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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을 활보하고 다니는 닭. 공장이나 아파트를 닮은 양계장과는 차원이 다른 닭농장이다.
 운동장을 활보하고 다니는 닭. 공장이나 아파트를 닮은 양계장과는 차원이 다른 닭농장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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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체력관리를 잘 한 사람이 엔간한 감기쯤은 거뜬히 이겨내잖아요. 땅심을 높여주면 작물이 병해충에 강하고요. 닭도 똑같아요. 자연 속에서 자란 닭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죠. 그 닭이 건강하고 안전한 달걀을 낳는 것이고요."

꿋꿋하게 유기축산을 실천해 오며 전남도에 의해 '유기농 명인'으로 지정된 송홍주(59·전라남도 담양군 무정면) 씨의 얘기다. 16년째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벌써 여러 해 전 유기축산물(달걀) 인증을 받았다.

송씨가 시행하는 유기축산의 핵심은 사육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동물복지'에 있다. 깨끗한 환경은 기본이고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풀어진 닭들이 땅을 헤집으며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 농장은 또 대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여기저기 풀어진 닭들이 땅을 헤집으며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 농장은 또 대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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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가 계사 안을 노닐고 있다. 계사 안도 깔끔하다.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다.
 병아리가 계사 안을 노닐고 있다. 계사 안도 깔끔하다.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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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동물복지는 유별나다. 닭장의 문을 열 때도 조심스레 노크를 할 정도다. 닭들이 화들짝 놀라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계사에는 습성대로 닭들이 올라가 쉴 수 있는 횟대와 편안하게 자고 알을 낳을 수 있는 수면실도 갖춰져 있다.

활발하게 노닐 수 있는 운동장도 드넓다. 발로 헤집으며 놀 작은 동산도 있다. 닭은 여기서 지렁이며 개미, 땅강아지 등 여러 곤충을 잡아먹으며 포식을 한다. 곡식의 낟알과 여러 가지 풀의 씨앗도 찾아 배를 채운다.

운동장 주변은 대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한켠에 작은 연못도 있다. 횟대는 여기서 닭의 놀이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이 농장의 닭은 잠잘 때와 알을 낳을 때, 그리고 날씨가 고르지 못한 날을 빼곤 하루 종일 드넓은 자연 속에서 뛰어논다. 여느 양계장과 달리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다.

"유기축산을 하면 냄새가 안 나요. 옛날에 놓아 기른 닭에서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이치죠."

송씨의 설명이다. 닭에 먹이는 것도 다르다. 송씨는 유기농 곡물사료 외에 들녘에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을 뜯어 먹인다. 농장 면적 1만여㎡(3000평)에서 닭 6000마리를 키우면서 농원 면적의 3분의 1을 초지로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댓잎, 찻잎, 솔잎, 뽕잎, 은행잎, 칡잎 등을 발효시킨 물과 건더기도 같이 먹인다. 물도 식수로 검증받은 1급수만 쓴다.

운동장을 노니는 닭들. 수탉 한 마리가 암탉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운동장을 노니는 닭들. 수탉 한 마리가 암탉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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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서 노닐던 수탉 한 마리가 암탉의 벼슬을 쪼고 있다.
 운동장에서 노닐던 수탉 한 마리가 암탉의 벼슬을 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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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나 성장촉진제 같은 건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한 마리의 점유면적이 A4용지 한 장도 안 되는 '아파트식(공장식) 양계장'에서 몸집을 불리며 알을 낳는 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여건이다. 병아리 때부터 이렇게 자란 닭은 질병 저항력이 강해진다. 건강한 달걀을 낳을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이렇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안전한 먹을거리만 먹고 자란 닭이 낳은 달걀은 모두 유정란으로 차별화된다. 유기 인증도 달걀에 이 제도가 도입된 첫 해인 지난 2005년부터 받았다. 생산량은 하루 3000개, 한 달에 9만 개 정도.

유기 축산을 하면 관행사육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생산성도 높다. 산란율도 평균 95%를 유지할 정도. 학계에서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달걀은 서울 등 대도시 판매장을 통해 팔린다. 가격도 한 알에 800원 안팎. 일반적인 달걀에 비해 네다섯 배 비싼 값이다. 향긋하고 고소한 맛도 빼어나다. 주부들이 기피하는 달걀의 비릿한 냄새도 전혀 없다. 한번 맛을 본 소비자들의 주문이 이어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정도다.

운동장을 활보한 닭들이 낳은 달걀.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운동장을 활보한 닭들이 낳은 달걀.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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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주인 송홍주 씨가 달걀을 선별하고 있다. 송씨는 '유기농 명인'으로 지정돼 있다.
 농장 주인 송홍주 씨가 달걀을 선별하고 있다. 송씨는 '유기농 명인'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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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축산물 유통업을 하다가 지난 1996년 귀농했습니다. 처음부터 자연 상태에서 놓아 기르며 유기달걀 생산을 시작했는데요. 처음엔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 순간도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행정안전부로부터 '신지식인상'을 수상했다. 농식품부장관상도 받았다. 전라남도로부터 '유기농 명인'으로 지정된 것도 앞선 유기축산 실천을 인정받은 것이다.

큰 아들이 수의사로 일하고 있고, 작은 아들이 동물자원학과에 다니고 있는 것도 앞으로 달걀을 생산하는 채란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그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송씨는 "앞으로 자연순환 유기농업으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면서 '축산은 오염원'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농장과 체험관광을 연계시킨 유기생태 관광농원으로 가꿔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담양에 있는 송홍주 씨의 닭농장 입구. '유기농명인' 간판이 크게 씌어 있다.
 담양에 있는 송홍주 씨의 닭농장 입구. '유기농명인' 간판이 크게 씌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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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양계, #송홍주, #방목축산, #유기농명인, #다란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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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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