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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산에 갈까?"
"선학산요? 남강 둔치에만 가잖아요."
"오늘은 그냥 가고 싶어서."


지난 17일(화) 이른 점심을 먹고 아내와 함께 선학산에 올랐습니다. 사실 이름만 산이지 135m밖에 되지 않는 아주 낮은 산입니다. 생명 없는 콘크리트 도시를 조금 벗어났는데, 온 산이 다 배꽃입니다. 황홀했습니다.

"배꽃이에요."
"황홀하네요. 배꽃이 이렇게 활짝 핀 것은 처음 봅니다."

"정말 예쁘다. 진주 배는 당도가 높다잖아요."
"한 모금 물면 단물이 줄줄 흐르지.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활짝 핀 배꽃. 산등성가 다 흰나라였습니다
 활짝 핀 배꽃. 산등성가 다 흰나라였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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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배꽃과 파란 하늘과 구름.
 흰 배꽃과 파란 하늘과 구름.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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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주먹보다 더 큰 배를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먹보다 더 큰 배를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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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배꽃을 구경하니, 웬만한 꽃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탱자나무 길에는 흰색 탱자 꽃이 자신을 뽐내고 있습니다. 탱자나무 꽃을 본 적이 있나요?

탱자나무길. 부쩍거리는 콘크리트길이 아니라 아주 편안했습니다
 탱자나무길. 부쩍거리는 콘크리트길이 아니라 아주 편안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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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꽃. 꿀벌이 살짝 앉았습니다,
 탱자꽃. 꿀벌이 살짝 앉았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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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꽃. 탱자꽃을 본 적이 있나요. 가시는 날카롭지만 꽃은 그 어느 꽃보다 깨끗합니다
 탱자꽃. 탱자꽃을 본 적이 있나요. 가시는 날카롭지만 꽃은 그 어느 꽃보다 깨끗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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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에요. 탱자! 나는 탱자 꽃을 처음 봐요. 탱자는 날카로운 가시만 생각했는데, 흰색으로 핀 꽃을 보니 부드러운 느낌마저 듭니다."
"여기 꿀벌도 있어요."
"꿀벌은 가시에 찔리지 않겠지요?"


가시 돋친 탱자가 하얀 빛깔 꽃을 피우다니. 자연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배꽃도 흰색, 탱자 꽃도 흰색입니다. 온통 흰색 천지였습니다. 그 옆에 노란 개나리도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흰색 천지인 이곳에 노란 개나리가 피어 더욱 화려해 보입니다. 이곳도 산은 산인지라 개나리가 조금 늦게 피었습니다. 노란색을 보니, 갑자기 고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납니다.

노란 개나라. 화려합니다. 산이라 그런지 개나리가 조금 늦게 피었습니다. 노란색을 보니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납니다
 노란 개나라. 화려합니다. 산이라 그런지 개나리가 조금 늦게 피었습니다. 노란색을 보니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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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런 노란 빛깔을 빚을 수가 있을까요? 개나리를 볼 때마다 모든 색깔을 다 낼 수 있다는 인간의 교만함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때 앵두나무가 "나도 여기 꽃 피웠어요"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앵두꽃.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가 바람이 났을까요
 앵두꽃.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가 바람이 났을까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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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가 다 익으면 참새들이 다 먹어버립니다. 산에 있는 앵두는 결국 참새들 밥상이지요
 앵두가 다 익으면 참새들이 다 먹어버립니다. 산에 있는 앵두는 결국 참새들 밥상이지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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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꽃을 보면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가삿말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골 어머니 집에 앵두나무가 있는데, 앵두가 다 영글어 가면 참새 녀석들이 다 따 먹어버립니다. 집에 있는 앵두도 참새가 다 따 먹는데, 산에 있는 앵두는 참새 밥상이겠지요. 올해는 꼭 앵두를 먹어야겠습니다. 물론 참새 밥상을 다 빼앗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꽃 이름을 잘 모릅니다. 이름 모를 들꽃이 긴 겨울을 이겨내고 피었습니다. 배꽃은 배를, 앵두꽃은 앵두 열매를 맺어 사람에게 사랑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들 들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묵묵히 긴 겨울을 이겨냈습니다. 아마 내년 봄에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필 것입니다. 알아주는 이, 아무도 없는 이들 꽃이 사람들에게 더 귀한 것을 선물할지 모를 일입니다. 세상에는 귀하지 않은 생명이 없음을 들꽃은 스스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아아 주는 이 없는 들꽃. 어쩌면 이 들꽃이 배꽃보다 사람에게 더 소중한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알아아 주는 이 없는 들꽃. 어쩌면 이 들꽃이 배꽃보다 사람에게 더 소중한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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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잘 모르는 꽃입니다. 이 녀석들도 긴 겨울을 이겨내고 활짝 피었습니다
 이름을 잘 모르는 꽃입니다. 이 녀석들도 긴 겨울을 이겨내고 활짝 피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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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복사꽃? 아무개꽃? 꽃 이름을 잘 모르겠네요. 이렇게 무식합니다
 배꽃? 복사꽃? 아무개꽃? 꽃 이름을 잘 모르겠네요. 이렇게 무식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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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땀이 조금 나는 듯싶었는데, 벌써 정상이었습니다. 등산이 아니라 산책이었습니다. 조금 싱거운 느낌입니다. 배꽃, 앵두꽃, 탱자 꽃, 개나리, 그리고 이름 모를 들꽃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굉장히 섭섭했을 것입니다. 한 여인이 앞서서 걷고 있었는데, 뒷모습만으로도 배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여인은 아내였습니다.

배꽃보다, 앵두꽃보다 더 고운 여인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아내였습니다
 배꽃보다, 앵두꽃보다 더 고운 여인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아내였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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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배꽃, #탱자꽃, #앵두꽃, #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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