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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를 거침없이 넘나들다 [편집자말]
박소정 씨의 맥간공예 작품. 보릿대를 이용한 작품이다
 박소정 씨의 맥간공예 작품. 보릿대를 이용한 작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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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에 사는 박소정(40)씨는 '다종예술가'다. 그녀의 예술적인 재능은 네다섯 가지도 넘는다. 단청과 탱화, 서각 등 전통의 문양을 새기는 일에서부터 맥간공예, 판소리, 한국무용, 해금 연주 그리고 드럼과 하모니카 연주, 아줌마밴드 보컬에 수화통역, 문화유산해설에 심리상담 등등 끝이 없다.

박씨가 '다종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건 20여 년 전. 해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학과 인연을 맺은 게 계기가 됐다.

낮엔 부품공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 검정고시 준비생들을 가르치던 중 청각과 언어 장애인 지도를 위한 수화가 필요했다. 내친 김에 몸짓이나 손짓으로 얘기하는 수화를 배우고 익혔다. 상담이론 공부도 함께 했다.

"농아 아이들이 수화로 하는 저의 설명을 보고 이해할 때 정말 보람이 컸어요. 함께 야외에 다니면서 설명해 줄 수 있는 것도 뿌듯했구요."

'대타'로 연극 무대까지 올라간 그녀

다양한 예술적 재능을 지닌 박소정씨. 전통에서 현대를 넘나들며 다종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다양한 예술적 재능을 지닌 박소정씨. 전통에서 현대를 넘나들며 다종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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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다종예술가 수업은 야학을 그만두면서 시작됐다. 목재와 철물 중간도매업을 하면서 바쁘게 살던 어느 날,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 조연출을 하는 친구를 만난 게 계기가 됐다.

금세 공감대를 이룬 그녀는 일요일마다 연극을 하는 친구와 함께 무대와 거리공연 프로그램 기획을 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배우들이 중간에 그만두면 '대타'로 연극무대에 서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이것저것 배우고 또 하게 되더라구요. 그나마 여유가 조금 있었기에 가능했지, 안 그랬으면 저도 도망갔을 거에요."

연극 공연과 기획을 하면서 악기도 배웠다. 하모니카와 오카리나 연주를 배운 게 이 때였다. 탱화, 단청 등 전통문화를 접한 건 해남으로 내려오면서부터다. 남편 따라 고향 해남으로 다시 돌아온 박씨는 지난 1997년 문화재관리학과에 입학, 늦깎이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이때 유형문화재인 고영을 선생과 낭월 스님을 만나면서 탱화를 익혔다.

전통문양과 어우러지는 수제의류 수출을 하고 해외여행 가이드를 하면서 보릿대를 이용한 맥간(보릿대)공예도 배웠다. 단청을 다른 공예로 풀어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인데, 그동안 작품전도 몇 번 열었다. 보릿대의 은은한 빛깔이 빚어낸 세련미가 매력적인 맥간공예는 전통에 현대미를 가미한 공예예술로 꼽히고 있다.

나무에 작품을 새기는 서각도 그때 배웠다. 해금 연주도 익히고 강강술래와 판소리도 배웠다. 판소리는 전국대회 장려상을 받았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일... 계속 할 것입니다"

박소정 씨의 맥간공예 작품. 보릿대를 이용한 작품이다.
 박소정 씨의 맥간공예 작품. 보릿대를 이용한 작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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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을 배우고 해남주부밴드의 가수인 보컬(vocal)로 나선 것도 이때쯤이다. 대흥사에서 본 이후 매력에 흠뻑 빠졌던 승무를 배우고 싶어 시작한 한국무용은 한국무용지도사 자격증 취득으로 이어졌다. 다른 지역까지 가서 공연을 하고, 돌아와선 새벽까지 연습을 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재밌었거든요. 노래하고 춤추며 공연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났어요."

그녀의 변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박씨는 지역 봉사단체의 회원으로 참여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조손 가정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문화재 지킴이, 교육방송(EBS) 학부모 서포터즈, 전라남도 주부 명예기자, 해남군 문화관광해설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는 단단해져야죠. 교육학 공부를 더 해서 오래 전 기획해 놓은 공연을 무대에 올릴 겁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단청과 탱화도 전통의 방식대로 표현해 보고 싶구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일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못하는 게 없는, 그러면서 모두 수준급인 만능 예술인 박소정씨. 그녀가 배우고 익히는 다종예술의 범위가 어디까지 넓혀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소정 씨의 맥간공예 작품. 그녀는 몇 번의 전시회를 열 만큼 상당한 내공을 자랑한다.
 박소정 씨의 맥간공예 작품. 그녀는 몇 번의 전시회를 열 만큼 상당한 내공을 자랑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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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맥간공예, #보릿대공예, #박소정, #다종예술가, #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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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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