거 과정에서는 난리가 났는데, 잠실보까지 철거한다 하더라도 이미 잠실보 위에 있는 취수장 대부분이 이전했기 때문에 조그마한 수중보를 설치한다든지, 유도 수로를 만든다든지 여러 가지 공학적 방법을 통해 취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수중보를 헐면 오염물질이 바다로 가게 되는 것 아닌가', '방제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등의 우려가 나왔다. 그러자 김정욱 서울대 교수는 "민물과 바닷물은 다르기 때문에, 중금속 화학 물질들이 바닷물을 만나면 유해성이 적어진다"고 반박했다. 박창근 교수는 "방제가 되지 않는 생태하천 복원은 난센스"라면서 수중보 철거와 방제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권기욱 도시안전실 물관리 정책관은 "수위 저하, 염분에 의한 피해, 취수 장애 등과 관련해 여러 주장이 일치하지 않고 다양하다"고 전했다. 권 정책관은 "국방부 시설이기 때문에 협의가 필요하고, 경기도 고양시, 김포시와도 의견이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시급히 결정할 사항이라기보다는 신중히 여러 가능성과 대안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명래 교수 "한강의 자연성 전면 복원, 최우선 되어야"

2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 홍보선을 타고 '한강 청책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2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 홍보선을 타고 '한강 청책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 서울시 언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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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단국대 교수가 한강변 경관 개선 방안 발제를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 창밖으로 쉴 새 없이 달리는 자동차들과 함께,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 교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시정 역사상 최초로 한강에 대한 큰 틀의 원칙을 발표했었다"면서 "회복과 창조라는 표현도 좋고 내용도 좋았지만 전반적으로 한강의 자연성에 대한 고민이 부재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중장기적인 실행계획이 부재하다 보니 시민들의 공감대가 부족했다"면서 "앞으로는 5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한강변 개발이 주거 중심으로 획일화됐다"면서 "버려진 땅에 돈이 되는 주택을 짓다 보니 한강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한강이 여전히 가기 어렵다 보니 한강을 나의 자연으로 생각하지 못한다"며 '접근성'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한강의 자연성을 전면 복원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면서 "한강은 생명의 교두보로서 재창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제원 도시계획국장은 "한강변 도시건축물들의 용도 80% 이상이 주거로 꽉 차 있다 보니 (용도를) 다양하게 바꿔갔으면 좋겠지만 (토지가) 다 사유화되어 있는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굉장한 딜레마"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백지에 그릴 수 있으면 참 좋은데 현재 들어서있는 것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면서 "과거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현재와 미래를 조금씩 바꿔내면 어느샌가 굉장한 것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박 시장은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숲을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울숲은 우연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에코 카운슬이라고, 이명박 시장 시절에 만들어진 거버넌스 기구가 있었다. 매달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났다. 이 시장님이 주재했다. 그 때 거기 관여한 많은 민간 위원들이 (서울숲 조성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 때 (서울숲을) 확보하지 않았다면 아파트가 들어섰을 텐데, 지금은 얼마나 훌륭한 시민들의 휴식처가 됐나. 결코 공공기관만이 할 수 있는 것 아니다. 전문가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한강은 어마어마한 문화재다. 50년, 100년 후에도 '조상들 때문에 망쳐진 한강'이 아니라 정말로 빛나는 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그런 강을 만들어가고 싶다."


태그:#박원순, #한강, #수중보, #박창근, #조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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