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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일용노동자들은 당연히 누려야할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일용노동자들은 당연히 누려야할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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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일용노동자 최아무개(57)씨는 요즘 '투표' 때문에 고민이 많다. 어떤 후보와 정당을 선택할 것인지는 두 번째 문제. 최씨는 "투표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부터 내쉰다. 최씨의 주소지는 광주광역시 남구 주월동. 하지만 최씨가 일하러 가는 현장은 전남 해남군에 있다. 작업시작 시간인 오전 7시까지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서 최씨는 늦어도 오전 5시 30분엔 집을 나서고 있다.

"선거일이라고 현장이 쉬는 것도 아니잖아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루 일 공치고 투표하러 간다는 것은 엄두도 못 냈어요. 일 끝내고 동료들이랑 막걸리라도 마실 때면 정치 얘기가 오가기 마련인데 열 내서 정치 얘기해봤자 뭐합니까. 투표할 수도 없는 처지인데…."

최씨처럼 일용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건설 일용노동자는 약 2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또 건설 일용노동자의 약 70%는 자신의 주거지 인근이 아닌 외지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11시간. '주 40시간 노동'은 건설 일용노동자들에겐 말 그대로 '꿈같은 얘기'일 뿐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건설일용노동자들에게 투표는 사치 아닌 사치가 되고 있다. 현행 투표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반적으로 건설노동자들은 일을 오전 7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마치기 때문에 투표권을 원천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처럼 노가다(건설일용노동)로 먹고 사는 사람은 아예 투표를 하지 마라는 얘기죠. 부재자 투표라도 하고 싶지만 건설현장까지 찾아와 부재자 투표 홍보해주는 곳도 없습니다. 선거 때 쉰다고요? 휴무수당 안 줘도 좋으니 쉬기만 해줘도 좋겠네요, 투표라도 하게."

근로기준법 제9조는 노동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및 기타 공민권 행사를 위해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면 사용자는 이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맘씨 좋은 사용자'를 만나지 않는 한 이 법 조항 역시 '그림 속 떡'에 불과하다. 투표일 전체를 휴무일로 정하는 문제는 노사합의나 취업규칙에서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사용자가 '특별한 선의'를 베풀지 않는 이상 투표일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건설일용노동자들은 지난 수년간 입법청원 운동을 통해 '투표권 보장'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건설일용노동자들의 청원은 국회에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법에 보장된 8시간 노동 준수는 고사하고 국민기본권인 참정권마저 박탈당한 채 '국민으로서의 의무'만 무겁게 지고 살아가고 있는 200만 건설일용노동자들. 이들이 "선거일을 유급 휴무일로 지정해서 투표권을 보장하라"고 수년째 외치고 있다.


태그:#4.11총선, #투표권, #참정권, #건설, #투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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