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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해변길 삼봉해변 들머리
 태안 해변길 삼봉해변 들머리
ⓒ 이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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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길'이란 어느날 갑자기 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끼리의 유일한 소통 통로였던 길은 예부터 있었으며, 지금은 단지 시속 100km의 포장된 도로를 이용하게 되어 '걷는 길'이 희미해졌을 뿐이다. 차로 이동하는 길은 사람들 간의 소통이 없다. 그저 거기에는 매끈한 내비게이션의 안내음성과 자동차 소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길을 걸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기뻐하며 슬퍼한다. 그리하여 길은 단지 걷는 길에서 문화·역사적 의미로 재탄생한다.

제주 올레길 이후 걷기 열풍은 결국 묻혀있던 그 희미한 길을 세상 밖으로 다시 꺼내어 하나둘 '걷는 길'을 만들어냈다. 북한산 둘레길, 강릉 바우길, 지리산 둘레길, 태백 운탄고도…. 여기에 이름 하나를 보태니 바로 태안 해변길이다.

상처를 딛고 길을 일으키다

새롭게 태어난 태안 해변길
 새롭게 태어난 태안 해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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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해변길은 깊고 큰 상처를 딛고 생겨났다. 2007년 전대미문의 원유유출 사고로 태안의 바닷가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으나 상처의 원인 제공자보다 상처를 아파하는 온 국민의 자원봉사 열풍과 지역주민의 노력이 어우러져 오늘날의 태안 해변길이 탄생한 것이다. 태안 해변길은 여름철 물놀이 중심의 획일화된 탐방 패턴을 극복하고, 전국적인 걷기 열풍에 맞게 건전한 탐방문화의 확대라는 점에서도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태안 해변길
학암포에서 시작하는 태안 해변길은 꽃지해변까지  모두 6코스로 나누어져 있으며, 꽃지해변에서 영목항까지 6코스 샛별바람길은 2013년에 개통될 예정이다. 각 구간별 출발도착지점과 거리, 소요시간은 아래와 같다.

1코스 바라길 1구간: 학암포~신두리, 14km, 약 5시간 (2012년 여름 개통 예정)
2코스 바라길 2구간: 신두리~만리포, 14km, 약 5시간 (2012년 개통예정)
3코스 유람길 구간: 만리포~몽산포, 38km, 약  2시간(뱃길 구간. 개통 미정)
4코스 솔모랫길 구간: 몽산포~드르니항, 13km, 약 4시간
5코스 노을길 구간: 백사장항~꽃지, 12km, 약 4시간
6코스 샛별바람길 구간: 꽃지~영목항, 29km, 약 10시간

자세한 안내는 몽산포 해변길 탐방지원센터(041-674-2608)와 기지포 해변길 탐방지원센터(041-673-1066)로 문의.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해변길

노을길에 노을이 내려앉고 있다.
 노을길에 노을이 내려앉고 있다.
ⓒ 이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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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해변길의 5코스 노을길 구간은 백사장항에서 시작하여 꽃지해변에서 멈춘다. 노을길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을빛이 아름다운 구간으로 파우더처럼 고운 백사장과 해당화가 어우러져 캘리포니아의 여느 해변에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해변가에 자생하는 해당화
 해변가에 자생하는 해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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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모래가 덮인 일부 구간은 백사장과 바닷가 식생을 보호하고, 장애인, 노약자 등의 교통약자의 접근을 돕기 위해 나무로 된 탐방로를 설치해놓았다. 해안 풍경이 지루하다 싶으면 곧이어 솔숲길이 나타나고, 평지가 심심하다 싶으면 전망 좋은 곳으로 오르는 언덕길이 나타난다. 이정표는 아주 친절해서 현재의 위치와 다음 지점까지의 거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해수욕장을 연결하는 길

고운 백사장이 연결되는 길
 고운 백사장이 연결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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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항에서 출발하는 노을길은 삼봉해변과 기지포, 안변, 두여, 밧개, 두에기, 방포해변을 거쳐 꽃지해변에 이른다. 이름마저 정겨운 해변은 모두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이름높은 곳이기도 하다. 방포해변을 지나 방포전망대에 오르면 꽃지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가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이며 꽃지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만 꽃지는 오래전부터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자연풍광이 인상적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꽃지, 새로운 길의 시작

방포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방포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할미바위, 할아비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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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태안 해변길은 꽃지해변까지의 5코스 노을길로 끊어져 있지만 2013년 개통을 목표로 영목항까지 6코스 샛별바람길이 이어질 예정이다. 꽃지에서부터 영목항까지는 약 29km의 제법 긴 거리로 태안 해변길의 절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29km라면 일반인의 평균 속도로 약 10시간이 걸리는 제법 긴 길이다.

3코스 뱃길 구간을 제외한다면 1코스부터 6코스까지 태안해변길은 총 길이 80km에 이르는 아름다운 해변 트레일(Coast Trail)이 이어지는 것이며, 이는 백패킹 문화가 발달한 외국인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 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사전허가제(permit)로 운영되는 야영장과 게스트하우스 등의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안면도 모감주나무 군락지
천연기념물 제138호 모감주나무 군락지
 천연기념물 제138호 모감주나무 군락지
ⓒ 이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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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에는 할미바위, 할아비바위가 유명하지만 꽃지해변으로 이어지는 방포에는 '안면도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다. 1962년 천연기념물 제 138호로 지정된 모감주나무 군락지는 중국에서 열매가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와 일본까지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감주나무 열매는 절에서 염주로 사용한다.

아름다운 길을 걷는 하이커들의 윤리지침

해변길에 버려진 쓰레기
 해변길에 버려진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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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숲과 길은 여전히 많다. 매스미디어들이 휴일저녁 눈요기로 '보물'들을 드러내는 것은 국토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순기능도 있지만 그후 단체로 몰려오는 집단이 갖는 공중도덕 불감증으로 폐혜가 큰 것도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지리산 둘레길 마을주민들이 길을 폐쇄하고 나섰을 것인가.

아름다운 태안의 해변길을 걷는 사람들은 부디 단체로 오지 말 것을 권장한다. 미국 대부분의 국립공원은 15명 이상 단체 입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환경적 가치가 높은 곳은 1마일 이내에 8명 이상이 몰려다니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물며 튼튼한 아스팔트로 만들어진 도로도 과대적재한 트럭을 단속하고 있다. 나를 낮추고 가볍게 다니는 것이 무릇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낯선 길을 걷기 좋아하며, 제로그램에서 장비개발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태그:#태안해변길, #노을길, #안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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