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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로 논란이 된 쌍용자동차가 구조조정 이전 경영상태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해고노동자들과 그의 가족들의 죽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16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쌍용차 처리방식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쌍용차는 매출과 이익 규모면에서 2004년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라며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노동자들을 복귀시키지 못할 수준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쌍용자동차 현황과 복직의 당위성>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쌍용차의 생산-판매 현황, 경영실적, 직원 급여 현황, 생산라인의 가동률, 직원 1인당 생산량 등 10년 동안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이날 발표는 이 연구원이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해 정명기 한남대 중국통상학과 교수의 발표로 진행됐다.

줄어든 인력으로 이전 생산성 넘어서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쌍용차 ㅓ리방식의 문제점과 대안' 토로회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쌍용차 ㅓ리방식의 문제점과 대안' 토로회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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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해 11만3249대 생산, 11만2281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이는 경영난을 겪기 시작한 2008년 생산-판매 대수가 10만대 미만으로 떨어진지 3년 만의 일이다. 쌍용차는 2002년 16만여 대 생산-판매 실적을 기록한 이후 2007년까지 적게는 매년 11만대에서 많게는 15만대 수준의 실적을 유지해 왔다.

영업이익 부분에서도 변화가 있다. 2009년 1조 원가량으로 떨어진 매출액은 2010년에 매출이 2조1175억 원을 기록하며 2배 이상 늘었고 16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쌍용차는 2007년까지 3조 원 정도의 매출액을 꾸준히 유지했고 2011년에는 2조7877억 원을 기록해 구조조정 이전 실적에 거의 접근했다.

회사의 전체적인 상황은 나아졌지만 일하는 노동자들의 여건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정리해고로 노동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생산과 매출 기록이 이전 상황으로 회복된 다는 것은 직원 1인당 매출액과 생산대수는 크게 증가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노동시간이 늘어나고 노동강도가 강해졌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종탁 연구원이 인용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내용에 게재된 쌍용차 사업보고서의 통계에 따르면 쌍용차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1인당 생산대수는 2004년 16.85대를 기록하고 2007년까지 17대 내외 수준을 기록하다 구조조정이 있던 2008년과 2009년 10대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러다 2009년에는 예전 수준인 17.04대를 기록하고 2011년에는 23.60대까지 올랐다. 지난 10년 간 가장 높은 수치다.

잔업이나 특근의 가동률도 과거 60% 수준이었던 것이 현재는 99% 수준에 달한다. 노동자 대부분이 잔업과 특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탁 연구원은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쌍용차의 경우 생산과 판매 규모가 10만 대를 넘으면 어느 정도 기업의 지속성이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며 "2011년에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2010년 경우 8만 대 생산에 매출액이 2조 원을 조금 넘긴 상황에서도 흑자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강도가 높아진 상황과 관련해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높은 생산성을 기록한 것이 자랑일 수는 없다"며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되기 이전 수준의 생산성을 이미 초과한 만큼 적정 생산성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인당 생산성을 이전 17.1대 수준으로 맞출 경우 직원 수는 6622명으로 확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 현재 쌍용차의 직원 수는 4733명으로 2000명에 가까운 추가 인력 채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매출과 이익규모라면 (해고된) 모든 인원은 아니라 할지라도 무급휴직자 및 정리해고자들을 대상으로 재취업 및 복귀 계획을 제출해야 할 시점으로 판단된다"며 "경영진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노동자 복귀에 확실한 언급을 회피하고 정부와 지자체 역시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이며 약속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조돈문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카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도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생산비용 등 내부회계 자료가 필요하지만 접근이 어렵다"며 "간접적인 지표들로 확인할 때 쌍용차는 이미 2006년 수준을 넘어서는 생산성을 보이고 있어 노동자들을 복직시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힌드라도 '먹튀' 가능성 있다"

방송인 김미화와 영화감독 정지영, 만화가 박재동 등 문화예술인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22번째 희생자 추모 및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며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방송인 김미화와 영화감독 정지영, 만화가 박재동 등 문화예술인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22번째 희생자 추모 및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며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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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명기 한남대 교수는 이날 '한국자동차산업 현황과 쌍용자동차의 미래'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인도의 마힌드라가 과거 '먹튀'와 기술유출 논란은 일으킨 상하이자동차의 반복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힌드라는 이미 쌍용차 인수금을 회수한 상태기 때문에 엔진과 디자인 기술을 확보한다면 상하이자동차처럼 손쉽게 철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마힌드라의 쌍용차 인수는 결국 쌍용차의 제품개발과 디자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며 "결국 쌍용차가 정상기업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마힌드라와 상생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결론적으로 마힌드라가 '먹튀'라는 의심과 기술유출의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실질적 신규투자가 전제돼야 한고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약속을 보장받기 위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민주노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순서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권영국 변호사는 "쌍용차 노사합의에 따르면 무급 휴직자와 희망퇴직자를 통해 취업알선 등 생계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노동부의 특별감사 진정을 통해 노사합의 중 불이행되는 사항을 조사하고 행정지도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국회를 통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쌍용차 경영진과 외부감사기관의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도록 압력을 조직해야 한다"며 "회계의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이 회계자료를 제대로 감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쌍용자동차, #쌍용차, #정리해고, #김미화,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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