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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대합실에서 휴가 나온 해병대 병사와 군인들이 공중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자료 사진)
 서울역 대합실에서 휴가 나온 해병대 병사와 군인들이 공중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자료 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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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자를 대표할 수 있는 단어들은 '우정, 사랑, 군대' 라는 말이 있다. 군대가 20대 남자를 대표하는 단어에 포함될 정도이니, 그들에게 군대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고등학교 입시전쟁만 끝나면 살 것 같다던 20대 꿈 많은 청년들은 캠퍼스 생활은 누리지도 못한 채 신체검사를 받고, 입영통지를 받아 눈물을 훔치며 입대한다.

군 입대를 앞둔 오형문(20)씨는 "한창 나이에 군대에서 2년이나 보낼 생각을 하니까 많이 걱정이 된다"면서 "군 복무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지만 제대한 후에 사회 적응을 못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각 정당들도 총선 때마다 군복무에 대한 정책을 단골메뉴처럼 내놓는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각 정당들은 '사병 복무기간 단축, 예비군제도 개선, 제대 군인에 대한 지원 등' 군 복무 복지에 관한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렇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군인들에 대한 대우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월급 10만원으론 전화비, 필요용품 구입하기에도 빠듯"

예비역들이 공통으로 꼽는 불만은 월급이다. 일하는 시간이나 양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10년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이태성(가명, 24)씨는 "군대 복무 중 가장 불만이었던 것은 단연 월급"이라며 "특히 훈련 갈 때 핫팩 같은 방한용품이나 기타 보조용품들의 지급이 턱없이 부족해 자비로 사야할 때가 있었는데 월급이 적으니 빠듯했다"고 말했다.

2012년을 기준으로 군인들은 이병 8만1700원, 일병 8만8300원, 상병 9만7800원, 병장 10만8300원의 월급으로 받고 있다. 사병 월급이 조금씩 인상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한 달에 10만 원 남짓한 돈으로 간식, 담배, 전화비, 때에 따라 필요한 선·후임 간의 선물 등을 해결하기엔 역시나 빠듯하다. 이런 이유로 사병들은 종종 부모님께 돈을 송금 받기도 한다. 사병 월급으로 군대 생활도 빠듯한 상황에서 제대 후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제대 후 복학을 미루고, 등록금과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박정민(가명, 23)씨는 "제대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다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현실에 답답하고 무기력해진다"고 털어놨다.

군대 생활 중 생기는 학습 공백에 대한 문제도 적지 않다. '군대에 다녀오면 뇌가 굳는다'라는 말은 예비역들 사이에서 오래된 농담이다. 그만큼 군 복무 중 학습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7년부터 군 복무 중 교양 강좌에 한해 학점 이수를 시행했지만, 이 또한 군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김상진(가명, 23)씨는 "군대 복무 중에 학점 이수를 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실제로 이용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며 "개설되는 과목이 많이 없기도 하지만, 그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수업료를 내야 하고 컴퓨터 이용에 따른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어 "컴퓨터가 느려서 수업을 들을 때에도 불편하다"며 군대 내 학습 환경에 대해 비판했다.

한편 선거철마다 단골메뉴처럼 나오는 군인들을 위한 정책 역시 거의 지켜지지 않아 아쉽다고 예비군들은 입을 모았다.

이승훈(가명, 24)씨는 "사실 군 복무 중 월급 인상이나 복무 기간 단축은 거의 매 선거 때마다 공약이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복무 기간은 아직도 1년 10개월이고, 월급은 지난해에 비해 겨우 4% 올랐다고 한다. 요즘 물가 인상을 보면 군대 월급은 실질적으로 인상도 아니다. 언제쯤 군인들이 복무하기 좋은 군대가 될지 모르겠다. 매번 입바른 정책만 내뱉는 정치인들에게 실망이 크다."

"군인들을 위한 현실감 있는 정책, 절실합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2008년, 2012년 총선 때 내놓은 군 관련 공약 비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2008년, 2012년 총선 때 내놓은 군 관련 공약 비교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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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19대 총선에서도 18대 총선처럼 정당들은 군인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 공약에서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병월급 2배, 건강검진 등의 정책도 내놓았다. 다른 정당들도 마찬가지이다. 민주통합당도 사회복귀지원통장 등을 통해 군을 제대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공약에 대한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제대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김현우(가명, 23)씨는 "이번 19대 총선 공약들을 살펴보니 현실감이 전혀 없다, 또 지킬 수 없는 약속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18대 총선 때 공약들도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결국 지켜진 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이어 "가고 싶은 군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인 정책을 냈으면 좋겠다"며 "여기에 군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필수사항이다"라고 강조했다.

"예전에 TV에서 군 입대 신체검사를 배경으로 한 CF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아직도 출연한 남자가 '꼭 가고 싶습니다!'라고 외쳤던 말이 아른하다. 나는 이제 제대했지만, 앞으로 입대할 친구들을 위해 조금씩이나마 군대 복지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국가를 위해 청춘을 보내는 것만큼 국가도 우리에게 청춘에 대한 알맞은 보상을 해줬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 약속한 만큼 노력해서 군인들 누구나 보람 있는 병영생활, '꼭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김현우(가명, 23)씨

예비군들은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지켜줄 것을 부탁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한결같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입바른 말이 아니라 정말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들의 바람이 19대 국회에서는 이루어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김은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군대, #군인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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