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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복귀는 대단한 게 아니다. 선진국에 보면 정치는 하나의 부업이지 본업은 아니다. 정치적 봉사가 끝나면 본업으로 돌아가는 게 관례다. 저의 현장 복귀는 정치적 함수가 없다."

3일 두산중공업에 출근했다가 퇴근했던 손석형(53) 전 총선 예비후보가 한 말이다. 그는 지난 4․11총선에서 '창원성산'(옛 창원을)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새누리당 강기윤 당선자가 49.04%(5만2502표)를 얻었고, 손석형 후보는 43.83%(4만6924표),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는 7.12%(7630표)를 얻었다.

이곳은 권영길 의원이 재선(17, 18대)해 '진보정치 1번지'가 되었는데, 8년 만에 새누리당에 넘어간 것이다. 경남 16개 선거구 가운데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전체야권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거제'와 '마산회원'은 진보신당 후보까지 참여해 통합진보당·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었지만, 유독 '창원성산'에서만 두 진보정당 후보가 나란히 출마했던 것.

권영길 국회의원(창원성산)은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와 함께 4월 7일 오후 창원 가음정시장에서 지원유세를 벌였다. 그동안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바라며 후보 지원유세를 미루어왔던 권영길 의원은 이번 총선의 공시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이날 손 후보와 함께 유세에 나섰다.
 권영길 국회의원(창원성산)은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와 함께 4월 7일 오후 창원 가음정시장에서 지원유세를 벌였다. 그동안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바라며 후보 지원유세를 미루어왔던 권영길 의원은 이번 총선의 공시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이날 손 후보와 함께 유세에 나섰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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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형·김창근 전 후보는 모두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두산중공업지회 조합원이다. 손 전 후보는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을 지내고 2008년 경남도의원 보궐선거에 당선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김창근 전 후보는 두산중공업 해고자로 금속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손석형 전 후보는 경남도의원을 중도사퇴하고 이번 총선에 뛰어들었다. 진보신당은 중도사퇴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손 전 후보는 통합진보당 경선에다 신임투표를 거쳤고, 민주통합당 후보(변철호)와 단일화를 했던 것이다. 그는 세 차례 당내경선·신임투표․단일화 과정을 거쳤지만 막상 진보신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손 전 후보는 4년 만에 두산중공업 현장 복귀를 했다. 2008년 경남도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현장을 떠났던 것. 그는 앞으로 정년(56세)까지 2년 6개월가량 남아 있는데, 현장에서 정년을 마치겠다는 각오다.

다음은 3일 오후 손석형 전 후보와 나눈 대화다.

"정치적 봉사가 끝났으니 본업에 복귀"

- 4년만에 현장 복귀했는데 소감은?
"오늘은 다니면서 인사부터 했다. 앞으로 일도 배우고 해서, 노동현장에 있을 것이다. 정년까지 현장을 지키고 싶다. 현장 복귀에 특별한 정치적 뜻은 없다. 정치적 봉사가 끝났으니 본업에 복귀한 것이다."

- 선거 뒤 사람들을 만나면 주로 듣는 말은?
"아무래도 선거 이야기를 많이한다.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고,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다고 했다. 완전 후보단일화가 되지 않아 너무 억울해 하는 분도 있다. 저는 누구 때문에 떨어졌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는다. 이명박 정권 심판과 정권교체가 대의였는데, 그것을 위해 전체 단일화를 하지 못해 결과가 나빠졌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 선거에서 진 이유가 무엇이라 보는지?
"여러 상황이나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완전 단일화가 되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라 본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이 국민참여당 등과 합치고 나서 민주노동당에서 당명을 바꾸었는데, 충분한 홍보시간이 부족했다고 본다. 차라리 민주노동당으로 선거를 치렀으면 유권자들이 덜 혼란스러워 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후보 본인이 중도사퇴해서 최종 후보 단일화를 하지 못하는데 대한 명분을 준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 만약에 다시 선거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진보진영이 정권교체나 정권심판을 슬로건으로 나간 부분은 이해하지만 아쉽다. 그리고 마치 단일후보가 되면 누가 되더라도 당선 가능하다고 여겼는데, 그것이 유권자한테는 거만하게 보인 것이다. 지금 선거를 치른다면 정말 절박함을 중심에 두는 선거운동을 하겠다. 정권심판론을 펴더라도 서민들에게 희망이 되는 정책을 제시하겠다.

이번 총선에서는 전체적으로 대권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생각했던 측면이 있었다. 정권교체를 주장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대권의 전초전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를 야권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야당에서도 대권주자가 부각되든지, 상대방 대권주자에 대한 비판을 했어야 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전 선거에는 창원에 오지 않다가 이번에는 창원성산․의창까지 합쳐 선거운동 기간 동안 총 네 차례나 지원유세를 위해 다녀갔다. 야권은 그런 것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고 본다."

"단일화 되면 당선된다는 생각, 버려야 한다"

- 야권단일화 교훈은?
"당내 경선부터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까지 해서 저는 세 차례나 과정을 거친 셈이었다. 누구든지 단일후보가 되면 당선이 되는 것처럼 여긴 것이 오만이었다. 많은 야권 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낮은 지지율을 보이더라도 나를 중심으로 단일화가 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을 버려야 한다."

- 결국 진보진영 후 후보가 단일화가 되지 않았는데.
"정치는 현실이다. 여론조사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면 낮은 지지율의 후보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정권심판 내지 정권교체보다 더 큰 명분이 있나. 작은 명분 때문에 대의를 저버려서는 안된다."

- 선거 뒤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와 만났는지?
"선거 뒤 악수도 했다. 개인감정은 없다. 수고했다고 인사했다. 내가 나오면 되고 니가 나오면 안 된다가 아니라, 유권자 민심은 단일화를 바랬던 것이고 그런 방향으로 가야 했던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은?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정치적 역량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장에서 충실하게 하다 보면 다음에 정치적 일정이 있으면 기회가 다시 올 수 있다고 본다. 현재는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다."


태그:#통합진보당, #낙선자, #손석형 전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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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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