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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서 초선 의원이라 말도 잘 못하고 있죠."

 

홍종학(53)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의 말이다. 정치권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대표적인 진보개혁성향의 경제학자는 어느새 정치 신인이 돼 있었다. 그는 선배 정치인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각종 회의에 참석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당 밖에서 그는 단순한 '초선 의원'이 아니다. 그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4번 후보이자 경제민주화추진본부장으로 4·11 총선에 임했다. 함께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공천을 받지 못해, 홍종학 당선자의 역할을 더욱 커졌다. 그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큰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통합당에서는 노선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당내 중도강화론자들이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 진보적인 정책 탓에 총선에서 패배했다며 '우클릭'을 주문하고 있다. 홍종학 당선자는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의 방향은 옳다"며 "국민 소통이 제대로 안 돼 총선에서 졌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현재와 같은 불균형한 성정전략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경제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사람중심의 균형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 이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있다"고 덧붙였다.

 

홍 당선자는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재벌 총수가 출석하는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는 대기업에 의한 소상공인 피해와 같은 사회 갈등을 풀기 위한 대화의 장이 돼야 하지만, 당사자인 재벌 총수는 나오지 않는다"며 "재벌 총수가 국회 출석에 불응하는 관행을 고치고 싶다, 한진중공업처럼 사회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도서열람실에서 홍종학 당선자를 만났다. 그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과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뉴스 통해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된 사실 알아... 큰 책임감"

 

- 축하전화를 많이 받았겠다.

"사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축하를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굉장히 어려운 작업임을 아는 분들은 걱정해줬다."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아직 사무실이 없다. 국회의원회관 도서 열람실을 비롯해 여기저기로 왔다 갔다 한다. 선배 정치인들을 만나 조언을 얻고, 당 민생공약실천특별위원회 회의에도 참석하고 있다. 그리고 보좌진 회의도 하고, 경제학자 모임에도 간다."

 

- 불과 몇 달 사이에 경제학자에서 정치인이 됐다.

"얼떨결에 그렇게 됐다. 저를 포함한 경제학자들은 그동안 정책전문가로서 새로운 경제 체제에 대한 필요성을 시민단체와 정치권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몸담고 있던 시민통합당이 민주통합당과 합당된 후, 정책위원회에서 20일 가량 있다 보니 당에 정책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 결국 비례대표 4번에 선정됐다.

"경제민주화 상징인 유종일 교수가 공천되지 못하자, '꿩 대신 닭'으로 제가 공천된 것 같다. 유종일 교수에게 미안하다. 뉴스를 통해 비례대표 4번 후보에 선정됐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보통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책임감을 느꼈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는 옳은 길... '진짜 재벌세' 도입할 수도"

 

- 총선 패배의 원인이 '좌클릭'이라는 주장이 있다.

"노선경쟁이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 4년간의 경제정책과는 다른 방향을 원하고 있다.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저는 정책이 왼쪽으로 갔다고 해서 국민이 우리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고 판단하다면, 저는 민주통합당에 있을 이유가 없다.

 

경제민주화 공약은 진보개혁진영이 민주당에 계속 요구한 것이고, 민주당이 이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였다. 총선 과정에서 제대로 된 국민 소통을 통해 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길은 옳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실패했더라도 계속 이 길을 가야 한다."

 

-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거론해, 중도층의 표가 이탈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의 FTA는 재벌·대기업 중심의 불균형 성장전략에 맞춘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나쁜 FTA는 국가-투자자 소송제(ISD) 조항의 예에서 보듯, 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고 국내 노동자들을 핍박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것이다."

 

홍 당선자에게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 재벌세 문제다. 유종일 교수가 공천을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재벌세가 꼽힌다. 유종일 교수는 지난달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벌세 도입을 얘기하자, 당으로부터 '쓸데없는 얘기를 한다'면서 공격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홍종학 교수는 "재벌세는 원래 내가 처음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 재벌세 도입 주장은 유효한가?

"대기업에 대한 특혜를 거둬들여야 한다. 대기업이 체제를 유지하고 싶으면, 국민 경제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기업의 행태는 실망스럽다. 사회에 해를 끼친다면, 징벌적 세금을 내도록 하는 '진짜 재벌세' 정책을 사용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을 쓰느냐는 대기업의 대응에 달려 있다."

 

- 이런 주장에 대한 당내의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 않나?

"재벌 개혁은 경제민주화를 위한 수단 중 하나다. 불균형과 양극화를 조장하는 현재의 성장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와 함께 국가의 적극적인 노동자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한 균형성장전략만이 모든 국민이 경제성장의 혜택이 누릴 수 있도록 만든다. 이는 대기업에도 좋은 일이다. 당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재벌 총수 출석하는 청문회 추진하겠다"

 

- 새누리당도 경제민주화를 주장한다.

"새누리당은 지지자만을 위한 정책을 경제민주화로 포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같은 용어를 쓰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이를 제대로 밝히고 국민에게 전달하지 못해 안타깝다."

 

- 총선 뒤 새누리당의 민생 1호 법안은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볼 것이냐 용인할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있다. 만약 다주택자를 용인한다면,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 다주택자들의 임대 소득은 과세되지 않는다. 보수진영은 저소득층이 세금 안 낸다고 하면서 정작 부자들이 세금 안 내는 것에는 눈을 감고 있다."

 

- 정부와 새누리당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한 조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부채가 소득의 일정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이 비율이 완화되면 부채를 통한 주택 매입이 늘어난다) 무력화로 이어진다. 지금도 심각한 가계 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정신 나간 짓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 19대 국회 개원 뒤, 첫 번째로 추진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재벌 총수가 출석하는 청문회를 추진하고 싶다. 국회는 대기업에 의한 소상공인 피해와 같은 사회 갈등을 풀기 위한 대화의 장이 돼야 한다. 재벌 총수는 출석하지 않는 관행을 고치고 싶다. 한진중공업 문제도 조남호 회장이 국회에 출석한 청문회 이후 해결되지 않았나."


태그:#홍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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