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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독립영화협회 이훈규 감독이 '구럼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감독이 들고 있는 펼침막은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들이 상경할 때 가져온 것이다.
 지난 19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독립영화협회 이훈규 감독이 '구럼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감독이 들고 있는 펼침막은 제주도 강정마을 주민들이 상경할 때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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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인 삼성이 이제는 구럼비 바위를 포함한 자연을 개발이익을 내기 위한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고를 전환하고, 절차도 소통을 통한 민주적 과정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모두가 함께 다 잘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으면 합니다."

19일 정오부터 오후 7시가 넘는 시간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를 포함한 회원 감독들이 참여한 가운데 '강정마을 구럼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릴레이 일인시위가 진행됐다. 두번째로 일인시위에 참여한 이훈규 감독은 "내일 구럼비 폭파를 강행하고 있는 삼성과 정부에 대해, 사고의 전환으로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티벳 영상활동가의 우정과 티벳 독립을 다룬 다큐멘터리 '라싸에서 온 편지'를 제작중인 이훈규 감독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군사 기지 증설을 빌미로 평화를 위협하는 계획이며, 군비증강은 경쟁적으로 다른 나라의 군비증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현재 삼성이 20일 구럼비 발파를 강행하고자 하는 것은 군과 건설사, 국가가 (토건)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5년 넘게 반대해 온 강정마을 주민들의 동의도 합의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비민주적 절차로 건설계획을 통과시켰으며, 정권교체시기가 다가오자 이 계획이 무산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조급함 때문에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20일은 제주도에서 해군기지 공사결정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기로 되어 있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강정마을을 네 차례 방문했다고 소개한 이훈규 감독은 "구럼비 바위는 까칠까칠한 현무암 바위와 다른 아주 부드러운 재질의 큰 한 덩어리의 너럭바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정마을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절대보존지역이며, 제주도에서 하나뿐이고 세계적으로 희귀한 지형이라며, 특히 이곳에서 올라오는 용천수(지하수)는 제주 남부인 서귀포 지역 식수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이곳의 파괴는 제주도민의 식수원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공사인 삼성과 대림이 이러한 자연생태적인 지역민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미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손해 볼 수 없다거나, 중국의 군사위협 논리만을 갖고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 감독은 "자연과 다수의 생명들이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지역을 부숴가면서 군사기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자연에 속한 인간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일인시위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원우('살 중의 살'), 이훈규 ('라싸에서 온 편지'), 조영가 ('돼지의 왕' 프로듀서), 김일권 ('잼다큐 강정' 프로듀서), 김조광수 ('조선 명탐정' 프로듀서)이며, 오후 5시 해군의 구럼비 기습 발파 소식에 한국독립영화협회 임창재 대표, '잼다큐 강정'의 김동현 프로듀서, 현재 개봉중인 '두개의 선'의 지민감독,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서영 활동가 등이 추가로 참여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이훈규 감독에게 북아현 뉴타운재개발 문제와 상가세입자 농성장 이야기를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강정마을에 건설하려고 하는 것은 미국의 해군기지다. 이훈규 감독을 인터뷰하는 동안 광화문 광장 멀리 붉은 미국 성조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지난 19일 오후, 한국독립영화협회의 '구럼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에 강정마을에서 가져온 펼침막과 돌 위에 '생명형화 강정마을' '구럼비를 지켜주세요. 발파 D-1'이라고 적혀있다.
 지난 19일 오후, 한국독립영화협회의 '구럼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에 강정마을에서 가져온 펼침막과 돌 위에 '생명형화 강정마을' '구럼비를 지켜주세요. 발파 D-1'이라고 적혀있다.
ⓒ 전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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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독립영화협회 소속 이훈규 감독
이훈규 감독이 만든 짧은 영상 '구럼비의 생명들.' 구럼비 바위 안에 게 한 마리가 숨어있다.
 이훈규 감독이 만든 짧은 영상 '구럼비의 생명들.' 구럼비 바위 안에 게 한 마리가 숨어있다.
ⓒ 이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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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영화협회 소속의 이훈규 감독을 광화문광장에서 만나 일인시위를 진행하는 이유와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이야기, 현장 활동가 양윤모 선생님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 처음 강정마을을 방문한 것은 언제였나요?
"처음 강정마을을 방문한 것은 2008년 당시 KBS 방송 프로그램 외주 제작을 맡고 있어 이 문제를 다루어 보기 위해 제주를 방문했었는데 제안서가 채택되지 않아 지역 분들에게 미안했었어요.

이후, 작년 5월 1일에 제주에서 음악을 하는 세 팀이 제주 클럽블루힐에서 '강정마을 돕기 콘서트'를 했을 때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세력' 회원들과 함께 강정마을을 방문했었지요. 당시 독립영화 감독들이 100일 동안 강정마을에 머무르면서 '잼 다큐강정'이라는 제목의 70분짜리 영상물을 만들어 'DMZ 다큐 영화제'에서 상영하기도 했어요."

- 강정마을에서 활동 중인 양윤모 선생님은 어떤 분이세요? 
"그분은 전 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이고, 2006년도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분이세요. 당시 멀리 뒤에 보이는 경복궁 입구 앞 광화문 소공원에서 100일 동안 농성을 하셨고요. 이후, 고향인 제주로 내려가신 후 강정마을 지키기에 함께 해 오신 것이지요. 구럼비 바위를 지키는 과정에서 70여 일간 단식을 하셨고, 얼마 전에도 40일 간 단식을 하고 현재는 미음을 들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 제작 중인 <라사에서 온 편지>는 어떤 작품인가요?
"10년 전 사진작업을 하는 후배가 티벳을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영상 활동을 하는 티벳 젊은이로부터 '달라이라마'께 전달해 달라고 받은 편지가 한 장 있었는데 그 후배가 외국으로 나가면서 그 편지를 제게 맡기고 떠났어요. 이후 저는 티벳을 방문해 그 젊은이를 만났고. 작년에는 인도를 방문해 달라이라마의 정치총리를 만나 그 편지의 복사본을 전달했었어요. 본래 달라이라마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지 않았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정치총리를 두어 정치와 종교를 분리했어요."

- 그럼, 달라이라마를 만나 그 편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을 맺겠군요?
"네. 그렇게 될 거예요. 올해 안에는 그 작품을 마무리해야 해요.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작지원을 받았거든요."

- 작품 속 주인공인 티벳 청년은 왜 직접 인도방문이 어려운가요?
"중국정부에서 티벳인들에게 여권을 발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정부의 티벳인들에 대한 자유의 억압, 지역민들의 의견무시, 정부가 강압적으로 정책을 진행하는 것 등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모습과 닮아있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주세요.
"삼성은 전 세계 순위에 드는 큰 기업입니다. 자연을 이익을 얻기 위한 또는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군사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자연과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국민들도 기업을 무조건 싫어하지는 않거든요.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할 수 있는 그런 발상을 하면 좋겠어요.

지난 주 정부와 삼성은 '국가안보'라는 명목으로 앞으로 3개월간 발파에 사용될 43톤의 화약을 구럼비  바위로 이동시켰고, 현재도 천공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해요. 또, 현장의 외국인 활동가에게는 짐을 꾸릴 시간도 주지 않고 강제출국을 시켰고요. 우연이겠지만 '43톤'이라는 숫자는 제주 4·3항쟁을 떠올리게 하고 있지요."

- 어제(18일) 제주도에서 올라오셨다고 했는데, 언제 내려가신 건가요?
"지난 7일 처음 구럼비 바위 발파가 시작된 날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에 참가했으며, 다음 날 '김여진과 날라리' 회원들과 함께 제주도에 내려갔어요. 현장에는 서경석 목사가 찬성집회를 하고 있어서, '해군기지 찬성촉구집회 참가자들의 내막'이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물을 만들기도 했어요."

- '잼 다큐 강정'은 어떤 영상물인가요?
"여덟 명의 영상작가들이 참여해 만든 옴니버스 식의 영상이예요. 서강대 등에서 공동체 상영 예정이예요. blog.naver.com/jamdocu 에 가시면 상영일정을 확인할 수 있어요."

'제주에 평화를 허하라!'라는 부제의 '잼다큐'의 공동체 상영일정은 3월 20일(수)과 21(목) 오후 6시 서강대 메리홀에서, 인디다큐페스티벌의 일환으로 22(목) 오후1시에는 홍대롯데시네마(GV)에서, 26일(월) 오전11시에는 홍대롯데시네마에서 상영한다.

작년 12월 22일 상영을 시작한 '잼다큐 강정'의 포스터. 8인의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형식의 영상물이다.
 작년 12월 22일 상영을 시작한 '잼다큐 강정'의 포스터. 8인의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형식의 영상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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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영화협회 임창재 대표가 1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구럼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임창재 대표가 1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구럼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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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잼다큐 강정'의 김일권 프로듀서가 '구럼비 바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19일 오후, '잼다큐 강정'의 김일권 프로듀서가 '구럼비 바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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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잼다큐 강정'의 김동현 프로듀서가 '구럼비 바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19일 저녁 '잼다큐 강정'의 김동현 프로듀서가 '구럼비 바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 @JamDo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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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현재 상영중인 '두개의 선'의 지민 감독이 '구럼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19일 저녁, 현재 상영중인 '두개의 선'의 지민 감독이 '구럼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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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서영 활동가가 광화문 광장에서 '구럼비 바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19일 저녁,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서영 활동가가 광화문 광장에서 '구럼비 바위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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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잼다큐 강정' 블로그 blog.naver.com/jamdocu
'잼다큐 강정' 트위터 @JamDocu
'잼다큐 강정' 공식예고편 http://blog.naver.com/jamdocu/60149190202
'잼다큐 강정' 공동체 상영일정 http://blog.naver.com/jamdocu/60149190202



태그:#구럼비, #강정마을, #북아현, #독립영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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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동네의 성미산이 벌목되는 것을 목격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이주노동자방송국 설립에 참여한 후 3년간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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