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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자금 흐름도
 민간인 사찰 자금 흐름도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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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두 차례 말을 바꾸면서 5000만 원 관봉의 출처에 관한 의혹만 키우고 있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방송인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지난달 19일 류 전 관리관이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5000만 원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5000만 원은 지난 2011년 4월 중순께 서울 창성동 정부종합청사 별관 근처 음식점에서 건네졌다.

장 전 주무관이 공개한 '류충렬-장진수 대화록'에 따르면, 류 전 관리관은 5000만 원을 건네기 전인 2011년 1월 중순께 "5억-10억 사이의 돈을 주겠다"는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제안을 전달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5000만 원도 장 비서관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 비서관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장 전 주무관은 같은 해 1월 중앙징계위에 출석해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양심고백했다. 이어  몇 달 후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 선고가 이루어진 직후 공개적인 양심고백을 고민하고 있던 시점에 5000만 원이 건네졌다는 점에서 '입막음용' 성격이 짙었다고 볼 수 있다.

장 전 주무관은 5000만 원 사용처와 관련해 "4500만 원은 전세자금 대출금을 갚는 데, 200만 원은 생활비로 썼고, 300만 원은 부모님께 송금했다"고 말했다.

5000만 원 전달 사실이 공개된 날(3월 19일) 류 전 관리관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장 전 주무관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개인적으로 도와주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5000만 원 전달 사실에는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중에 다른 언론매체를 통해 "총리실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의 말바꾸기... "십시일반" → "지인에게 융통" → "장인에게 빌렸다"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지난해 4월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5,000만원 돈뭉치를 촬영한 사진.
5,000만원은 시중에 거의 유통되지 않는 '관봉'으로 묶인 5만원 신권이 100장씩 묶인 돈다발 10뭉치로 구성되었다.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지난해 4월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이 입막음용으로 전달한 5,000만원 돈뭉치를 촬영한 사진. 5,000만원은 시중에 거의 유통되지 않는 '관봉'으로 묶인 5만원 신권이 100장씩 묶인 돈다발 10뭉치로 구성되었다.
ⓒ 오마이뉴스 <이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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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류 전 관리관의 이러한 해명은 지난 4일 5000만 원 관봉 사진이 공개되면서 또 바뀌었다. 이날 <이털남>에서는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된 5000만 원의 관봉 사진을 복원해 공개했다. 관봉이란 한국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지폐를 납품할 때 포장하는 형태를 가리키는 용어다.

5000만 원이라는 고액의 관봉이 시중에서 흔히 유통되는 것이 아니어서 그 출처를 둘러싸고 의혹이 일었다. 특히 장 전 주무관이 이미 "5000만 원은 장석명 비서관이 마련한 돈"이라고 주장한 터여서 '청와대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장 비서관은 돈을 전달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류 전 관리관도 "청와대에서 나온 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흔하지 않은 5000만 원 관봉 사진이 공개되자 류 전 관리관이 말을 바꾸었다. 그는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인에게 5000만 원을 융통해 장 전 주무관에게 줬고, 국무총리실 직원들이 여러 차례 50만 원 또는 100만 원씩 모아서 주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십시일반으로 마련했다"는 최초의 해명을 "지인에게 융통했다"로 바꾼 것이다. 관봉 사진이 공개됨으로써 더 이상 "십시일반 모은 돈"이라고 주장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금의 출처를 둘러싸고 의혹은 더욱 커져갔다.

그런 가운데 류 전 관리관이 또 다시 말을 바꾸었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그는 전날(11일) 검찰에 자진출석해 "5000만 원은 지난 2월 돌아가신 장인에게 빌린 돈"이라고 해명했다.

"교직에 몸담았던 장인은 퇴직금으로 3억5000만 원 정도를 받았는데, 이 돈을 여기저기 많이 빌려줬다. 앞서 검찰조사 때에는 아내가 (아는 사람에게) 빌려왔다고 해서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했는데 오늘 아내를 통해 새롭게 알게 돼 검찰에 나와 소명하게 됐다."

이어 류 전 관리관은 5000만 원 관봉 형태와 관련해 "장인이 직접 찾은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빌려준 돈을 그 누군가로부터 받은 것이어서 모른다"고 해명했다.

검찰 "어이 없는 해명" 일축.... 류 전 관리관 부부 소환조사 검토

서울중앙지검 청사 유리문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검찰 깃발이 비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유리문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검찰 깃발이 비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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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조차도 "어이가 없는 해명"이라고 신빙성을 일축했다. 류 전 관리관의 부인이 장인에게 직접 요청해서 돈을 받았다면 장인이 굳이 관봉(현금) 형태로 돈을 찾을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류 전 관리관은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장인에게서 빌린 돈이라고 자진해명했다. 그가 두 번이나 말바꾸기를 한 데는 5000만 원의 자금 출처를 공개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거꾸로 5000만 원은 말하기 곤란한 곳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검찰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윗선 의혹을 캐기 위해서는 5000만 원의 자금출처를 밝혀내야 한다. 이를 위해 조만간 류 전 관리관도 다시 소환하고, 그의 부인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김종익 불법사찰 사건'이 터지자 국무총리실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을 '공직복무관리관실'로 바꾸고 조사활동을 벌였던 점검팀을 줄였다. 그리고 이인규 전 지원관의 후임으로 경남 마산 출신의 류충렬 당시 일반행정정책관을 관리관에 발탁했다. 그는 현재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태그:#민간인 사찰 의혹, #류충렬, #5000만 원 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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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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