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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신감이 넘쳐서 그럴까? 독자들이 잘 빠지는 착각은 '낙관적 편향'이었다. 낙관적 편향이란 자기 자신과 세상을 좋게 보려는 경향성을 말한다. 4월 27일 ~ 5월 8일까지 교보문고 페이스북 '프라이데이 북클럽'에서는 행동경제학을 집대성한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김영사)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독자들에게 "나에게 착각이란?"에 대해서 댓글을 달도록 요청했다. 총 49명의 독자가 댓글놀이에 참여했는데, 그 중에서 19명(38.8%)가 쉽게 빠지는 착각이 '낙관적 편향'이었다. 예컨대 '솔직히 나 정도면 괜찮지 않아?'(아이디 'shardin', 이하 아이디만 표기)라거나 "내가 쓴 글이 정말 센스 있고 감상적이라 생각하는 것"(pelleil) 같은 나르시스틱(?)한 생각도 많았고, 심지어 '나는 잘 착각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착각을 해서 더욱 일이 잘된 경우도 있고 안 된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착각은 가끔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준 것 같네요"(gisela29)라는 한 독자의 말처럼 착각은 불안감에 빠지지 않도록 위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행동경제학의 집대성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착각이 인간에게 하는 기능을 이렇게 설명한다.

시스템1의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는' 기능은 이 세상을 실제보다 정돈되고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고, 정합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과거를 이해했다는 착각은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으리라는 또 다른 착각으로 이어지고, 이 착각은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존재의 불확실성을 깨닫는 인간의 불안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적절한 결과를 낳길 바라고, 성공은 지혜와 용기를 주는 선물이 되길 바란다.
- <생각에 관한 생각> 281쪽


여기서 시스템1은 '직관'에 가깝고, 시스템2는 '이성'에 가깝다. 낙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축복이지만, 낙관주의는 위험 요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지름신이 자주 왕림하시는 까닭은?

교보문고 페이스북의 한 회원은 어느 책에선가 좋은 해법을 본 것 같아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프로젝트 하나를 실패하고 나서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독서를 통한 실력이 아니라 이미 뭔가를 알고 있다는 착각이었다는 것을"(BooHee Lee).

이렇게 자신감이 지나치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는데, 이것을 행동경제학에서는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라고 설명한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때문에 실제 계획했던 일보다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오류를 말한다. 어떤 미지의 일을 경험할 때 인간은 낙관적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위험성을 쉽게 간과하고는 한다. 쇼핑 구매자들이 '신'으로 표현하는 '지름신'(무턱대고 결제를 해버리는 행동을 '접신'에 비유한 용어) 역시 계획오류의 일종으로 생각할 수 있다.

교보문고 회원 'think0'씨는 결혼을 앞두고 혼수를 장만하는 데 참 많은 물건들을 사면서 아리송했다고 한다. "살 때마다 이것들이 정말 제가 필요해서 사는 건지 순간적인 충동으로 사는 건지" 모르기 때문이다. 'saturn15'씨는 조금 더 심한 경우다. "지름신 와서 잔뜩 쇼핑하고나서, 다 필요해서 어차피 살 물건들이어서 샀다는 합리화"라고 말했다. 계획오류는 꼭 구매에만 그치지 않는다. 'yorange76'씨는 "여름은 다가오고 다이어트는 해야겠고, 살은 빠지지 않는데 연예인 빰치도록 날씬해질 거라는 착각"에 빠진다고 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는 덴마크 기획전문가, 옥스퍼드 교수 벤트 팔라이버지의 말을 인용하며 계획오류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조언했다.

"분포 가능한 정보'를 폄하 혹은 무시하려는 일반적 경향이 예측 오류의 주요한 원인일지 모른다. 따라서 계획 수립자들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분포 가능한 정보를 활용하려면 문제 예측의 '틀'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330쪽)

결국 가능한 모든 정보를 모아서 빠지기 쉬운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이 밖에 낙관성은 세상을 완전무결한 모습으로 아름답게 그리려는 '정합성의 오류'를 자극한다. TV 광고를 보면 세상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서, 이를 보는 시청자는 마치 세상이 진짜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온갖 모순이 많이 보이지만, 시스템1에만 의존해 보지 않으려고 하면 정합성의 오류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다.

재미있게도 사람은 낙관적인 예측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다른 낙관적인 사람을 찾으며 낙관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정당성과 기술의 착각'이라고 표현한다. 예컨대 김세교씨(wwind10)는 자기 주변에는 자기와 뜻이 다른 사람이 거의 없는데, 선거 결과나 여론조사만 보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랍다고 말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는 특히 전문가 그룹일수록 이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어떤 명제라도, 아무리 허황되더라도 그것이 같은 생각을 가진 신봉자 커뮤니티에 의해 유지되면 그 명제에 확고부동한 신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301쪽). 판검사나 의사, 국회의원, 대기업 총수들이 대중들과 생각이 어처구니 없이 다른 것도 이런 인의 장막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어떤 책인가?

21세기에 주목받는 학문은 단연 심리학이다. 2002년 심리학이 경제학을 전복한 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다니엘 카너먼은 행동경제학의 발달에 대한 공로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이성적이며 이상적인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를 전제로 한 경제학이 아닌 실제적인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여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은 아무리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해도, 모든 행동을 합리적으로 할 수 없다고 한다. 생각이 어떻게 흘러나오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저자인 대니얼 카너먼이 제시하는 기본 개념은 시스템1과 시스템2이다. 시스템1은 '직관'으로, 시스템2는 '이성'으로 표현될 수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속도'이다. '걷기'를 예로 들면 산책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면 걷기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속도를 높일수록 걷기라는 '경험'과 의도적으로 빠른 속도를 유지하려는 '노력'에 더 자주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따라서 일련의 생각이에 결론을 낼 수 있는 능력은 손상된다.

시스템1은 자동적이고 끊임없이 작동하고, 시스템2는 게으르기 때문에 모든 판단과 선택을 감시할 수 없다. 저자인 카너먼조차도 시스템1에 많이 치우친다고 고백을 했을 정도다. 지금까지는 행동경제학에 대한 해설서가 많았지만, 학문의 창시자가 행동경제학에 관한 이론을 집대성한 최초의 책이 바로 <생각에 관한 생각>이다.

다만 인간 행동의 불합리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시스템1이 하는 순기능을 간과한 측면이 눈에 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 자신이 어떤 착각에 빠져 있는지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보문고 북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2018)


태그:#행동경제학, #착각, #생각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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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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