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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건과 관련 통합진보당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통합진보당 당사 앞에서 경찰들이 당원들의 출입을 통제하자, 당원들이 경찰에게 항의하며 당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건과 관련 통합진보당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동작구 통합진보당 당사 앞에서 경찰들이 당원들의 출입을 통제하자, 당원들이 경찰에게 항의하며 당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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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검찰', 타이밍 한번 죽이는군요. 왜냐구요?

손가락을 꼽아보니, 벌써 스무날이 지났습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비리 의혹이 제기된 게 지난 2일이었으니, 22일이면 꼬박 스무날이 지난 겁니다. 거의 한달 내내 정치면 톱뉴스는 통합진보당 차지였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원내 제1당이 통합진보당으로 바뀌었다"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뉴스가 많았습니다.

그 화룡점정이 바로 21일이었습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당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는 지난 14일 "경쟁부문 비례대표 후보들은 모두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소위 당권파가 반발했습니다. 조준호 공동대표가 이끌던 '비례대표선거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를 '부실보고서'라 강도 높게 비판했지요. 보고서 자체를 누더기라고 비난하면서 이것 때문에 비례대표 국회의원 직에서 사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대치 국면은 오래도록 계속 됐습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이 그 '대치정국의 종결자'로 나서기까지는 도무지 끝이 어디인가 묻지 않을 수 없도록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팽팽히 맞섰습니다.

강 위원장은 지난 4·11 총선 당시 당내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총체적으로 국민 앞에 사죄하고 정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모든 비례 후보들이 물러서야 한다는 중앙위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자신이 무릎을 꿇고 간청해서라도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자가 스스로 사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두 당선자의 마음을 돌려놓겠다고 강 위원장이 나선 격이지요.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자에게 시간을 주었습니다. 이 시각까지 사퇴 입장을 결정하라고, 일종의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었습니다.

실제 통합진보당은 두 당선자가 이날 오전 10시까지도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그 다음 단계로 진도를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제명, 출당 등의 징계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었지요.

원탁회의 "희생을 전제로 국민에게 감동 주는 혁신" 주문

검찰이 21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부실사태와 관련해 대방동 당사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김제남, 박원석, 정진후 당선자를 비롯한 당원들과 함께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검찰이 21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부실사태와 관련해 대방동 당사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김제남, 박원석, 정진후 당선자를 비롯한 당원들과 함께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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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원탁회의 원로들도 강기갑 비대위를 적극 지지하며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비단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자의 사퇴로 이번에 발생한 통합진보당 내부 문제를 덮을 생각은 말라는 고언이 쏟아졌습니다. 희생을 전제로, 국민에게 감동과 진정성을 줄 수 있을 만큼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하라는 게 원로들의 주문이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당 또는 진보진영 내부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진통의 과정. 이게 바로 자정의 과정이자 치유의 과정입니다. 그 결과가 어찌됐든 당 내부 인사뿐만 아니라 많은 유권자들이 고통스럽더라도 이 과정을 거쳐 통합진보당이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1일 오전 8시 30분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합진보당사를 비롯 이번 비례경선 부정 의혹과 관련된 자료 일체를 가져가겠다며 온라인-오프라인 선거관련 업체 등 모두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사전에 자료 협조 요청 한번 없었답니다. 최소한의 수사 절차도 생략한 채 급하게 압수수색을 진행해야만 하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요?

통합진보당은 지금 내분 사태로 치닫고 있지만,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하는 공당입니다. 이에 대한 수사는 정치탄압의 빌미가 될 수도 있기에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우익단체의 고발장 한 개를 들이밀고 막무가내식으로 쳐들어갈 곳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로 인해 통합진보당의 자정 기능이 파탄날 지경에 처했습니다.

진보당 자정-혁신, 정치검찰 때문에 완전히 스탭 꼬였다?

21일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에서 실시될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당직자와 당원들이 사무실을 봉쇄하고 농성을 벌이며 저항하는 가운데, 119대원들이 잠긴 문을 해체하는데 이용할 도구들을 들고 당사로 들어가고 있다.
 21일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에서 실시될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당직자와 당원들이 사무실을 봉쇄하고 농성을 벌이며 저항하는 가운데, 119대원들이 잠긴 문을 해체하는데 이용할 도구들을 들고 당사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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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런 푸념도 털어놓았습니다.

"원래 오늘 오전 10시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사퇴시한과 관련해서 비대위 회의를 한 뒤 입장발표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을 듣게 됐다. 당의 심장인 우리 당원명부가 침탈당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대위 회의도 오후로 연기했다. 이곳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비대위 참여 외부인사들에게 양해를 구해놓았다."

강 위원장은 "검찰이 정당의 심장과 같은 당원명부 등을 압수하겠다고 나선 것은 당 전체를 압수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민에게 약속한 혁신의 방안과 자체수습 방안이 검찰의 압수수색 때문에 지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습니다.

정치평론가들은 정치검찰 때문에 "통합진보당의 혁신 스탭이 완전히 꼬이게 됐다"고 지적합니다. 외부갈등변수가 생기면 내부에서 문제제기하는 게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지요. 그간의 혁신과 자정 노력을 정치검찰이 나서서 한방에 날려버릴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입니다.

역시 정치검찰, 맞습니다.


태그:#통합진보당, #위대한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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