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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돌아보는 실크로드 여행. 이번 실크로드 여행의 출발지인 카슈가르에서 타클라마칸 사막 입구가 있는 오아시스 마을 호탄을 향해 쉬지 않고 페달을 밟고 있다.

늦은 저녁 도착한 칼의 고장 옌지사르. 무더운 날씨와 계속되는 여행 일정으로 체력은 이미 바닥난 상태. 중국은 물론 세계에도 알려진 마을이기에 서둘러 숙소를 빠져나와 마을을 살펴보고, 시장에 들러 위구르 인들의 삶과 맛을 경험하고 숙소로 돌아와 두 바퀴 여정의 첫날을 마무리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독한 여정을 시작하다

옌지사르를 지나 호탄으로 가는 길. 무더위로 쉬지 않고 물을 마신다.
 옌지사르를 지나 호탄으로 가는 길. 무더위로 쉬지 않고 물을 마신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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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어둠의 시간. 나는 이번 실크로드 두 바퀴 여행에 함께 온 동료보다 페달 밦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 몇 시간 일찍 출발하기로 하고, 짐을 챙겨 서둘러 숙소를 빠져 자전거에 오른다.

어둠으로 덮인 옌지사르를 빠져나와 서쪽으로 가는 길.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을 감싸고 있던 어둠의 힘은 약해지고, 그 사이를 비집고 새어 나오는 밝은 빛이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사람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낯선 풍경.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을 따라 고독한 여정을 시작한다.
 사람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낯선 풍경.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을 따라 고독한 여정을 시작한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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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 타클라마칸은 중국 최대의 사막인지라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도로 양옆에 뻗어있던 푸른 잎들이 하나 둘 사라지더니 이내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든 낯선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황량한 길 중간에 그려진 아스팔트가 아니면 이방인인 나로서는 방향조차 잡을 수 없는 이곳. 무엇보다 저 앞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사진으로 나의 여정을 기록한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사진으로 나의 여정을 기록한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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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는 고비가 있다고 했던가? 넘기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 시기를 이겨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공의 달콤함을 만날 수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몰아 내쉬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고비를 넘어 성공이라는 달콤함을 찾아 고독한 여정을 시작한다.

이름도 없는 오아시스 마을

지도상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오아시스 마을.
 지도상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오아시스 마을.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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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달린 지 약 3시간. 노란 모래와 바람에 깎인 돌들로 가득한 황량한 길 끝으로 마을임을 알리는 녹색 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서둘러 페달을 밟아 도착한 작은 마을. 지도에는 나와 있지도 않은 이곳을 기록하고자 지나가는 이들에게 마을 이름을 물어보지만 하나같이 '없다' 혹은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어찌됐든 이른 새벽 출발한 내게 있어서 너무나 반가운 마을. 서둘러 배를 채우기로 하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물어 문이 열린 상점을 찾는다.

버스 정류장 뒤 쪽에 상인들이 분주하게 가게를 열고 있다.
 버스 정류장 뒤 쪽에 상인들이 분주하게 가게를 열고 있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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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이들에게 물어물어 도착한 간이 버스 정류장 뒤쪽 작은 공간. 이른 아침임에도 지나가는 이방인을 위해 가게를 열고 있는 상인들로 분주하다.

"밥 또는 식사거리 없어?"
"없어."

가게를 열고 있는 상인에게 다가가 중국말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 있는지 물어보는데 상인의 표정이 영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사실 그것도 그러할 것이 일부 한족(漢族)이 위구르족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경향이 짙어 이곳 사람들 역시 한족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 같은 국적이지만 외모는 물론 모든 것이 한족과 다른 이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보통어로 질문하는 나를 못마땅하게 여겼을 것이다. 정말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나를 한족이라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몰라 나는 내가 한국인임을 밝히고 다시 질문을 던진다.

"우리 한국 사람이야. 밥 좀 팔아라."
"아 그래? 미안. 낭하고 달걀있어. 식사 메뉴는 아직…."

양고기를 넣은 위구르 국수 '빤미엔'

신장 지역 식당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동식 세면대.
 신장 지역 식당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동식 세면대.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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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우리 일행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달걀과 낭을 내어준 상인 덕에 정류장 한쪽에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열량이 부족해 힘이 나질 않는다. 혹시나 이른 아침 문을 연 식당이 있을까. 마을 주변을 살피는데 우리보다 약 2시간은 늦게 출발했을 동행이 식당 앞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헉,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이 식당 문 열었어요?"
"한 시간 빨리 출발했어. 식당 문 열렸지."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동행이 어떻게 지금 이 시각에 이곳에 있는지 물어보니 한 시간 빨리 출발해 조금 전 이곳에 도착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 식당을 추천받아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동행을 만났다는 반가움보다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앞서 대화를 마무리짓고 서둘러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가게 안을 살피는데,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이 많아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양고기를 안에 넣은 만두. 보이는 것과는 달리 안에 육즙이 가득 들어있어 맛이 기가 막히다.
 양고기를 안에 넣은 만두. 보이는 것과는 달리 안에 육즙이 가득 들어있어 맛이 기가 막히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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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줄까?"
"차림표 좀 보여주세요."
"만두랑 빤미엔(拌面)밖에 없어. 뭐 줄까?"

사람이 많아 분주한지 음식 주문을 재촉하는 직원. 평소 같으면 쓴소리 혹은 불쾌한 표정으로 나의 기분을 표현하겠지만, 이곳을 지나치면 언제 식당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쓴 미소를 지으며 만두와 국수를 하나씩 주문하고 가게 밖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2분도 지나지 않아 테이블에 올라온 만두. 너무 빨리 나온 것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직원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기에 맛은 기대도 안 하고 하나를 집어 입어 넣는다. 그런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적당하게 익힌 만두피 속에 육즙이 살아 있는 양고기. 씹는 맛은 물론 향까지 좋아 지금까지 먹었던 다양한 만두 중 최고라 이야기해도 부족함이 없다. 저절로 터져나오는 감탄사를 멈출 수 없다.

양고기와 채소를 넣고 토마토 소스에 볶은 위구르 면 요리. 빤미엔.
 양고기와 채소를 넣고 토마토 소스에 볶은 위구르 면 요리. 빤미엔.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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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나온 빤미엔(拌面). 양고기와 채소 그리고 토마토를 볶고 그 안에 면을 넣은 위구르 음식으로 이곳 신장 지역은 물론 유럽국가에서도 유명한 위구르 대표 음식이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맛본 국수지만, 먼저 나온 만두의 맛이 일품이었던 터라 기대에 부풀어 입안 한가득 국수를 밀어 넣는데, 역시나 만두 못지않게 그 맛이 기가 막히다.

토마토 특유의 향과 씹는 맛은 물론 양고기와 신선한 채소, 그리고 적당히 익힌 면이 어울려 맛이 아주 좋다. 무엇보다 먼저 나온 만두와도 잘 어울리는 이 맛에 직원의 불친절은 잊힌다. 입안 가득 국수와 만두를 밀어 넣으며 행복과 에너지를 가득 채운다.

오아시스 마을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로 가는 길.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을 따라 달린다.
 오아시스 마을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로 가는 길.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을 따라 달린다.
ⓒ 오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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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추가 주문을 하고 나서야 끝이 난 아침 식사. 계산하기 위해 식당 내부로 들어가는데 돈이 들어있는 계산대를 비울 정도로 정신없이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 이 식당에 들어왔을 때 주문을 재촉하는 직원의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상황. 정신이 없는지 땀을 흘리면서 나에게 다가와 계산을 하고는 급하게 다른 테이블로 달려가는 직원 모습에 처음에 쓴 미소로 주문을 했던 나의 행동이 살짝 부끄러워 조용히 식당을 빠져나온다. 직원의 상황을 이해했으면 더욱 즐거운 아침 식사가 되었을 텐데…. 아쉬움을 토한다.

덧붙이는 글 | 2011년 7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다녀온 여행입니다.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막, #실크로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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