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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국민행복 실천 다짐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정몽준 의원이 각각 생각에 잠겨 있다.
 3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국민행복 실천 다짐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정몽준 의원이 각각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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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남짓 남은 대선 가도에서 가장 앞서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견제구'가 쏟아지고 있다. '투수'는 다르지만 '구질'은 똑같다.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당내 경선에 완전 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는 얘기다.

박근혜 위원장이 지난 23일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춰서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경기의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 경기하는 것"이라며 딱 잘라 거절했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다른 팀도 박근혜 위원장에게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대행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30일 오전 열린 최고위에서 "새누리당은 역선택 가능성을 걱정하는데 같은 날 동시에 치르는 방안도 있다, 박근혜 위원장은 시대의 변화에 응답하라"며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등을 위한 본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세론 박근혜'를 향한 포위망을 짜고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 대선주자 모두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 요구... 박근혜만 빼고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위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당사자인 새누리당 내 '비박(非朴)' 대권 주자들이다. 현행 경선룰인 '대의원 20%, 책임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총선을 거치며 당을 거의 장악한 박 위원장에게 이길 도리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몽준 의원은 이날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당선자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경선 룰도 박 위원장이 10년 전(2002년)에 주장해서 바뀐 것"이라며 "그 이름이 국민참여경선이고, 실질적으로 그 내용을 충실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현재 룰과) 완전히 다른 것을 하자거나, 안 해봤던 것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더 충실하게 하자는 것이니까 완전 국민경선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내달 10일께 대선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진 이재오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강도높게 촉구했다.

이 의원은 29일자 <한겨레> 인터뷰에서 "당이 1인 독재로 굳어져 가는데 이 상황을 그대로 두고 연말 대선에 가서 이긴다고 생각하면 그건 모자르거나 정치를 진짜 모르거나 그런 거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선수가 룰에 맞추라는 건 스포츠 경기서는 가능한 얘기"라며 "시대를 걸고 역사를 바꾸는 대통령 선거에 정해진 룰이 맞지 않다고 하면 바꿀 수 있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정론관밖으로 나와 기자들의 추가 질문을 받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정론관밖으로 나와 기자들의 추가 질문을 받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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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장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지난 26일 "지금 새누리당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가느냐, 적막한 사당으로 가느냐 선택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는 다소 시끄러워 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통합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이 바로 전날 경선룰 변경 요구 등을 두고 "선거가 끝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당내에서 혼란과 분열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경선룰 변경 요구에 힘을 보탰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대표 선거에서는 젊은 층의 비중이 반영돼 있는데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경선에 나서는 사람은 물론, 투표인단에 참여하는 국민도 많아야 국민의 민심을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는 건 아니나 현행 경선룰에서 일반국민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이 전 실장은 "우리가 경선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효과는 수도권과 젊은 세대, 중도계층에 대한 확장성"이라며 "경선에서 이를 반영하는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달 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안상수 전 인천시장 역시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의견도 첨예하게 엇갈려... 친박계 "개인 이익 따라 룰 바꾸자?"

박근혜 위원장을 제외한 당내 대선주자들이 모두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당내의 의견도 친박 대 비박으로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정몽준 대표' 때 당 대변인을 지낸 조해진 의원은 이날 당선자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완전 국민경선제는 시대적인 흐름이고 국민들 다수가 선호한다고 보기 때문에 가급적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며 "그래야 박빙의 경선은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경선이 이뤄지고 국민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도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에 대해선 (그 필요성을) 명명백백하게 얘기를 한 바 있다"며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친박계(박근혜계)는 이 같은 요구를 '꼼수'로 보고 있다. 친박계 한 당직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5~6년 전 (친이계) 자신들이 주장해서 만든 게 현행 룰"이라며 "자신들의 돈과 조직을 믿고 국민동원경선을 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친박 중진 서병수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실제로 현행 룰이 국민의 마음을 담지 못했다면 사전에 논의를 했어야 했다"며 "대선 경선이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출마하는 분들이 경선에서의 이익, 호불호를 따져서 룰을 바꾸자는 건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박 유기준 의원 역시 "일부 고려할 점은 있지만 현행 당헌당규대로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협상하자니 시간 부족... 박근혜의 선택은?

이처럼 당의 실질적 주류로 떠오른 친박계가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는 이상,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독주를 조금이라도 늦춰야 하는 다른 대선주자들이 완전 국민경선제를 고리로 계속 '박근혜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비박진영이 줄기차게 지적하는 "1인 독재체제", "오만하다" 등의 '낙인'이 사실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

더군다나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대행이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 반대 사유로 꼽혔던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여야 동시 도입을 검토하자고 손을 내민 상황이다. 결국 박 위원장이 무작정 현행 경선룰을 고집할 수만도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협상 과정에서 경선에 참여할 일반국민 비율을 좀 더 높이는 방향 쪽으로 바뀌지 않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문수 캠프의 차명진 의원은 지난 23일 경선룰 협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먼 곳에서 오는 여인을 바라보고 말을 걸어볼까 하는 수준"이라며 "끝까지 받지 않는다고 하면 경선룰 협상을 위한 위원회가 열릴 수나 있겠나"라고 말했다. 완전 국민경선제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협상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단 시간은 무척 빠듯하다.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2006년 하반기부터 실질적인 경선 룰 협상에 들어갔고 2007년 5월 15일 전국위원회에서 통과됐다. 당시 경선룰 협상 전부터 활발한 논쟁이 펼쳐졌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남겨진 시간은 분초를 다툰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 경선을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당 안팎의 견제에 맞닥뜨린 박근혜 위원장, 그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태그:#완전 국민경선제, #박근혜, #정몽준, #이재오, #임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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