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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택시를 운전해온 김효부(68, 부산)씨는 3년 전 경찰이 교통·경범죄 범칙금 통고서에 단속경찰관의 계급과 성명을 기재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지금 와서는 시행령이 바뀌어야 한다며 발뺌한다고 비난했다.

최근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김씨는 '신뢰 받는 경찰'을 강조하며 통고서 이야기를 꺼냈다. 검찰·경찰의 수사권 재조정 문제도 경찰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기사 김효부(68)씨는 경찰이 2010년부터 교통범칙금 납부 통지서에 단속 경찰관의 이름과 계급을 명시하도록 하겠다고 해놓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빨리 개선될 것을 요구했다.
 택시기사 김효부(68)씨는 경찰이 2010년부터 교통범칙금 납부 통지서에 단속 경찰관의 이름과 계급을 명시하도록 하겠다고 해놓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빨리 개선될 것을 요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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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전을 하는 김씨는 간혹 '교통 범칙금 납부 통고서'를 받을 때가 있다. 통고서에는 적용법규·위반내용·위반자·위반행위·차량번호 등이 기재돼 있다. 그런데 통고서에는 누가 단속했는지가 나와 있지 않다. 경찰관이 단속했는지, 지나가던 행인이 단속했는지 알 수 없는 것.

이에 김효부씨는 경찰청 '국민신문고'를 두드렸다. 2009년 10월 27일 그는 국민신문고에 "단속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범죄 범칙금 영수증서에 단속 경찰관의 계급과 성명이 기재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며칠 뒤 경찰청 생활안전국 생활질서과에서 답변했다. 경찰청은 그해 11월 4일 "지적해 주신 교통범칙금 영수증서 양식의 통일성을 확보하고, 단속 과정에서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0년도부터 새로 작성하게 될 범칙금영수증서와 경범죄 지도장 양식에 단속경찰관의 계급과 성명이 기재될 수 있도록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던 것이다.

지난 3월 김씨는 '범칙금 납부 통고서'를 받았다. 그런데 이전 기재 내용과 똑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청에서 바꾸기로 했던 2010년보다 훨씬 지났기에, 김씨는 당연히 통고서에 단속경찰관의 계급·성명이 들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3년 전과 똑 같은 양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났다.

김씨는 다시 경찰청 '국민신문고'에 물었다. 올해 4월 12일 경찰청 생활질서과는 답변했다. 경찰청은 "통고처분 통지서는 법정 양식이므로, 새로 양식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 개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청은 "현재 경범죄처벌법이 개정되어 2013년 3월에 시행되며, 이에 따라 경범죄처벌법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모두 개정작업 중에 있다. 이 과정에서 민원 내용을 반영하여 통지서를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답변대로 하면 단속경찰관의 계급·성명이 들어간 통지서는 앞으로 1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김씨가 2009년에 물었을 때 2010년에 개선된다고 했던 경찰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김효부씨는 "2009년 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더 물어보기도 했다. 그 때는 이미 만들어 놓은 통지서가 남아 있어 다 써야 한다고 했고, 그렇지 않으면 예산 낭비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시행령을 바꾸어야만 된다고 하니, 신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속 내용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물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통지서에는 누가 단속했는지도 모르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통법규 위반자의 성명은 뚜렷하게 기재되어 있는데, 단속 경찰관의 계급·성명은 기재돼 있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상식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의 원칙에도 반하며, 공문서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도대체 누가 발부했는지, 지나가는 행인이 발부했는지 알 수 없다.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처분이다"고 지적했다.

택시기사 김효부(68)씨는 경찰이 2010년부터 교통범칙금 납부 통지서에 단속 경찰관의 이름과 계급을 명시하도록 하겠다고 해놓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빨리 개선될 것을 요구했다.
 택시기사 김효부(68)씨는 경찰이 2010년부터 교통범칙금 납부 통지서에 단속 경찰관의 이름과 계급을 명시하도록 하겠다고 해놓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빨리 개선될 것을 요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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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수호위원회' 구성 약속은?

김효부씨는 2002년 책 <보내는 원칙 돌아오는 비원칙>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쉽게 말해 '자동차 사고조사 처리'를 담은 내용이다. 그가 이 책을 펴냈던 것은 교통사고 처리의 '억울한' 경험 때문이었다.

김씨는 교통사고를 조사하는 경찰관의 태도가 문제인 경우가 있다고 보았다. 경찰관들은 하나 같이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고, 기초적인 조사마저 제대로 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

또 김씨는 경찰청이 '인권수호위원회'와 '시민인권보호단'의 심급제 운영을 약속해 놓고 아직 지키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 당시 경찰청이 2005년에 펴낸 <최상의 수사서비스 제공을 위한 경찰수사 혁신과 로드맵>이란 자료에 보면 이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김씨는 "그 책자에 보면 '지방경찰청의 중요 인권침해 사례로서 민원인이 경찰의 사후 조치에 불복하는 경우 경찰청 인권수호위원회에 재심 기회 부여'라고 설명해 놓았다"면서 "그런데 아직까지 위원회 구성을 하지 않고 있는데, 하지도 않을 정책을 왜 하겠다고 해놓았는지 모르겠다"고 따졌다.

김효부씨는 "소통이 사람의 생명도 살릴 수 있다. 어린아이처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경찰청이 어떻게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냐"고 화를 냈다.


태그:#택시기사 김효부, #경찰청, #경찰 인권, #교통 범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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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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