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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3일 오전 9시 25분]

민간인 사찰 증거 인멸을 지시한 '윗선'으로 의혹을 받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용어는 현정부를 음해하기 위한 음모이고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민간인 사찰 증거 인멸을 지시한 '윗선'으로 의혹을 받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용어는 현정부를 음해하기 위한 음모이고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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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로 몸통입니다. 몸통입니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민간인사찰사건에 대한 '자료삭제'를 지시한 것은 바로 자신이라고 두 차례나 목소리를 높였지만 여권 일각에서조차 "실제 몸통은 이명박 대통령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게다가 충격적인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과거와의 단절'을 외쳐온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소극적인 반응에 대한 뒷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가 단독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은 2011년 3월 17일과 18일 장 전 주무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민정에서도 얘기도 그렇고 자네는 이제 최대한 벌금형 정도", "얘기된 대로 다 일이 끝나야 될 텐데 재판부하고. 그걸 바래 봐야 되고, 안 그래도 어제 민정 쪽하고도 계속 모니터링 하고 그랬고", "민정에서 나오는 얘기로는 재판기록 검토가 다 끝났다"고 전했다.

그는 이보다 앞선 2010년 10월 18일 민간인사찰 증거인멸 1심 재판을 받던 장 전 주무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민정(수석실)'을 언급했다. "겨우 틀어막고 있는데 결론은 뻔하다"면서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가면)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하고,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국감에서 (증언)했던 권태신 (국무총리)실장도 위증문제로 다 걸릴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최 전 행정관의 말대로라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장진수 전 사무관 재판에 대해 '재판부와 조율'하는 수준으로 개입한 것이다.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이 검찰수사의 핵심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번 은폐사건에 대해 "이 대통령이 실제 몸통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종익 사찰'건이 다 드러난 상황이었는데도, 컴퓨터를 부수라고 하고 돈을 줘서 입막음까지 시도한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서 "대통령에게 보고된 사안이 아니라면 밑에서 그렇게 움직일 수 없다고 보는 게 상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절대 공개돼서는 안 될 것들이 그 안에 있다는 것인데 그건 박근혜 위원장 등을 포함해 여야 의원들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영호 전 비서관 같은 사람들이 초기에 덮어쓰고 가야 하는데 이를 회피하다가 일이 커진 것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아는 사안이라고 공유돼야 그나마 움직인다"

참여정부 청와대의 사정라인에서 근무했던 한 고위인사도 "'김종익 사찰'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대통령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활동에 대해 세세하게 알지 못했겠지만,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는 대통령이 알아야 한다"며 "그 뒤에는 은폐든 뭐든 대통령 모르게 사건을 핸들링할 수 없는 것이 청와대 구조이고, 만약 모르게 했다면 대통령에 대한 기만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가 터진 상황에서 비서실장이 비서관이나 행정관에게 무마나 은폐 지시를 내릴 경우 공무원들 특히 직업공무원들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이 아는 사안이라는 게 공유돼야 그나마 불만 속에서도 움직이는 것이고, 이번의 경우 그래도 이른바 '영포라인' 인물들이니까 행동에 나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민정수석실이 아니라 고용노동비서관이 움직였다는 것은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는 공조직이 과거 하나회처럼 사조직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찰도 은폐도 조직적으로 행해졌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도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영호 전 비서관의 윗선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 정도 사안이면 대통령까지도 보고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사건이 커져가고 있는데 비해, 여권의 새 얼굴로 등장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검찰의 재수사 방침이 알려진 뒤인 16일 오후 기자들의 질문에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당연히 명명백백하게 수사를 하거나 조사를 해야 한다, 그런 것에 예외를 두거나 감추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박 위원장이 직접한 첫 발언이다.

그 뒤 22일 "새로운 사실이 거기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서 책임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저의 입장이고 당이 입장"이라고 다시 한번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안이 분명해지고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힌 뒤에야 발언하는 것이 그 특유의 '뒷북' 어법이기도 하지만,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제한적 협력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를 맡은 뒤 '과거와의 단절'을 말하면서도' 이명박 정부와는 정책적으로 자연스럽게 갈라질 것이며 이 대통령의 탈당은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비대위원들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공천과정에서 친이(이명박계) 인사들의 탈당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박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는 칭찬으로 이에 화답했다.

최근 공개된 이달곤 정무수석의 '공천 축하 문자메시지', 이봉화 전 차관과 이만우 교수에 대한 청와대의 비례대표 선정 요청을 공천위가 수용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태그:#사찰은페, #이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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