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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당은 총선 공약을 실제 이행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를 실질적으로 줄이고 그들의 삶을 개선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각 당은 총선 공약을 실제 이행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를 실질적으로 줄이고 그들의 삶을 개선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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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은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임과 동시에 자아개념을 확립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이다. 또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통한 소득이 보장될 때, 보장의료, 교육, 주거 등 주요 정책에 대한 국가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고, 이에 대한 과세로 복지정책을 담보할 재원(기본은 부자증세가 되어야겠지만) 마련에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1997년 IMF를 계기로 들이닥친 정리해고의 칼바람 속에 이 땅 노동자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으로 내몰렸고, 이로 인하여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둘러싼 노동자들의 투쟁은 쉼없이 진행되었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의 대량 정리해고 이후 20여 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스트레스성 질환과 자살로 사망한 사실은, '제대로 된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았을 때 노동자들의 삶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가족'까지 무너져 내릴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정권 들어 노동자들의 처지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며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성장'이라는 미명하에 노골적으로 사용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OECD와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9년 고용 통계 관련 보고서'를 보면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시간제 근로자 등 제외)이 차지하는 비중에서 한국은 26.40%로 OECD 국가 가운데 폴란드(29.96%), 스페인(29.3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간제 근로자 등을 제외하였기에 현실과는 맞지 않지만, 국제적으로 봤을 때도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직 수출대기업만 이익이 되는 고환율정책 때문에 물가가 치솟았지만, 비정규직을 앞세운 공세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도리어 떨어지고 있다. 또한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너무나 정당한 요구는 공권력을 앞세운 무자비한 탄압에 의해 짓밟히고 있다.

물가 치솟는데 노동자 실질임금은 하락... 각 당의 정책은?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각 당의 노동정책을 살펴보자. 대체적으로 노동 정책의 기본 방향은 일자리 확보, 사회안전망 확보, 노동권 강화 등 다양한 영역이겠지만, 앞에서 밝힌 것처럼 현재 가장 큰 관심사인 각 당의 '비정규직 감소 및 보호 대책'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평가의 기준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이고 이는 실제로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가로 논할 수 있겠다.

각당의 비정규직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해 비정규직과 관련된 법안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비정규직은 고용방식에서 크게 직접고용(기간제)과 간접고용 등으로 나뉜다. 직접고용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여 둘 사이에 일대일 대응관계가 성립하는 경우로 일반적인 고용형태라 할 수 있고, 사용-종속 관계가 긴밀하다. 채용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노동자'가 대표적인데, 출산 등의 이유로 고용되는 기간제 교사를 예로 들 수 있다.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했고 2년 초과 시 무기계약근로자(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하여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이를 악용하여 2년 이내에 해고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기간제근로자 현황조사'에 따르면 2008년 8월 기준 노동자 300인 이상 대기업의 기간제노동자(계약기간 1년 6개월 이상)의 정규직 전환율은 17.1%로 전년 동기(19.4%)에 비해 2.3%포인트 떨어졌다.

간접고용은 근로계약상의 사용자와 사실상의 사용자가 다른 경우를 말하고, '근로계약상 사용자-사실상 사용자-노동자' 간 삼각관계가 성립한다. 사내하청과 파견이 대표적인데, 노동자가 다른 회사에게 고용되지만 업무상 관련한 지시를 일을 하는 곳(원청업체)으로부터 직접 받느냐(파견), 고용된 회사(하청업체)로부터 받느냐(사내하청)에 따라 나뉘어진다.

문제는 현재 파견근로자들은 계약기간이 최대 2년이 초과하면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기에, 많은 기업들이 하청업체를 통한 불법파견을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2월 23일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을 파견근로로 간주하고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하청 근로자의 정규직을 보장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모든 하도급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상반된 입장' 내놓아 진정성 보이지 않는 새누리당

2월 7일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근원적 문제 뿌리뽑는다"는 제목의 비상대책위원회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새누리당은 "비정규직의 열악한 근로조건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였지만, "기업의 노동 유연성은 보장"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노동유연성은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따라 인적 자원을 얼마나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배분 또는 재배분할 수 있는 정도'인데, 쉽게 이야기하면 '해고가 용이한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따라서 노동유연성이 높으면 고용불안이 높아지고 비정규직화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9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노동 유연성 문제는 올해 말까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할 국정 최대 과제"라고 밝혔고,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고용과 임금 등 노동 부문의 경직성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대통령의 평소 소신"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비춰봤을 때 새누리당이 비정규직 해결을 논하며 노동유연성 제고를 강조하는 이유는 노동자 생활의 개선보다는 노동자의 '협조'를 담보로 한 경제성장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비정규직 정책은 비정규직 규모의 비율의 축소에 대한 언급은 없고, '차별 금지'에만 방점이 찍혀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약속도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현 정부는 2006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으면서 청소용역업체 선정시 노임단가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하는 제조부문 보통인부 노임단가를 적용토록 했지만, 한국고용정보원이 2011년 8~11월 실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이 된 5개 공공기관 가운데 이 기준을 엄격히 지키고 있는 곳은 1곳에 불과했다. 물론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다를 것이라고 하겠지만, 이를 믿을만한 근거는 하나도 없다.

새누리당에 비해 긍정적 대책 내놓은 민주통합당

민주통합당은 3월 23일 발표된 '내 삶과 대한민국을 바꾸는 민주통합당의 정책 비전' 자료집을 통해 "현재 50%인 비정규직 비율을 25%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구체적 수치를 밝히고, 이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입법화"하고 "비정규직 차별 남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던 법을 수정하거나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외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시 기업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세액도 공제해 주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밝혔다.

이외에도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과 달리 '기간제(직접고용) 사용사유 제한'을 명시하고 있다.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기간제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는데 그 요건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이에 따라 향후 사용사유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이다.

또한 노사관계 공약 자체가 전무한 새누리당과 달리 민주통합당은 ▲ 국제노동기준에 입각한 취약계층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과 사각지대 해소 ▲ OECD 최하위수준인 단체협약 적용률을 높여 노동자 간 격차 해소 ▲ 전임자임금 노사자율 및 복수노조 자율교섭권의 보장 등을 약속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통합당의 노동정책이 새누리당과 차이점을 보이는 이유는 지난 2월 8일 민주통합당이 한국노총과 총선공약 마련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진행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노총이 주요 내용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전문가들 역시 통합진보당의 노동 정책과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다만 간접고용 대책에서 파견법 관련하여 통합진보당과 차이를 보이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이야기하겠다.

통합진보당 '사용자들에게 악용되는 파견법 폐지' 주장

통합진보당의 정책은 ▲ 동일노동-동일임금 법제화 ▲ 최저임금 인상 ▲ 비정규직 비율 25%로 감소 등 민주통합당과 대체적으로 유사하지만, '기간제 사용 사유제한'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밝힌 점과 간접고용 비정규직 관련하여 파견법 개정을 밝힌 민주통합당과 달리 '파견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먼저 통합진보당은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데, 출산, 육아, 질병, 부상, 계절사업, 일정한 사업완료기간 필요 및 그 외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 등으로 제시했다. 또한 기간제 근로자라는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한 경우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민주통합당 노동정책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파견법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대다수 제조업체에서는 '노동자 파견'이 금지되어 있기에 많은 제조업체들은 '하청업체'를 이용한 불법파견을 자행하고 있고, 이러한 행태에 대해 대법원에서는 이미 철퇴를 내렸다. 그렇기에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파견법 개정, 통합진보당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파견법이 다수 사용자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기에 폐지하고, 다만 불가피한 경우(앞에서의 기간제 등과 마찬가지로) 사유제한을 두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민주통합당은 파견이 만연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문제점을 일부 개정하자는 것이다. 향후 간접고용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많아져야 할 것이다.

정리하면 비정규직 대책을 중심으로한 '노동'정책은 '새누리당 vs.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의 대결구도라고 할 수 있다. 보호하기는커녕 비정규직을 도리어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2006년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주도했던 민주통합당이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간제사용사유제한' 등에 대한 정책을 내놓는 등 변화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또한 이는 통합진보당과 민주노총의 쉼없는 싸움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각 당이 내놓은 정책이 최선은 아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실제 이행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를 실질적으로 줄이고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사용자들은 간접고용, 직접고용 또 기간제, 파견, 하청 등 이해하기 힘든 온갖 '꼼수들'을 이용하여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묶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각 당은 정책을 실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난해 다수대중이 참여한 희망버스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를 풀어간 그 이상의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입니다



태그:#노동권 보장, #비정규직,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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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연대노조 정책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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