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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찬 신부는 로마교황청 소속의 오블레이츠 수도회 소속으로 한국에 파송받은 가톨릭 선교사다. 현재 평택에서 외국인복지센터의 소장으로 활동한다.
▲ 평택외국인복지센터 앞에서 세바스찬 신부는 로마교황청 소속의 오블레이츠 수도회 소속으로 한국에 파송받은 가톨릭 선교사다. 현재 평택에서 외국인복지센터의 소장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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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역 부근 번화한 거리의 상가 2층에 자리 잡은 평택외국인복지센터는 로마 교황청 소속의 오블레이츠 수도회(Oblates of Mary Immaculate)에서 운영하는데 '평택엠마우스'로 불리기도 한다. 시톨 세바스찬 노크렉(Fr. Shitol Sebastian Nokrek·36) 신부는 수도회 본부가 파송한 방글라데시 출신의 한국 선교사다.

부푼 꿈을 안고 한국에 온 동남아시아 노동자들, 막상 낯선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 세바스찬 신부는 바로 이런저런 상처를 받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위한 친구요, 선한 사마리아인이다. 물론 그에게 찾아오는 이들 중에는 고국 방글라데시 사람들도 많다.

"제가 소장으로 1년간 활동하는 동안 우리 센터를 방문한 방글라데시 사람들만 해도 200명 쯤 됩니다. 한국에 와 있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모두 1만 명 쯤 될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 정도로 방글라데시의 경제가 어렵다는 뜻이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땅을 가진 사람이나 공무원, NGO 활동가 같은 사람들은 살 수 있는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땅이 없어 일할 수 없고 일할 직장도 없습니다. 어쩌다가 하루 품을 팔 수 있는 일거리가 생기면 돈을 만질 수 있을 뿐 거의 매일 헐벗고 삽니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거나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복지정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지 물어보니 그것도 아닌데 다만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인구가 문제였다.

"정부도 대책을 세우고 노력을 하죠. 하지만 인구가 너무 많으니까 감당이 안 돼요. 현재 방글라데시의 인구는 1억 4500만 명입니다. 그래서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여기 와서 3~4년 열심히 일해 돈 벌어 돌아가면 잘 살 수 있거든요."

방글라데시는 세계 7위의 인구대국이다. 그러나 국토의 면적이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약간 작다. 그렇게 좁은 땅덩어리에 무려 1억 5000만을 육박하는 인구가 살고 있어 인구밀도도 ㎢당 약 1000명으로 세계 1위다.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러시아보다도 방글라데시 인구가 1000만이 더 많다고 한다. 수도 다카의 인구만 해도 4000만을 넘는다. 그러나 방글라데시는 경제적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2005년 기준으로 GDP가 2011달러로 세계 143위, 국민들이 가난을 벗어나는 길은 해외취업이 해답일 뿐 정부도 속수무책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 돌아가는 방글라데시 사람들 중 일부라도 자신들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베풀거나 복지사업을 하지는 않는지 궁금했다.

"그런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도 한국에 오기 위해 가진 땅을 팔았거나 돈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죠. 게다가 매달 고국으로 송금도 했고, 돌아와서도 가족들을 책임져야 하니까 여유가 없죠. 물론 돌아가서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공부를 가르치거나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한국에 오는 사람들은 거기서도 형편이 나은 편에 속하지요. 자기 땅이나 돈도 있고 공부도 좀 한 사람들이 오지 아예 가난한 사람들은 한국에 올 수 없어요."

세바스찬 신부는 너무나 정반대의 위치에서 풍요를 누리는 한국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나라도 많이 가봤지만 한국은 정말 좋은 나라예요. 첫째, 한국 사람들은 너무 부지런해요. 많은 사람들이 새벽 5~6시에 일어나 일하러 나가는 것을 보고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심지어 학생들조차 그렇게 이른 시간에 공부하러 나가더군요. 정말 저렇게 부지런하게 일하고 공부하니까 한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된 것 같습니다. 방글라데시는 보통 오전 9~10시에 일을 나가죠. 우리나라도 저렇게 열심히 일하면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택엠마우스에서 고국 방글라데시와 동남아시아를 위해 기도하는 세바스찬 신부. 그는 방글라데시도 한국처럼 부지런하게 일해 잘 사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 고국을 위한 기도 평택엠마우스에서 고국 방글라데시와 동남아시아를 위해 기도하는 세바스찬 신부. 그는 방글라데시도 한국처럼 부지런하게 일해 잘 사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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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들이 세바스찬 신부에게 상담하러 와서 주로 하는 이야기는 뭘까?

"사업장에서 일하며 생긴 문제를 상담하러 오는데, 한국의 법을 잘 몰라서 오해할 경우 법률상담을 해주고, 사업주에게도 전화해서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한쪽 편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할 수 없으니까요.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십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오히려 사장님보다 노동자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예컨대 노동자가 너무 무거운 물건을 들게 한다고 허리 아프다며 다른 데로 옮기고 싶어 할 경우, 갑자기 그 사람이 그만두면 사장님도 타격이 심하거든요. 그가 떠나면 당장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다시 고용신청을 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우리가 사장님께 조금 가벼운 물건을 들게 하거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시키도록 부탁하며 서로 달래고 설득합니다."

임금을 체불하거나 퇴직금을 안 주는 사업주는 요즘 거의 없다고 했다. 다만 노동자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직장으로 옮기겠다고 할 때 체불임금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 사업주 입장에서는 매우 당혹스런 일이기 때문에 당장 월급이나 퇴직금을 정리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 노동자는 계약한 기간 동안에 사업장을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 사업주가 도장을 찍어주지 않으면 이직할 수 없다. 이럴 때도 세바스찬 신부가 나서서 노동자들을 설득한다.

보통 고용허가제에 의해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3년간 일하고 돌아가야 한다. 그 사이 문제가 있어서 실직한 노동자들은 오갈 데가 없다. 평택엠마우스에서는 이들을 위한 쉼터도 마련해 놓았는데, 현재 10명이 생활하며 재취업이나 귀국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 분명히 그들에게 꿈과 기회의 땅이지만 세바스찬 신부는 매일 기도한다.

"주여, 우리 형제들의 고국에도 열심히 일하며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그 날이 속히 임하게 하옵소서."

덧붙이는 글 | 평택시사신문에도 나갑니다.



태그:#세바스찬 신부, #오블레이츠, #평택,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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