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자고와도 되죠?"헉, 숨이 막혔습니다. 아내는 3일 내내 외박하겠다는 말을 계속 흘렸습니다. 아내의 간청(?)을 '쿨'하게 허락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야박하게 "안 돼"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삶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아내의 요구는 도무지 '주부적' 발상이 아니었습니다. 생명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져야 한다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아내가 야속(?)했습니다.
아내의 외박 타령은 한 측면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오늘 아침부터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자원봉사를 할 예정입니다. 자신은 자원봉사자를 이끌 리더이기에 자기 파트의 젊은이들과 서로 잘 어울려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저도 8일간 여수 엑스포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자원봉사를 마친 뒤라 리더의 역할을 알기에 묵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쉽게 허락할 수 없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과 어울리다 늦게라도 집에 오면 될 걸 굳이 엑스포 타운에서 자고 온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아내에게 어제 오후 마지막 최후 통첩성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 아이들 먹을 반찬이랑 다 챙겨놨으니까, 아이들 잘 보살펴요. 난 오늘 밤 자고 내일 들어가요.""왜? 반찬 챙기면 다야? 외박은 안 돼. 집에 와서 자.""왜 그래요. 내일 봐요."헐. 코가 두 개라서 숨을 쉬고 있지 하나였다면 숨이 턱 막혔을 겁니다. 어제 밤 자원봉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잘하고 있는 겨. 돈도 하나도 안주고 자기만 잘 놀고 있구먼. 잘하고 오시게나 ㅋㅋ"아내의 답신이 직통으로 왔습니다. 남편의 호통(?)이 겁났나 봅니다. 믿거나 말거나~.
"당신 서랍장에 2만 원 그 옆 내 서랍에 아이들 5천원씩 들어 있어요. 김치도 넉넉하게 어젯밤 하던 직무연수 ㅋㅋ 밤새 공부해야 해요.""많이도 넣어놨네. 알았삼.""그것도 어딘데 지금 투정하는 거예요? 아이고 다리 아파라.""투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제 자려고 잘 자게나."아내 없이 혼자 자는 침대가 원래 그렇게 넓은지 새삼 느꼈습니다. 아내 없이 혼자 덩그러니 자는 침대가 왜 그렇게 썰렁한지, 한참을 뒤척였습니다. 부부란 있으면 그렇고, 없으면 허전한 그런 관계인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아내는 신랑 버린 괘씸죄에 해당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