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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에 소재한 의료용 수액 생산업체인 JW지회 앞, 노조가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충남 당진에 소재한 의료용 수액 생산업체인 JW지회 앞, 노조가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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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생명과학에서 일하는 전호용(34)씨는 오는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상견례를 앞뒀지만 설렘보다 걱정이 더 많다. 3월부터 월급이 안 나온다. 직장폐쇄를 당해서다.

"걱정이야 많죠. 그래도 저랑 같이 직장 폐쇄당한 38명이 다 같이 천막농성하고 있어요. 그건 그만큼 회사에 문제가 있다는 거죠."

의료용 수액 생산 업체인 JW생명과학은 중외제약 그룹 계열사다. 지난 2월부터 JW생명과학이 JW생명과학노조(이하 JW지회)에 대한 공격적 직장폐쇄를 벌여 논란을 빚고 있다. 이어 업무복귀를 원하면 '향후 모든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직장폐쇄가 벌써 한 달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JW지회는 지난해 10월 설립되었다. 공장을 이전하면서 노동강도와 관리자들의 개입이 심해진 것이 노조 결성의 배경이었다.

김아무개(34)씨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평균 하루 9시간을 2조 2교대제로 일하는데, 사측은 늘 당일 생산량을 채우라며 추가노동을 강제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사측은 노동자들의 추가노동에 대한 임금(시간외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관리자들이 부서 회식비까지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체교섭도 난항이었다. 사측은 산후휴가 등 법적으로 보장된 내용까지 수정, 삭제하여 달라고 요구했다. 또 교섭과정 중 부지회장에 징계를 내리고 조합원을 타부서로 보내기도 했다. 결국, 2월 23일 노조는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사측의 대응이 이례적이었다. 이틀 만에 조합원 73명 중 38명에게 직장폐쇄를 내린 것이다.

현행 노조법상 직장폐쇄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가능하다. 즉 파업을 철회하면 사용자 역시 직장폐쇄를 중단해야 한다. 법원도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해 사용자가 현저히 불리한 경우 방어적 수단'으로만 직장폐쇄를 인정하고 있다. 현재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복귀 의사를 밝힌 상태이므로 사측의 행위는 불법인 셈이다. 심지어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조합원들까지 직장폐쇄를 당했다. 직원들의 가정뿐 아니라 부모님의 고향 집에까지 경고장을 보내기도 했다.

사측이 각 조합원들의 부모와 가정에 보낸 경고문.
 사측이 각 조합원들의 부모와 가정에 보낸 경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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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파괴를 목적으로 계획된 과정"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측은 노조와의 단체협약 과정 중 갑자기 생산부서에 인력을 투입했다. 충전팀 소속인 전호용씨는 "파업하기 몇 달 전부터 다른 부서 업체, 용역업체 직원 등을 들여왔다. 우리한테 배우면서 같이 일하게 했다"고 했다. 현재 사측은 그 인력들을 중심으로 생산을 가동하고 있다. 이러한 '쟁의행위 중 대체근로' 역시 노조법 위반이다.

국남규 대의원은 "직장폐쇄 전에 관리자들이 지나가면서 조합원들에게 '너희 언제 파업하느냐, 빨리빨리 해라, 그래야 우리도 문 닫는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노무컨설팅업체의 개입 역시 노조의 의심을 강화하는 부분이다. 노조가 10월에 설립된 후, 12월경 사측은 노무컨설팅업체를 내세워 조합원들 모두에게 개인별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 내용이 '노조 가입했느냐, 회사는 안 하길 바란다, 생각 잘 해라' 는 식이었다."

현재 노사 협의 또한 사측이 직접 나서지 않고 해당 노무컨설팅업체의 노무사가 대표격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장폐쇄가 길어지면서 수액의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노조 측은 주장한다.

"조합원들은 6~7년 동안 교육을 받으며, 일해 온 전문인력이다. 그렇지 않은 대체인력이 의약품인 수액을 생산하면서 전보다 불량률도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4일 노조 측은 식약청에 JW생명과학 당진공장이 GMP(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를 무시하고 있다며 이에 감시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해당공장이 GMP기준을 무시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감시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함께 사는 즐거움 알게 한 노조, 회사도 인정해주길"

현재 지회는 노조 인정과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며 공장 앞에서 3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천막농성 중인 조합원들의 밥은 김승운(33)씨, 이애경(29)씨가 챙긴다. 부부 조합원이다. 김씨는 직장폐쇄를 당했고, 이씨는 공장 포장팀에서 일하고 있다. "조합원들 힘내라는 의미로 우리가 부엌을 기증하자"는 이씨의 제안으로 밥과 국을 집에서 만들어 천막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오래 갈 싸움이니' 하루 3만 원을 안 넘기는 게 원칙이다.

"그래도 잘 먹어주니 고맙죠(웃음)"

김씨는 중외제약에서 일하다 JW생명과학 생산공장이 완공되면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중외제약은 '노사문화 우수기업'이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있으나 한 번도 쟁의행위를 벌인 적이 없었다.

"우리를 제대로 대변해줄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죽 했어요. 그래도 처음엔 망설였죠. 친한 형이 설득해서 부부가 같이 노조에 들었어요. 그래놓고 그 형이 구사대 가서 이례적으로 한 달 만에 진급을 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원망은 하지 않는다.

"노조 생겨서 좋아요. 전에는 관리자들이 인간관계에도 개입해서 동료관계도 서먹했거든요. 그런데 노조 생기고 나서는 서로 형, 동생 하면서 서로 인사하고 친하게 됐어요. 돈 더 달란 게 아니라, 이런 걸 원했던 거예요."

사실 김씨는 관리자들에게 평판이 좋았다. 조기진급도 약속돼 있었다. 그러나 진심은 없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날 관리자로 키워준다는 사람들이 정작 내가 기계에 팔 들어가서 서른 바늘을 꿰맸는데 나 몰라라 하고. 높은 데서 정비하다 떨어졌는데 내 책임이라고, 내 휴가 내고 내 돈 들여 치료받고 있는데 '걸을 수 있으면 나와서 일하라'고 하고... 노조 하면서 정말 후회된 게, 전에는 너를 밟고 내가 올라가려 했지, 함께 가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거예요. 이제 이 사람들(조합원들)은 이제 다 제 재산이에요."

이어 김씨는 "사람을 개처럼 부리고 여직원 성희롱이나 하는 관리자들, 한 번이라도 바로잡아줄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싸움일 거 같다. 꼭 노조가 인정받고 회사로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화섬노조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신규노조 탄압 수단으로 직장폐쇄가 유행처럼 번지며 노동3권이 휴지조각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며 "사용자의 악의적 노무정책에서 노동자들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학진 법무법인 새날 노무사는 "실제 사측이 공격적인 노무정책을 펼치면서 노사갈등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말했다. 기업운영, 노사관계의 안정화에는 사측의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노동법은 '긴급한 사정이 없는' 직장폐쇄를 불법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명확한 제제조치가 없어 노조 측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행 노동법은 '긴급한 사정이 없는' 직장폐쇄를 불법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명확한 제제조치가 없어 노조 측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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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노동세상 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중외제약, #JW생명과학, #노조탄압, #직장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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