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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바람은 여전히 싸늘하지만, 햇살은 따가운 여름 햇살이다.

겨우내 허름한 집에서 추위와 싸우던 이들이 이제 곧 무더위와 싸워야 한다. 겨울에 추운 집이 여름엔 덥기 마련이다. 그래도, 겨울보다는 여름이 한결 낫다.

 

겨울 추위엔 연탄보일러로 인해 골목마다 연탄가스 냄새가 매캐하고, 간혹은 연탄가스에 중독되기도 하고, 화재가 일어나기도 한다. 연탄 값도 적잖이 부담된다. 그래서 요즘 같은 봄날이 좋고, 선선한 가을 날만 같으면 저절로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이 이들의 삶이다.

 

묻고 싶었다.

11일 밤, 당신들이 선택한 후보가 당선되어 행복했냐고, 행복해질 것 같냐고.

 

많은 사람들이 떠났지만 또한 많은 이들이 아직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골목길을 걷다 견공과 나른한 봄햇살을 쬐는 할머니를 만났다. 골목길을 돌고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왔을 때 할머니는 집으로 들어가셨고, 할머니가 앉았던 의자엔 견공이 자리잡고 누워 쉬고 있다.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괜시리 밉상스럽다.

사람이 앉아있어야 할 자리에 개××(견공)가 앉아 있으니 우리네 세상을 닮은 듯하여 괜시리 부아가 치민다. 그래도 사람이 오면 내려오겠지. 안 내려오려고 으르렁거리고 짖어대면 뭉둥이가 약일 터이고, 그만 한 강단도 없겠지.

덧붙이는 글 | 이 사진은 4월 14일, 송파구 거여동 재개발지구에서 담은 사진입니다.


태그:#거여동재개발지구, #골목길, #리어카, #폐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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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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