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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4·11 총선에서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둔 뒤 '도로 한나라당'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17일 밤 김형태 당선인(경북 포항남·울릉)에 대해 '윤리위를 소집해 출당을 검토한다'는 언론보도가 나가도록 했고 이에 김 당선자가 탈당을 발표하는 것으로 논란을 마무리하려는 태세다. 그러나 새누리당 기호를 달고 출마하기만 하면 당선되는 텃밭에 도덕성 문제가 있는 후보자를 공천한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밤 피해자가 공개한 녹취록을 검증해 '김 당선자의 육성이 맞다'는 언론보도가 나가자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김 당선자를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출당시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게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 내의 김 당선인 출당 요구에 박 비대위원장은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면서 김 당선인에 대한 판단을 법정공방 뒤로 미루다 태도를 바꿨다. 김 당선자가 탈당 선언을 내놓는 바람에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 됐다. 

 

'민심 둔감 거대 공룡'으로 돌아가나

 

악화된 여론에 떠밀려 문제 당선인에 대해 자진 탈당의 모양새를 띤 것은 선거 이전과는 딴판이다. 도덕성 문제가 제기된 후보자에 대해선 즉각 공천을 취소하는 등 낮은 자세를 취했고, 박 위원장이 "거대야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한 표를 새누리당에 달라"고 전국을 돌며 호소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민심에 둔감한 공룡'으로 비유되곤 했던 거대 여당 한나라당의 행태가 재연된 것.

 

'도로 한나라당'이 돼 가고 있는 징후는 언론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상일 새누리당 비대위 대변인은 17일 밤 주요 일간지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김 당선인에 대한 윤리위 소집 계획을 알렸다. 인터넷 매체 등 상당수의 기자들이 이 같은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일과시간이 아닌 때에 당내 중요 결정이 내려지고 이를 언론에 긴급하게 알려야할 경우, 서면브리핑을 내고 이를 등록기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공지하는 게 보통이다. 이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윤리위 소집을 알리면서 '내가 말한 것이 아니라 각 언론사에서 취재를 통해 알게된 것이라 써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결국 김 당선자 출당에 대한 당 내 공식 결정과정도 없는 상황에서 이 대변인이 윤리위 소집 방침을 알려 일간지들이 기사화하고 이를 접한 김 당선인이 탈당 발표를 하는 상황이 된 것.  당 대변인의 이같은 처리는 한나라당 시절에도 잘 볼 수 없던 일이다.

 

"경선 없이 대선 후보 선출" 주장...전대 선거인단 축소도 검토

 

새누리당이 '도로 한나라당'이 돼 가는 징후는 '박근혜 1인체제'로 재편되면서 '효율성을 높이자'는 명분 아래 당 내 민주주의 절차와 제도가 후퇴할 가능성이 언급되는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벌써 '경선 없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17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상 총선이 경선을 갈음한 것 아니냐"며 "새누리당에선 대선주자로 박근혜 위원장 외에는 대안이 없다. 대통령 후보 경선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필요한 경우 전국위원회가 (전당대회를) 대신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도 있다"고도 했다.

 

한나라당 시절 '국민 참여 확대'를 내걸고 만든 21만 명 규모의 전당대회 선거인단을 축소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황영철 대변인은 "전당대회 과열을 지양하고 겸손하고 내실 있는 전당대회를 위해 20만명 규모의 선거인단 규모를 축소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수도권 의원은 "전당대회의 경우 지금까지 노출된 몇 가지 문제점을 보완해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보강해야할 필요성은 있지만, 국민들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그 반대로 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낙선자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태그:#도로 한나라당, #새누리당, #당내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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