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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을 제외하곤 제법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겨우내 입었던 옷이 칙칙하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추운 겨울 동안은 꼼짝하기도 싫던 몸이 오늘은 왠지 봄이 오는 소리에 이끌려 근처 논둑길로 나섰습니다.
 
볼을 스치는 바람과 햇살이 따뜻해 잠시 산책 나가기엔 '딱'입니다. 얼었던 땅이 녹아서인지 걸을 때마다 스펀지를 밟는 마냥 푹신거립니다. '눈높이' 풍경은 겨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지만 발끝 아래 풍경에는 예쁜 봄까치꽃이 봄바람에 살랑살랑 미소를 품은 채 피어있습니다.
 
봄의 전령사 봄까치꽃이 따사로운 햇살에 활짝 웃고 있습니다.
 봄의 전령사 봄까치꽃이 따사로운 햇살에 활짝 웃고 있습니다.
ⓒ 김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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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속에서 활짝 핀 봄까치꽃
 바위틈속에서 활짝 핀 봄까치꽃
ⓒ 김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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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채 가시지 않음인지 광대나물 꽃은 겨우 몇 송이만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음인지 광대나물 꽃은 겨우 몇 송이만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 김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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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한창 푸르름을 자랑했던 식물들은 전쟁을 치른듯 앙상한 모습이지만, 긴긴 겨울을 이겨낸 이름 모를 들풀이 씩씩해 보입니다.
 
앙상하게 마른 도둑가시
 앙상하게 마른 도둑가시
ⓒ 김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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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과 모양이 달라진 부들
 색깔과 모양이 달라진 부들
ⓒ 김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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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가시와 부들은 그 모양과 색깔이 확연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여름 내 길 가던 사람의 바짓가랑이에 옮겨 붙었을 도둑가시는 더욱 단단해진 모양과는 달리 체념한 듯 고독해 보입니다. 짙은 갈색에 길쭉하고 매끈한 모양을 뽐내던 부들이 씨앗을 잔뜩 품은 채 봄바람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아마도 바람에 씨앗을 날려 보내 새 생명의 탄생을 기대하겠지요.
 
날씨가 풀리자 농부의 손길도 바빠집니다.
 날씨가 풀리자 농부의 손길도 바빠집니다.
ⓒ 김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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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는 농부의 마음도 바빠집니다. 올해 농사를 시작해야 할 논과 밭에 거름을 나르고 씨앗을 심을 땅을 골라야 하니까요. 농사일을 하러 나가시는 노 부부의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 보입니다.
 
일을 나서는 노 부부를 보면서 어릴적 봄이면 들로 산으로 쑥이며, 취나물을 캐러 나가시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제는 팔순 노인이 되어 경로당의 안방 마님이 되셨지만, 아침저녁 늘 밭으로 마실을 나가십니다. "논밭에 자라는 곡식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진단다",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차랑차랑 열매 맺는 모습이 넘 사랑스럽다"던 어머니의 말씀이 귓가에 맴도네요.
 
하지만 방심은 금물.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아직 몇 차례는 더 있을 듯 하네요. 포근한 때를 잘 맞춰 가족과 함께 봄마중 나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봄, #봄까치꽃, #광대나물, #봄마중,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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