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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봄이라고 하기에는 날이 덥게 느껴집니다. 아내는 노동자라고 이날 하루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푹 쉬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답니다. 아침에 일어난 후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다시 오전 8시부터 잠에 빠져 오전 10시 반에 일어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점심을 먹고난 아내는 안산시에서 조성해 분양한 주말농장에 가자고 보챕니다. 해서 아내는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하는 자전거에 몸을 싣고 저는 불안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계속해서 구박을 하면서 길을 나섰습니다. 집에서 10분여 거리인 주말농장으로 향했답니다.

 

3주 전인 지난 4월 14일. 처음으로 상추모종등을 심었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고 제법 푸릇푸릇하게 자라났습니다. 며칠 후면 따다가 상추쌈을 해먹을 수 있을 만큼 쑥쑥 자라 있었습니다.

 

뒷산에서는 장끼의 구애 울음소리, 개울에는 남생이가...

 

한쪽을 바라보면 아파트가 줄을 지어 늘어서 있는데 이곳 주말농장 뒤쪽은 자그마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봄을 맞아 꿩들도 마음이 바쁜 것 같습니다. 구애를 위함인 듯 수놈인 장끼가 특유의 울음소리를 계속해서 질러댑니다.

 

"꾸어, 꾸어..."

 

수꿩이 자신의 배우자를 유혹하는 소리라고 합니다. 옛사람들은 꿩의 이런 울음소리 때문에 '꿩'이라고 지었는지 모릅니다. 소쩍새의 경우 귀를 기울여 듣노라면 '소쩍~ 소쩍'하고 소리를 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텃밭에 물을 흠뻑 뿌려준 뒤 주말농장 바로 옆에 위치한 소하천에 나 있는 길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치면서 지나쳐 오는데 물위로 파문이 일어나는 것을 봤습니다. 바로 자전거를 세운 뒤 지켜봤습니다. 무슨 생명체길래 저 정도 파문이 일어나는 걸까.

 

10여 미터 남짓 떨어진 길 위에서 지켜보노라니 마치 개구리처럼 생긴 작은 생명체가 물속을 헤엄쳐 가는 것 같습니다. 다시 자세히 그 주변을 살펴보니 바로 옆 풀숲에는 30cm 정도 될 것 같은 마치 거북이처럼 생긴 생명체가 그 작은 생명체를 지켜보는 듯 했습니다.

 

'어? 남생이 같은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종인 '붉은귀 거북'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크기는 30cm 정도에 길쭉한 모습이 남생이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자라는 목이 길쭉한데 이 친구는 목이 짧았습니다. 거기에 더해 등껍질은 무늬가 있는 듯했습니다.

 

찍을 수 있는 거라곤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밖에 없었기에 이 친구의 모습을 담으려고 가까이 다가가자 이 친구는 슬글슬금 달아나더니 물속으로 몸을 숨기더군요. 이 남생이(?)가 새끼를 데리고 햇볕을 쬐다가 낯선 인기척에 놀라 물속으로 달아난 것이지요.

 

한가한 시간을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하기는 하지만 또 이런 장면을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해서 그 모습을 찍겠다고 아이폰을 들고 5분여 기척을 멈추고 지켜보고 있노라니 개울 저편에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하지만 고개만 내밀고 물 밖을 돌려보더니 낯선 이가 여전히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걸. 확인하고는 곧 바로 물속으로 자취를 감추더군요.

 

물속으로 사라진 그 친구를 기다리며 10여분 남짓을 지켜봤지만 더 이상 얼굴을 내밀지 않기에 저도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도심 속 하천에 그런 생명체가 산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게 느낄 수밖에요.

 

첫 수확의 기쁨, '때깔부터 다른 게 생명이...'

 

지난 6일 오후, 다시 방문한 도심텃밭. 상추모종을 심은 게 엊그제 같은데 생명은 봄기운을 머금고 쑥쑥 자라나 있었습니다. 상추 잎이 어른 손바닥 절반을 넘는걸 보니 이제는 따다가 그 맛을 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세 개로 구분해 놓은 도심텃밭 한편에 상추가 푸릇푸릇하게 제법 소담스럽게 자라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밑바닥에 소나무 잎을 주어다가 뿌려 놓았더니 일석이조이었던 것 같습니다. 첫째는 잎사귀 밑부분에 빗물이 튀지 않아 씻을 필요조차 없을 만큼 정갈해 보였답니다.

 

둘째는 물을 뿌려 주면 그냥 맨흙일 경우 수분 증발이 금방 이루어져 건조해지곤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낙엽을 덮어 줬더니 며칠 물을 주지 않았는데도 흙이 여전히 습기를 머금고 있었답니다.

 

상업적으로 농사를 짓는 분들은 엄두를 못낼일이겠지만 저희 같이 다섯 평 농사를 짓는 도심농부들은 이렇게 낙엽으로 소위 '비닐멀칭재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지요.

 

아내는 조심스럽게 상추 잎을 떼어 냈습니다. 손바닥 반 크기 이상의 잎만 땋는데도 제법 양이 되는 것 같습니다. 검은 비닐봉지 반 이상이 차올랐으니 말입니다. 이정도 양이면 저희 네 식구가 한참 동안 먹을 수 있을 듯합니다. 

 

이날 저녁은 당연히 상추쌈이 식탁에 올랐답니다. 상추를 싸먹을려고 한 장 손에 얹고 보니 싱싱함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상추잎은 축 늘어진 것만 먹었는데, 상추 잎 위에 밥을 한 숟가락 가득 얹어도 잎이 쳐지지 않았습니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냥 상추 잎에 쌈장만을 올려서 먹었는데도 그 향이 한동안 입속을 떠나지를 않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런 맛에 농사일을 하는가 봅니다. 내 손으로 재배해 바로 따서 먹는 상추. 작은 상추 잎은 지난 한 달여 동안의 생명의 기를 듬뿍 담아 초보 농사꾼에게 나누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답니다. 또 이번 주말에는 고추모종을 몇주나 사다가 심을 것인지를 놓고 식탁에서의 대화가 한참이나 이어졌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주말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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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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