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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나뭇가지는 흔들려도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뿌리가 그들을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이다.
▲ 나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나뭇가지는 흔들려도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뿌리가 그들을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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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그치고 나니 금방이라도 여름이 올듯 햇살이 따갑습니다.

나뭇가지마다 연록의 새순이 돋아났습니다. 견고하던 나무를 뚫고 나오는 연록의 새순은 쇠처럼 단단하지 않고 아가의 살처럼 부드럽다는 것도 신비롭습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평범한 진리를 자연에서 봅니다.

또한 바람이 불어도 꿋꿋하게 그곳에 서있을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뿌리 덕분입니다. 긴 세월 그곳에서 산들거리는 봄바람에서부터 미친바람까지 다 견디며 뿌리를 넓혀갔을 것입니다. 그 세월만큼 뿌리도 더 깊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나무를 지탱해주는 뿌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자연, 보면 볼수록 인간사와 비교할 수 없네

그들의 뿌리가 복수초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보이지 않는 뿌리끼리 서로를 다독이며 살아가는 것일까?
▲ 연복초 그들의 뿌리가 복수초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보이지 않는 뿌리끼리 서로를 다독이며 살아가는 것일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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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는 연복초가 꽃밭을 이루고 있습니다.

연복초라는 이름은 뿌리를 따라가면 복수초의 뿌리와 연결돼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물론, 이름이 그렇지 이들이 있는 곳 근처에 반드시 복수초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한방에서 복수초 뿌리가 필요할 때면 피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복수초의 뿌리를 찾는 분들을 위한 표식 정도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뿌리,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들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그들이 없었더라면 우리 눈에 보이는 것도 없었을 것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고,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하고, 말바꾸고, 발뺌하는 인간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자연입니다.

냉이의 하얀 꽃이 바람에 휘날리며 흰눈처럼 다가온다. 그들은 꽃보다 뿌리에 더 깊은 향을 간직하고 있다.
▲ 냉이밭과 복사꽃 냉이의 하얀 꽃이 바람에 휘날리며 흰눈처럼 다가온다. 그들은 꽃보다 뿌리에 더 깊은 향을 간직하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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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은 작지만, 그들도 모이니 꽃밭입니다.

냉이의 향기는 꽃보다는 뿌리가 더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뿌리 말입니다. 이 풍경을 보니 지난 2008년 촛불 정국 당시가 생각납니다.

2008년, 국민들이 '미친소 수입중단'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총리 담화문에, 신문 광고, 이명박 대통령의 눈물 등 온갖 쇼를 하며 국민들의 반대 의견을 무마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하는 이들을 '좌파 빨갱이'로 몰아 이념 몰이를 했습니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문제가 생기니, 청와대에서는 오히려 "총리 담화문을 잘 읽어보라"고 호통을 칩니다.

무슨 보험회사 약관을 보는 것 같습니다.

지난 27일, 경미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자차보험을 통해 차량수리를 할까 생각하고 전화를 했더니 내가 알지도 못하는 내용이 상담원으로부터 들려왔습니다.

"고객님, 자차보험을 하시게 되면 최소자기부담금이 20만 원입니다."
"예? 그거 교환을 해도 25만 원 정도밖에 안 할 텐데요?"
"예, 그러니까 대형사고가 아니시고 경미한 사고면 그냥 본인부담으로 고치시는게…."
"자기부담금은 5만 원 아니었나요?"
"예, 고객님, 그게 올해부터 변경됐답니다."

국민 기만하는 정치인들... 꽃 앞에서 부끄럽지 않나요?

작고 수수한 꽃, 그들도 모이고 모이면 꽃밭이 되는 것이다.
▲ 황새냉이 작고 수수한 꽃, 그들도 모이고 모이면 꽃밭이 되는 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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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하는 목소리는 참 친절한데, 내용은 속을 긁었습니다. 보험사는 애매한 문장으로 보험 약관을 만들어 놓고 사고가 나면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뒤 청와대와 관련 인물들의 면면을 보는 듯했습니다. 저는 청와대와 관련 인사들의 대응을 보면서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큰소리치며 윽박지르고 광고성 문구(?)에 넘어간 국민의 무지를 탓했습니다. 한술더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미국에서 보내온 답변서'를 운운하면서 아무 문제 없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공무원인지 미국 공무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와중에 지난 2008년 촛불 시위 당시 눈물까지 흘렸다던 이명박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 한 마디 말도 없습니다. 이런 행동은 완전히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겉모양은 화려했지만, 속내는 썩어 진동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후가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그들에게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충실하고, 보이지 않아도 제 역할을 묵묵히 감당하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작은 꽃들이 모여 꽃밭을 이루듯, 작은 사람 하나 둘 모여 촛불의 바다를 이뤘던 적이 있었다.
▲ 냉이꽃밭 작은 꽃들이 모여 꽃밭을 이루듯, 작은 사람 하나 둘 모여 촛불의 바다를 이뤘던 적이 있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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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밭에 서면 향기가 있나 싶을 정도로 향기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냉이를 캐면 향기가 진동을 합니다. 꽃보다 뿌리에 향기를 간직한 까닭입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화사한 것 같지만 속내가 드러날수록 썩은 내가 나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을 보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겉은 번지르르 하지만(사실은 이것 조차도 못했죠. 예전 4대강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웠나요) 속은 썩어가는 4대강처럼 말입니다.

정치가 진정 한 나라의 꽃이 되려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대안을 제시하고,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세금을 많이 내도 한 푼도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 국민 혈세로 먹고사는 이들의 기고만장함을 보면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자연을 보고 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태그:#미국광우병, #촛불집회, #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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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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