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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
안동대곡분교 2학년 정창교

 

쌀밥이 먹구 싶다

쌀밥을 먹을라 해도 쌀이 없다

지사(제사)가 오면 쌀밥을 먹을까

생일이 오면 먹을까 쌀밥이 자꾸 먹고 싶다

- 이오덕이 엮고 보리출판사가 펴낸  <일하는 아이들> 중에서

 

불과 40년 전만 해도 하얀 쌀밥을 먹을 수 있는 제삿날이나 할아버지 할머니 생신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소설가 공선옥은 지금도 딸들이 아프면 흰 쌀밥을 하고 미역국을 끓인다고 한다. 어릴 적 아플 때 어머니가 "어여 일어나라. 잉. 그러면 이밥(쌀밥)에 미역국 끓여줄게"하면 그것이 그냥 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는 글을 읽으며 가슴이 찡했다.

 

지금도 연세가 드신 시어머니는 생활비에서 제일 먼저 한 달 먹을 쌀을 사 놓으시곤 한다.

식생활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쌀은 우리의 주식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건강식으로 잡곡을 섞어 먹지만 이전에는 하얀 쌀밥을 먹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닌 바람이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주식으로 삼는 쌀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우리가  꼭 지켜야 할 벼>가 철수와 영희 출판사에서 나왔다. 논에 심겨진 벼를 본 적이 없는 도시 아이들에게 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어 밥이 되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우리의 주식인 밥이 되는 식물인 벼의 한살이. 벼농사 짓는 법. 전통 농법과 현대 농법. 논에 함께 사는 동식물 등 벼에 대한 모든 것을 1부에 담았고 2부에는 볏과 식물 21종과 사초과 식물 6종을 도감 형식으로 실었다.

 

벼는 한 해 살이 풀로 볍씨를 틔워 못자리를 내고 논에 옮겨 심어 가을걷이를 할 때까지 5~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벼농사는 일손이 많이 가서 혼자 지을 수 없어 대개 품앗이로 서로 거들며 농사를 짓거나 온 가족이 힘을 모아 농사를 지었다. 현대는 기계를 도입해 못자리를 내는 일부터 모심기, 농약치기, 거두기까지 기계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다랭이 논(계단식의 좁은 논), 천수답(빗물에 의존해 벼농사를 짓는 논) 등은 여전히 사람이 손으로 모를 심고 물꼬를 트고 잡초를 뽑아주는 과정 거친 뒤 물을 빼내고 논의 물기를 말림 다음 벼를 거두어야만 한다. 거둔 벼는 햇살과 바람에 습기를 제거한 뒤 왕겨와 쌀겨를 제거하는 도정 과정을 거쳐 쌀로 판매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쌀 자급률은 90% 정도다. 그러나 다른 곡물을 포함한 총식량자급률은 30%가 채 안 된다고 한다. 농촌의 일손이 부족해 주식인 벼를 생산하는 논이 해마다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2001년 114만 6000헥타르이던 논의 면적이 2011년 96만 헥타르가 되어 18만 6000헥타르의 논이 사라졌다. 제주도보다 더 넒은 면적의 논이 사리진 것이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의 식량 자급률이 120%에서 150%를 웃도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식량주권을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심각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자유무역을 통해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쌀 수입 개방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쌀이 주식이기 때문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이 이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다.

 

식량 주권을 지켜내지 못하면 경제 속국이 되어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아무리 IT 강국이 되고 산업이 발달한다 해도 식량을 생산해 내지는 못한다. 생산량을 늘리 수는 있겠지만 식량 생산은 농부들이 땀을 흘리며 가꿔내야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주식인 벼농사를 지켜내는 일은 곧 우리 미래의 식량 주권을 지켜내는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농지 면적이 줄어들고 논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가고 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값싼 수입쌀이 들어와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논농사를 포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자. 아직도 이 땅에도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과 식량주권을 지켜내지 못하며 대다수 서민들에겐 커다란 재앙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덧붙이는 글 | 서울의 소리에도 송고합니다.


우리가 꼭 지켜야 할 벼

노정임 지음, 안경자 그림, 강병화 감수, 바람하늘지기, 철수와영희(2012)


태그:#철수와 영희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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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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