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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압승, 민주통합당 참패'로 19대 총선이 끝났다. 새누리당은 예상을 완전히 깨고 152석을 얻어 단독 과반을 차지했고,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머물렀다. 18대 의석보다 40여 석을 더 얻었지만 이를 승리라고 평가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외 통합진보당이 13석을 얻었고, 자유선진당은 5석을 얻었다. 나머지 16개 군소 정당은 지역구 당선자가 없고 득표율이 2%에 미치지 못해 정당법에 따라 해산될 수밖에 없다.

야권연대의 제1목표였던 정권심판을 위한 과반 확보는 실패로 끝났다. 민주당 내부의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박선숙 사무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했지만 이게 박 사무총장이 사퇴로 책임질 일은 아닌 듯하다. 그나마 그는 중도하차한 임종석 전 의원을 대신해 사무총장을 맡아 지역구 공천까지 포기하면서 야권연대 협상을 이끄는 등 가장 성실히 일한 당직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민주당 내부와 외부 여기저기서 선거 결과에 대한 원인 분석이 나오는데 쉽게 동의되지 않는 면이 많다. '김용민 탓', '한명숙 탓', '젊은이들 탓'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남 탓'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안 되는 거다.

김용민 막말보다 어정쩡한 민주당 스탠스가 더 큰 원인

'막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공릉동에서 선거운동을 재개하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막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공릉동에서 선거운동을 재개하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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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때문에 30석~50석이 날라갔다'는 탄식이 나온다.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그런데 과연 '막말 김용민'이 사퇴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일까?

물론 김용민의 말이 지나쳤음은 듣는 사람도, 본인도 인정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런 인터넷 방송이 있는지도 모르고 들어본 적도 없는데, 공인도 아닌 일반인이, 성인 대상 인터넷 개그 방송에서, 이라크와 관타나모에서 있었던 미군의 성범죄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한 말을 전후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막말로 몰아가는 것이 그리 적절해 보이지는 않지만 수용해야 한다. 그는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출마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김용민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과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끈질기게 이 발언들을 물고 늘어졌고,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진보 성향 언론들도 사실상 김용민의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최근 곽노현이나 이정희 사태에서 보듯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다. 민주당은 이 문제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논란을 키웠다. 문제 있는 발언이라고 인정을 한다면서도 공식적으로 사퇴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대표가 개인적으로 사퇴를 권고했다는 정도로 입장을 정리하였다. 민주당의 또 한 명의 좌장인 이해찬 당선자(세종시)도 김용민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는 이를 부인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정치인이 아닌 김용민에게 출마를 요구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다. 그런데 사전에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되었고 논란이 커졌다. 그러면 정당, 그것도 제1당을 노리는 제1야당은 선택을 해야 한다.

'과거 잘못도 잘못이니 공개적으로 탈당을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공천을 취소하고 출당시키겠다'고 하든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한 과거 발언이 문제가 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의 성폭행이나 성추행 의혹, '환생경제' 저질 발언 등에 비하면 양반이니 새누리당은 입을 다물어라. 비난은 민주당이 안고 끝까지 가겠다'고 감싸 안든지 선택해야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함으로써 이 문제를 장기화시켰고, 이것은 선거 당일까지 이슈가 되어버렸다. 김용민의 막말이 문제가 아니라 김용민 파동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대처가 더 큰 혼란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선거 당시에는 유불리를 쉽게 단정할 수 없어 침묵하다가 이제 와서 김용민 탓이라고 하는 것은 비겁해 보인다.

솔직히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있었던 성추행이나 성폭행 논란을 한번 되새겨 보라. "아나운서 되기 위해선 다 주어야 한다"던 강용석 의원의 제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것이 김형오 새누리당 의원이고, 그들은 결국 강용석 제명안을 국회에서 부결시켰다.

"술집 마담인 줄 알았다"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의 최연희 의원, 술집 여종업원에 한 부적절한 성추행 동영상이 공개된 박계동 전 의원 등이 모두 새누리당 아닌가?

이번 19대 총선에 출마하여 당선한 새누리당 후보자 중에도 이런 사례는 있다. 제수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녹취록이 공개되어 '강간미수범' 논란을 일으킨 김형태 새누리당 당선인(포항 남구 울릉군)의 사례는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겠지만 김용민 막말보다 죄질이 결코 낮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2005년 이혜훈, 송영선, 정두언 등이 출연하여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해서 막말을 쏟아내고 성적 비하 욕설을 했던 '환생경제'라는 연극을 했던 것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이었고, 이 연극을 보고 키득거리면서 "프로 수준" 어쩌고 하며 즐긴 것이 박근혜 위원장 아닌가?

김용민의 막말에 대해서는 잘못한 것이므로 사실을 인정하고 당 차원에서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를 선거 쟁점으로 악용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 대해서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보고 짖는다"고 호통을 치고 맞받아쳐야 했는데, 민주당이 했던 어정쩡한 대응은 최악의 자충수였다.

"사찰 80%는 참여정부 것"... 물타기 뒤집을 진정성 안 보였다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오마이뉴스> 총선버스 4.11에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운데)와 변호를 맡은 최강욱 변호사가 출연했다.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오마이뉴스> 총선버스 4.11에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운데)와 변호를 맡은 최강욱 변호사가 출연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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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파동이 있기 전 선거 최대의 이슈는 민간인 사찰이었다. 이미 밝혀진 김종익씨의 사례 외에도 민간인 사찰이 여러 건 있었고,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숨기기 위해 컴퓨터 하드를 없애버리고, 돈으로 매수했다는 것이다. 일부 공개된 USB도 근처 안경점에 숨긴 것을 찾아낸 것이라는 사실은 이 사건이 희대의 코미디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사건은 한국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서 아주 세게 받아쳤다. "공개된 사찰 문건의 80%는 전 정권에서 있었던 것이다"라며 물타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언론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반격을 거의 생중계하듯 보도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들의 반론을 해명하는 데 한참이 걸렸고, 합법적 감찰과 불법적 사찰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것 역시 국민들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와닿지 않은 것이다.

박근혜는 '나도 전 정권과 현 정권에서 모두 사찰을 받았다'는 식으로 자신이 사찰 피해자임을 강조하며 한술 더 떴다. 결국 사찰 문제는 MB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정권과 현 정권 모두에서 있었던 잘못된 관행으로 치부되어 새누리당 박근혜 지도부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한 것 같다. 특검이냐, 청문회 도입이냐는 국민들에게 그렇게 와닿는 차이가 없다.

결국 MB와 새누리당의 반격 프레임을 깨기 위해서는 민주당에게 더 센 것이 필요했다는 의미이다. <오마이뉴스>는 <새누리당도 놀란 반전, 이유 있었다>(이종필 칼럼)에서 1990년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했을 때 무기한 단식 농성을 했던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의 예를 거론하며, 한명숙이나 이정희 같은 야권 대표가 정권퇴진을 걸고 더 대차게 싸웠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문재인, 천호선, 전해철 등 참여정부 인사들의 더 센 결단과 대국민 행동이 필요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책임 지고 정계를 떠나겠다. 형사 처벌도 받겠다"고 나서야 했다. 그래야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양비론 구도를 깰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니 국민들에게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물타기가 먹혔고, 국민들은 이를 MB정권 심판의 이유로 체감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민간인 사찰 문제를 활용하지도, 청와대 반박에 대처하지도 못했다. 물론 해명은 했지만 너무 늦었고, 또 너무 어려웠다. 물론 국무총리실 기자회견과 청와대 대변인의 한마디는 생중계하듯 하는 방송과 언론이 이들의 해명 보도에는 인색했던 것이 문제라고 변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원래 그랬으니 그들만 탓할 수는 없다.

'야권연대의 실패'가 아니라 '불완전 야권연대의 한계'

3월 3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열린 '야권단일후보'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 유세에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참석해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이 이후보와 함께 손잡고 '야권연대'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3월 3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열린 '야권단일후보'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 유세에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참석해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이 이후보와 함께 손잡고 '야권연대'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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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야권연대의 실패로 평가하고 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야권연대의 패배"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 평가도 따져볼 여지가 많아 보인다.

이번에 야권연대의 상징으로 거론되었던 곳이 바로 서울 관악을, 경기도 성남중원, 광주 서구을 등인데 여기서는 모두 야권단일후보가 당선되었다. 세 곳 이외에도 서울 은평갑, 경기 고양덕양갑, 울산, 경남 창원 등 야권연대가 성사된 곳이 많이 있다.

이번 연대는 명칭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진보연대'가 아니라 '야권연대'이다. 목표는 선거에서 새누리당을 이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득표율 5% 이내로 승패가 갈려 야권단일후보가 낙선한 곳 중의 상당수는 불완전한 야권연대를 이룬 곳이다.

먼저 정통민주당 후보의 득표가 승패에 영향을 준 곳을 살펴보자. 정통민주당은 민주통합당 창당과 공천 등에 불만을 품고 탈당한 이들이 주축이 돼 총선을 앞두고 만든 정당이다.

서울 은평을(통합진보 천호선), 서대문을(민주 김영호), 경기 의정부을(통합진보 홍희덕), 경기 평택을(민주통합 오세호), 경기 안산단원갑(통합진보 조성찬) 선거구에서는 야권단일후보가 모두 박빙으로 패했다. 이 지역에 출마한 정통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수는 모두 1, 2위 표차보다 많았다. 만약 이들이 출마하지 않았다면, 승패는 뒤바뀔 수 있다는 산술적 계산도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서울 은평을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는 49.5%,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는 48.4% 득표하여 표 차이가 1.1%p인데, 정통민주당 후보는 2.1%를 득표했다. 서대문을 정두언 새누리당 후보가 49.4%, 김영호 민주통합당 후보가 48.5%를 득표하여 표 차이는 0.9%p였는데, 정통민주당 후보는 1.1%를 득표했다.

경기 의정부을에서는 홍문종 새누리당 후보가 49.1%, 홍희덕 통합진보당 후보가 45.5%를 득표하여 표 차이가 3.6%p였는데 정통민주당 후보가 5.7%를 얻었다. 평택을에서는 이재영 새누리당 후보가 44.9%를 얻어 42.7%의 오세호 민주통합당 후보를 2.2%p 이겼는데, 정통민주당 후보가 2.3%를 가져갔다. 안산 단원갑에서는 새누리당의 김명연 후보가 43.4%를 얻어 36.9%를 득표한 통합진보당의 조성찬 후보를 6.5%p 차이로 이겼는데, 이 지역에서도 정통민주당 후보가 6.9%를 얻었다.

서울 관악갑의 민주통합당 유기홍이나 경기 성남중원의 통합진보당 김미희는 정통민주당 후보의 출마에도 당선된 경우이다. 물론 정통민주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표가 100% 야권단일후보에게 가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비율이 그럴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진보세력의 단일화 실패 또는 분열이다. 애초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을 반대한 진보신당 잔류파와는 야권연대 자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전국적인 차원의 야권연대에서 진보신당이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야권단일화만 되면 '떼어놓은 당상'이라던 울산 북구와 경남 창원에서는 진보세력의 단일화 실패로 새누리당이 모두 당선되었다. 진보정치 1번지라던 창원에서는 진보신당 후보와 통합진보당 후보가 끝까지 으르릉 대면서 싸웠고,
울산 북구에서는 진보진영 일부가 공개적으로 김창현 통합진보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당연히 해당 선거구뿐 아니라 인근 지역까지 영향을 미쳐 동남권 진보벨트로 불리는 울산과 부산, 경남 창원에서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후보가 몰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야권단일화보다는 독자노선을 선택한 진보신당은 1%, 정통민주당은 0.22% 득표에 그쳐 당을 해산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범야권의 단일화 실패 또는 분열로 인하여 낙선한 후보가 최소 10명 이상이고, 간접적 효과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당선자 숫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야권연대는 MB정권과 새누리당 심판을 위한 선거 승리를 1차 목표로 한 선거연대였고, 완벽한 야권연대를 이룬 곳에서는 대부분 승리 또는 선전했다. 그리고 박빙 패배한 상당수에 연대에서 이탈한 야권 세력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보듯 이번 선거 결과는 '야권연대의 패배'가 아니라 '불완전한 야권연대의 한계'라고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팟캐스트와 SNS의 한계... 여전히 위력적인 조중동과 방송

10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역 부근에서 열린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 유세에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동료인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가 참석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역 부근에서 열린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 유세에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동료인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가 참석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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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을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게 만든 결정적인 힘은 <나꼼수>이다. <나꼼수>로 대표되는 수많은 팟캐스트 방송들이 기존 언론들이 하지 못했던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이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와 결합되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할 가능성도 많다.

이번 선거에서 팟캐스트와 SNS의 위력이 확인되었지만 동시에 그 한계도 드러내었다. 수도권,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는 위력을 발휘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다른 세대에서까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그것이 투표로, 또는 정치적 지지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근거는 없어 보인다.

이번 선거는 '여촌야도'와 지역구도라는 기존 정치적 지형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약간씩 사라지는 듯 보였던 이런 구도가 이번 선거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세대별 이용 매체의 차이에 기인하는 바도 있을 것이다.

도시지역, 젊은 층들에게는 팟캐스트와 SNS 등이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농어촌, 기성세대에게는 여전히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종이신문과 방송 3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 기간 방송사 노조가 파업을 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방송의 정치적 편파성이 두드러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민간인 불법사찰을 주도적으로 폭로한 팟캐스트 <이슈털어주는남자>에 이어, 2619건의 사찰-감찰(첩보) 문건을 폭로한 것은 9시 정규 뉴스가 아니라 파업을 벌이는 KBS 새노조 쪽 '리셋 KBS 뉴스9'이었다. KBS 사측은 이를 보도한 기자들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다. 보수언론은 김용민 막말 파동을, 없는 것까지 왜곡하여 이슈로 만들었지만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언론들도 김형태 등 새누리당 후보들의 성폭행,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보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우리 언론계의 냉혹한 현실이다. 그 현실이 선거 결과에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작용하는 것이 우리 정치 현실임을 이번 선거는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대통령은 박근혜가 대세? 아직 8개월이나 남았다

이번 선거 결과를 새누리당의 압승, 박근혜 대세론,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참패로 정리하는 것에 이론을 제기하기는 어렵다. 박근혜가 다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전망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의 야권 압승, 부산 경남에서의 야권 낙선 후보들의 의미 있는 득표, 호남 지역에서의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 정당투표에서 새누리당+자유선진당 지지율보다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득표가 많다는 점 등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에게는 우려되는 결과들이다. 그리고 대선까지는 아직 8개월이나 남았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새누리당이 100석 건지기도 힘들다고 했던 것을 상기해보라.

이번 선거도 투표율이 55%를 넘지 못했다. 대부분의 당선자들이 실제로는 유권자의 25%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어느 정당, 어느 후보의 유불리를 떠나서 투표율이 낮은 것은 정치 발전에 결코 바람직한 것이 못 된다.

일반적으로 총선보다는 대선의 투표율이 훨씬 높다. 아직 변수는 많다. 새누리당이 대승 분위기를 12월 대선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반대로 범야권이 정당 지지율 박빙을 뛰어넘어 실질적인 야권 단일화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12월 대선이 더욱 주목된다. 이미 대선 레이스는 시작된 셈이다.


태그:#4.11 총선, #김용민, #박근혜,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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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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