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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봉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진행된다. <오마이TV>는 추도식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마이뉴스가 만드는 팟캐스트 방송인 <이털남>이 101회 방송분으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을 인터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말]
"노무현 대통령은 평소 '재래시장을 방문해서 상인들 손이라도 잡아주라'는 비서진의 권유를 여러 차례 물리쳤다. 보여주기 위한 행사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가고 싶지 않았겠는가.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그곳에서 소주 한 잔 걸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2004년 3월 5일, 시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평소 '재래시장을 방문해서 상인들 손이라도 잡아주라'는 비서진의 권유를 여러 차례 물리쳤다. 보여주기 위한 행사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가고 싶지 않았겠는가.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그곳에서 소주 한 잔 걸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2004년 3월 5일, 시장에서)
ⓒ 장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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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야,
산맥이 없어.

시민은 중심추거든.
시민이 할 수 있는 건 덜 나쁜 놈 선택하는 거지. 근데 그 선택의 기준은 제가 어떤 정책을 할 것이냐가 제일 중요해.

담배 하나 주게, 응"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음성 내용

이털남: "지금 들으신 대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육성이 며칠 전 공개됐다. 고인은 자신을 봉화산에 비유했다. 산맥에 연결돼 있지 않고 홀로 돌출돼 있는 산. 고인의 이 한 마디에 외로움이 짙게 배있다. 고인은 당시 무슨 생각 하고 있었을까. 고인이 세상과 사람을 향해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본부장을 연결하겠다."

"노무현이 꿈꾸는 나라와 우리가 꿈꾸는 나라 합치시키는게 과제"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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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안녕하십니까."

이털남: "'마지막 비서관'. 절절한 표현이다. 그냥 비서관이라 호칭을 해도 되나."

김경수: "그게 편하다."

이털남: "올해 3주기다. 옛날로 치면 3년 상, 탈상했다. 소회가 어떤지."

김경수: "3년 탈상이라는 게 말로는 많이 들었는데 막상 실제 주위, 가까운 분을 여의고 3년 경험은 저도 처음이다. 왜 3년 탈상이라고 했을까, 요즘은 그 상처, 슬픔이 아무는데 드는 시간이 아닌가 싶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걸, 희망이든 다짐이든 채우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이털남: "실제로 (아픔이) 아물었나?"

김경수: "아물만 하면 도로 덧나고 아물만 하면... 상황이 그렇게 돌아간다."

이털남: "김 비서관이 며칠 전 '이제는 놓아드려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무슨 뜻인가?"

김경수: "지난 3년 간 매번 추도식 때마다 주제가 달라졌다. 올해는 '노무현이 꿈꾼 나라'가 주제다. 부제는 '우리들이 꿈꾸는 나라'. 대통령의 꿈을 되새기는 것도 중요하고 마지막까지 대통령님이 부여잡은 게 뭔지 돌아보며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비전이나 우리가 꿈꾼 나라를 대통령이 꿈꾼 토대 위에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있고. 또 하나는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을 노무현의 이름이 아니라 국민들, 시민들의 이름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 3년 탈상의 의미가 아니겠나 싶다. 그래서 대통령님을 편히 놓아드리고 우리 스스로 극복할 과제와 답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이털남: "'노무현이 꿈꾸는 나라'와 '우리가 꿈꾸는 나라'가 합치됐다고 보나?"

김경수: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두 개의 나라가 함께 가는 나라, 여러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것에 대해선 국민 속에서도 공감대가 만들어가지 않았나. 예를 들어, 민주주의, 상식과 원칙, 법칙, 기본이 바로 선 나라, 기본적 가치들일 텐데. 그런 게 이번 정부 들어서 퇴행했지만 우리가 꿈꾸는 나라에선 기본 토대다. 그 토대 위에서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 만드는 게 우리가 꿈꾸는 나라로 가는 내용이겠다 싶다."

이털남: "지난 3년 기간이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는 기간 같았다. 기본은 정말 중요하단 게 절실했다."

김경수: "공기 같은 거다. 못 느끼다 사라지니 호흡곤란 느끼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3주기 추모문화제-노무현이 꿈꾼 나라'에서 노 전 대통령 생전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모니터를 통해 나오자,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회상하며 지켜보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3주기 추모문화제-노무현이 꿈꾼 나라'에서 노 전 대통령 생전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모니터를 통해 나오자,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회상하며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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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털남: "구체적으로 노 대통령께서 진보주의 연구모임을 꾸려서 토론을 한 걸로 안다. 당시 구체적으로 나라가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고민하셨는데. 진보주의의 핵심이 무엇이었나?"

김경수: "대통령님의 진보주의 연구는 2008년 퇴임하고 봉하 내려오셔서, 초반 방문객 맞이, 마을 가꾸기 한 후 가을쯤 대통령께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와서 진보적인 시민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방안을 찾아나가시다가 책을 집필하겠단 결론을 내셨다. 그전에는 민주주의2.0 사이트도 만들고 토론문화도 중요히 여기셨다. 대통령이 갖고 있는 고민을 대중적으로 공유할 방법이 책을 내고 강연도 하고 사람들 만나면서 깨어 있는 시민들을, 시민민주주의 토대로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 참여정부 당시 참모들, 학계, 전문가들 중 집필을 함께해 나갈 사람들 찾아서 일주일에 한두 번꼴로 회의를 했다.

대통령님이 고민한 첫 주제, 진보주의 핵심은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다. 그 역할에 대한 견해 차이가 진보와 보수 크게 나지 않는가. 그리고 대통령이 재임 중 진보적 정책을 펼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는데, 결국 정책이라는 게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 가기가 어려우니까. 아무리 대통령이 진보적이라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정책을 펼치긴 어려웠던 거다. 그런 아쉬움을 <진보의 미래>를 집필하면서 그 속에 내용을 담아서 국민들과 소통하고 조금씩, 진보적 의식, 민주주의 의식 이런 걸 국민들 속에서 확산시켜 나가는 걸 해보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

"노 대통령 정책의 기본 입장은 실사구시"

이털남: "그 책에 그 고민의 흔적이 있다. 김 비서관이 언급하셨듯이 노 대통령님이 진보적 정책을 못 핀 거에 대해 아쉬워 하셨는데 과거 참여정부 시절 노 대통령을 비판하던 이들은 좌회전 깜빡이 넣고 실제로는 우회전을 했다라고, 실제로 이런 평가가 있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정책의 정체성이 뭐냐는 지적도 많았다. 지금 이 시점에 이런 질문을 왜 드리냐면,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모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공과에 대한 평가는 결이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쉬운 게 참여정부에 대한 정책 공과가 전면적으로 이뤄져서 거기서 노무현 정신이 더 올곧게 설 수 있었는데 거기에 소홀하지 않냐는 지적도 있다."

김경수: "대통령님 서거 이후 기념사업 주 과제 중 하나가 사업편찬위원회라는 걸 만들어서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그 자료에 기반해서 참여정부와 대통령님에 대한 평가 작업들을 꾸준히 해 나가고 있다. 결국 평가는 개선과 극복을 위한 공과를 구분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지금까지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한 얘기들. 참여정부 당시에는 공보다는 과에 대한 얘기가 많았고, 비판하는 측면이 있다면, 서거 이후에는 과에 대한 이야기는 평가가 미뤄지는 게 있었다. 작년 2주기 기점으로 재단에선 심포지엄 내용이나 참여정부 평가를 대중적으로 하기 위한 작업을 나름 벌이고 있다. 이번에도 3주기 맞이한 심포지엄 핵심 내용은 참여정부 공과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평가해서 대선 이후에 2013년 체제에서 우리가 뭘 해야 할지를 도출하는 작업이다." 

이털남: "이 질문 드린 추가적 이유가 있다. 4.11총선 앞두고 한미FTA, 강정 등 보수 세력은 이게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거 아니냐, 말 바꾸기라고 공격했었다. 이 문제에 대한 친노 인사의 대응도 결이 달랐다. 정리가 필요한 것 같고 그러기위해 전면평가가 필요한 거 아니냐는 취지다."

김경수: "대통령님 정책에 대한 입장이나 노선을 굳이 얘기한다면 저는 '실사구시(實事求是)'라고 본다. 한미FTA도 그렇고 가장 대표적인 게 이라크 파병이다. 그런데 제주 해군기지나 한미FTA는 그때 당시 정책을 폈을 때, 대통령님 당시에는 시민사회와의 대화를 시도했으나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골이 생겼다.  이번 4,11총선 과정에서 논란은 다른 성격인 것 같다.

한미FTA 문제는 현 정부 들어서 상황 변화가 생겼다. 대통령님도 퇴임 이후 한미FTA에 대해 당시 세계적 금융위기 상황을 보시면서 이런 중대한 상황에선 근본적으로 변화로 생기는 문제를 검토하고 재협상이 필요하면 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하셨다. 그걸 글로 홈페이지에 공개도 하셨다. 그런 취지에서 보면 현재 한미FTA는 진보진영에서 제기한 여러 문제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재협상해 나가고 그런 게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그게 폐기냐 아니냐 논란으로 가버린 게 4.11 총선 과정에서 실책이었던 것 같다. 국가 간 조약을 국정을 책임지는 정당에서 폐기하냐 마냐는 무책임하게 보일 수 있는 것 같다.

제주 해군기지는 절차 상 문제가 심각했다. 참여정부 당시 그 절차 문제를 주민들 동의까지 다 이뤄진 걸로 저희는 판단했는데 지금 보니 결정적 하자가 있던 거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다시 주민동의절차라든지,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통해서 하는 게 맞다, 시간의 문제 떠나서. 이런 게 선거 과정에서 과도하게 정치화되고 대립전선이 그어지면서 거꾸로 역공을 당한 것 같다."

이털남: "딱딱한 질문 하나 더 드리겠다. 노무현 정신, 가치의 계승, 혁신도 필요하다. 그럼 이 현상을 어찌 이해해야 하나. 이른바 친노 인사, 참여정부 인사들이 그 이후 선택한 정치의 길이 다르다. 통진당(통합진보당)에 간 분들도, 민통당
(민주통합당) 가신 분들도, 초야에 있는 분들도. 정치적으로 양 갈래의 길이 있는데. 이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김경수: "친노라는 용어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본다. 뭘 기준으로 가르냐. 다만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에 동의하고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을 계승하고 함께 극복해가겠다는 분들은 친노로 볼 수 있을 텐데. 문제는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 계승하겠다는 사람들의 생각이 동일하길 바라는 건, 불가능한 거다. 오히려 스스로 자신이 바라본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 자신의 해석을 갖고 정치적 선택을 개개인이 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원칙과 상식, 그런 기본적 가치들을 견지해 나가느냐로 그 사람들을 평가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들의 정치적 선택, 길에 대해선 스스로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본다."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경남추모위원회'는 22일 저녁 경남MBC홀에서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4.11총선에서 낙선한 송인배, 김경수, 문성근, 정영훈 전 후보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경남추모위원회'는 22일 저녁 경남MBC홀에서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사진은 4.11총선에서 낙선한 송인배, 김경수, 문성근, 정영훈 전 후보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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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노무현에게 더 중요한 건 재판의 승패가 아니라..."

이털남: "3년 전 그날로 돌아가면, 그 언저리쯤. 노 전 대통령이 외로우셨던 것 같다. 지근거리에서 보좌하셨는데 그렇게 힘들었던가?"

김경수: "이번 공개된 서거 전 육성에도 내용도 그렇고 말씀하시는 목소리 색이, 톤이 여지없이 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게 4월, 5월 회의 때 녹음한 육성인데, 회의 자체도 진보 미래와 관련된 집필 회의였다. 이 회의를 여기서 접자고 하신 거다. 사건이 나고 나서 검찰 조사 시작되고 다른 접견 일정을 거부하시고 유일하게 외부와 소통했던 공간이 집필 회의, 진보주의 연구 모임이다. 이것조차도 지탱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된 거다."

이털남: "접자고 하시면서 이미 심정적으로 상당한 결심을 했다고 보시는 건가."

김경수: "당시 보좌하면서 집필회의가 있었고, 검찰 수사와 사건 진행을 대응하는 변호인 회의가 있었다. 5월이 되면서는 집필하고, 대통령님께서 '노무현이란 이름을 갖고 가는 건 어렵게 된 거 아니냐, 나를 버리셔야 합니다'는 글도 올리셨고. 그러면서 집필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젠 그런 험한 결심을 하시게 된 거 아닌가 볼 수 있다.

거꾸로 변호인 회의 과정에서는. 사건의 본질이 대통령님이 주변 관리에 대해 철저하지 못했고 거기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는데, 검찰은 대통령님의 문제로 몰아간 거다. 증거도 명확하지 않고 유일하게 구속된 피고인의 진술만 갖고 몰아갔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사건 자체의 진실과 사실에 대해서는 대통령님이 스스로 잘 알고 계시기에 대단히 자신 있어 하셨다. 재판 진행되고 검찰이 내놓는 증거라 하는 게 사실에 기초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이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는거다, 그래서 진행과정에서 그 부분을 얼마든지 대응하고 밝혀 나갈 거다, 재판에 대해선 진행되면 100% 무죄가 날 수밖에 없다고 변호인보다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저희들 입장에선 재판을 어떻게 받을 건지가 더 중요해서 그런 논의 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그런 결심 하시리라곤..."

이털남: "노 대통령의 정치 족적을 보면 어떤 학자는 돌파형이라 규정한다. 김 비서관도 법적으로 대응하는데 자신감 가졌다는데, 그렇다면 왜 그런 험한 결심까지 하셨나, 의아하다."

김경수: "지나고 나서 비서관들이 모여서 언제 그런 결심을 하셨을까 얘길 했다. 이번에 공개된 육성에서 드러난 시점이 대통령님께서 실제로... 재판에 대한 건 그 자체로 본인도 법조인이고 하니 자신감을 가졌지만, 오히려 '대통령 노무현'에게 더 중요한 건 재판의 승패가 아니라 '노무현'이란 이름으로 상징되는 여러 가치가 있고 그걸 부여잡은 많은 이들이 있는데, 그들까지도 본인 실책, 주변 실수로 인해서, 그들도 전망이 없어지는 상황을 못 견뎌하신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검찰이 주변인들을 압박하고 핍박하는 게 상상 이상이었고. 대통령님은 그 상황에서 자기 스타일대로 정면 돌파하는 게 재판 투쟁일지, 아니면 다른 걸 놓고 판단하신 게 아닌가 싶다."

이털남: "비유하자면 법적 판단보다 중시하셨던 게 역사적 판단, 국민적 판단이었다. 이런 말 같다. 이번 공개된 육성을 보면 5월, 4월도 있다. 4월부터 험한 고민들을 하신 것 같은 추측할 수 있다는 말씀?"

김경수: "본인으로부터 날 버리고 새로운 성채를 구축해야 된다고 하신 게, 그걸 희망하신 것 같다. 자기와 분리되는 정치적 상황이 있어야 한다. 이게 5월까지 계속 4월 30일 검찰 조사 이후 길어지고, 그 뒤에도 기소 여부를 한 달 가까이 끌었는데 그 과정에서 인격적 모욕이라든지. 전혀 사건과 연관 없는 문제 갖고 여론 재판 해대는 상황에서, 이게 길어지면서 자기와 분리되며 지금껏 함께 가치를 공유한 사람들의 정치적 활로 자체도 막히는 상황들이 5월이 되면서 대통령님께 큰 압박이었던 것 같다."

이털남: "유서를 보면, 한 심리학자가 말했다. 놀랐다, 보통 사람은 험한 결심해도 마지막에 주저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사실 유서가 구구절절 가는 게 참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분석이란 말이 적절치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이해하는 한 심리학자가 얘길 들었다. 그렇게 확고부동했고 다른 여지가 없었던 건지. 그런 생각이 든다."

김경수: "저희도 가끔 대통령님께서 그런 결심한 게 서운하고 야속하기도 하다. 오히려 끝까지 버텨주셨다면. 그럴 때 대통령 본인보다 주변인들이 힘들어하는 걸 견디기 어려워하셨던 것 같고. 문성근 전 대표의 경우 대통령님께서 공개된 영상 자료에 그날 새벽에 사저 나가시면서 골목골목에서 사저를 지키는 전경의 인사 받아주고, 골목에 나 있는 잡초 뜯고, 만난 마을 주민과 평소와 다름없이 인사 나누고. 그런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당장 10분 뒤 그런 상황이 될 분이 그런 걸 하나, 그걸 화두로 고민했었다고 한다. 문 대표가 내린 결론은 대통령님께서 다시 사는 길을 선택한 게 아닌가, 담담하게 상황 판단을 내리신 것 같고, 그걸 통해서 사즉생 길 간 거 아니냐 보시더라."

"검찰, 사건 실체 알리기에 앞서 흘리기부터 하더라"

이털남: "가족 입장에서 혈육을 먼저 보내는 건 고통이다. 가족들에게 미친 영향이 엄청 클테다. 권 여사나 다른 가족들은 3년 간 어찌 지내시는지?"

김경수: "탈상이 그런 의미 같다. 가족들이 대통령님 1주기 추도식인 2010년 5월, 그날 묘역이 완공됐는데, 그때까지 정말 힘들어하셨다. 권 여사님이나 다른 가족들도, 거의 두문불출. 외부 사람, 가까운 사람도 만나는 걸 힘들어 하시고. 1주기 끝난 후 지방선거도 있고 2주기 지나고 3주기까지 왔는데 조금씩 나아지신 것 같다. 최근에는 많이 나아지셨는데 최근 정치적인, 선거철만 되면 또다시..."

이털남: "순서대로 보자. 따님이신 노정현씨의 미국 주택 구입과 관련해서 외화밀반출 의혹,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꺼낸 차명계좌 얘기를 보면 권 여사 비서들의 차명계좌 얘기가 한참 나왔고, 이번엔 노건평씨와 관련된 뭉칫돈 계좌 등 가족과 관련된 얘기가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또다시 사라진다."

김경수: "나오는 시점도 정치적으로 민감할 때 나온다."

이털남: "검찰이나 큰 세력이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하나?"

김경수: "저희는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기 시작하면, 국가 권력기관이 사유화되는 건데, 지금껏 보여준 과정을 되짚어보면 저희들로서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벌어진다. 이번 노건평씨 경우도 수백억 뭉칫 돈 얘기를 자신 있게 했다가 이제 딴 얘길 한다. 사건 실체를 밝히는 게 검찰의 기본 임무라면 그건 그것대로 진행하는 걸 뭐라고 할 건 아니다. 다만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걸 갖고 국민에게 알릴 필요성 있을 때 알리는 거면 누가 뭐라고 하나. 지금은 실체 조사도 되기 전에 언론에 흘리기부터 한다. 저희들로서는 검찰이 자체적으로 하는 건지 아니면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건지. 이건 역사가 나중에 밝혀주지 않겠느냐 한다."

이털남: "만에 하나라도 제기된 의혹이 일말이라도 사실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 져야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닐 경우. 고인의 유족들에게 2차 3차 피해 입히는 거 아닌가."

김경수: "정현씨 경우 더 심했다. 당시 의혹제기된 시기가 정현씨가 셋째 출산 열흘 전이었다. 인간적으로도 그건 금도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지금은 쑥 들어가서 아무런 말이 없고..."

이털남: "정현씨는 순산하셨나."

김경수: "다행히. 순산하셨다."

이털남: "카테고리를 바꾸겠다. 노 전 대통령은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고 글을 올리셨다. 시민들은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김경수: "대통령님께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라고 글을 올리셨을 때도 그 글에 비유한 내용은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한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취지였다. 근데 서거하시면서 다 안고 가신 거다. 상징될 수 없는 이유들을 다 안고 가시면서. 이제 다시는 노무현이란 이름으로 상징되는 가치들이 시민들에게 노무현과 함께 그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 여전히 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시민들 개인의 선호가 아니라, 노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와 정신에 대해서. 그게 현실에서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그런 것 때문에 오히려 과거에 비해 더 절실하게 사람들한테 다가가는 거 아닌가 싶다."

이털남: "김 비서관에게 노 전 대통령은 어떤 분이셨나."

김경수: "그런 질문을 가끔 받는다. 한 마디로 얘기하기 어렵다. 제가 대학교 다니며 학생운동할 때 세상 바꿔보자 하다가 그게 사회에 나오며 꺾였다. 그 당시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인 게 대통령이셨다. 대선 캠프에 들어가며 이분과 함께라면 다시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단 열정 같은 걸 느꼈다.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지금까지 모시면서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저에겐 학생운동하는 게 제2의 인생이고, 대통령님 만난 게 제3의 인생 아닌가 싶다. 새롭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분이다."

"노 대통령 비서들에게 항상 혁신을 요구하는 유일한 상사"

이털남: "김 비서관의 불씨를 되살리는 분인데, 노 대통령의 어떤 점이 그렇게 한 건가? 그분이 추구한 가치인가 아니면 인간적 면모인가."

김경수: "두 가지가 함께 있다. 일을 할 때 추구하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가치가 현실에서 일 하는 사람들 관계 속에서 어떻게 실현되느냐도 중요하다. 대통령님과 일하면서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 상하보다 수평적 관계 속에서 상대방 발전... 비서들에 대해서 항상 혁신을 요구하는 유일한 상사였다. 컴퓨터든 뭐든 세상의 새로운 시대 조류를 누구보다 먼저 빨리 받아들이고 비서들에게도 습득할 것을, 그렇게 해서 혁신할 것을 요구하고 다그치신 분이었다. 그런 수평적 관계 속에서 동지적 관계로 일할 수 있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같은 곳, 가치를 바라보고 걸을 수 있다는. 그 두 가지가 함께 있었다."

이털남: "그랬던 분이 떠나셨다. 야속하지 않은가."

김경수: "서운하고 야속한 걸로 치면. 대통령님 서거 후 비서들, 문재인 실장님도 그렇고 장례 치르고 49재 안장식까지 가는 동안 워낙 많은 일 처리하면서 제대로 펑펑 울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안장식 치르고 처음으로 울어보고 했다. 그 이후에도 가끔 전혀 뜻밖의 상황에서 대통령님 생각이 나며 울컥한다."

이털남: "어떤 상황인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3주기 추모문화제-노무현이 꿈꾼 나라'에서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부른 '상록수'가 흘러나오자,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3주기 추모문화제-노무현이 꿈꾼 나라'에서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부른 '상록수'가 흘러나오자, 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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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봉하에 찾아오신 방문객 맞이하는데 방문객이 그렇게 절절하게 얘기하지 않는데. 대통령님과 관련된 얘기 들려주시면 갑자기 울컥하게 되는. 특별하게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런 식의 상황이 자주 생기더라.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 그런 경험들이 있고 나면 많이 야속하다."

이털남: "나를 버리고 갔단 표현이 적절한가?"

김경수: "그런 건 아니고 남겨놓으신 여러 유지가 있고 그걸 저희가 온전한 우리 책임으로 일궈나갈 상황이 됐는데. 그걸 실현시켜 나가는 게 힘들 때도 있고 보람 있을 때도 있다. 힘들면 많이 야속할 때가 많다(헛웃음) 선거 상황도 그렇게 볼 수 있고."

이털남: "5월은 참 좋은 달이나 현대사에서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그게 5월 23일이다. 이것도 해마다 심정마다 받아들이는 건 다를 것이다. 김 비서관에게 올해 5월의 의미는?"

김경수: "올해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3년이 되는 탈상 의미도 있고. 여러 가지 등 올해 추도식은 큰 의미들이 겹쳐 있다. 3년 탈상이라 하면 이제는 대통령님의 가치를 우리 걸로 만들어서 대통령님 편히 쉬십시오 이제는 우리가 할게요, 라는 3년 탈상의 의미는 그런 거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정치적 상황 속에서 총선에선 만족스런 결과 얻지 못했으나 대선에서만큼은 대통령이 꿈 꾼 나라로 갈 수 있는 절박함 같은 게. 그런 절박함 속에서 맞는 3주기가 되는 것 같다."

이털남: "오늘 추도식이 있는데 인터뷰 응해주신 비서관님께 감사 말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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