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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에서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불교식입니다. 여학생들은 기모노를 입고 남학생들은 주로 양복을 입습니다. 졸업 가운을 거의 입지 않습니다.
 체육관에서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불교식입니다. 여학생들은 기모노를 입고 남학생들은 주로 양복을 입습니다. 졸업 가운을 거의 입지 않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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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0시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 졸업식이 시가켄 세타 캠퍼스에서 있었습니다. 해마다 겪는 졸업식이지만 졸업하는 학생들이 다르다보니 새 기분입니다. 드디어 오늘은 기사를 쓰기로 맘을 먹고 사진을 찍으면서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모든 대학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만 일본 대학 졸업식은 졸업 가운을 입지 않습니다. 박사 학위 수여식도 학위기만 수여하지 가운을 입지 않습니다. 졸업생이나 교원들도 가운을 입지 않습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학생들이 졸업식장을 나가고 있습니다. 유도하는 직원의 지시에 따라서 뒷줄부터 한 줄 한 줄 질서정연하게 빠져나갑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학생들이 졸업식장을 나가고 있습니다. 유도하는 직원의 지시에 따라서 뒷줄부터 한 줄 한 줄 질서정연하게 빠져나갑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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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 시절 졸업생들이나 교수님들 가운 챙기는 데 적잖은 수고를 경험한 적이 있어서 일본 대학 졸업식은 새롭게 느껴집니다. 한국에서 학위를 받을 때 형편상 가운을 구입하지 않은 나로서는,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없을 것 같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학 졸업식 때 가운을 입는 것은 아마도 유럽식인 것 같습니다. 학문에 따라서 색깔이 다른 후드를 걸치기도 합니다. 평소 열심히 공부하다가 졸업식 날 혹은 학위를 받는 날 후드로 색깔을 구별하여 학문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서 당당히 졸업식장에 들어가도 크게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평생 한 번뿐인 학위 수여식 혹은 입학식, 졸업식, 혹은 특별한 날을 위해서 가운을 준비하는 것은 낭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체육관 밖으로 나온 졸업생들이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체육관 밖으로 나온 졸업생들이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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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도 학교에 따라서 다를지 모르지만 이곳 대학에서는 학부별로 졸업식을 합니다. 큰 체육관에 단상 앞쪽으로는 졸업생들이 앉고 뒤쪽으로는 학부형님들이 앉습니다. 그리고 강단 왼쪽에는 선생님들이 앉고 오케스트라단, 만도린 합주단, 남성합창단 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불교 재단에서 만든 대학이라 불교식으로 졸업식을 치릅니다. 남성합창단은 불교 의식에 따른 불교 노래를 무반주로 부릅니다. 학생들은 거의 모두 졸업식에 참석합니다. 졸업식이 끝나면 '제미'라고 하는 졸업논문 지도 반별로 각 교실로 들어가서 졸업장과 성적증명서를 받습니다.

졸업식장에는 민속의상이 눈이 띄기도 합니다. 중국 민속의상이나 한복도 가끔 보입니다.
 졸업식장에는 민속의상이 눈이 띄기도 합니다. 중국 민속의상이나 한복도 가끔 보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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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학생들은 주로 기모노를 입고 졸업식에 참석합니다. 미리 예약하여 빌려서 입습니다. 평소 늘 학교 매점에서 졸업식에 입을 기모노 예약을 받습니다. 예약한 뒤 졸업식 날 업자와 약속한 교실에서 갈아입고 참석합니다. 비록 극소수이지만 양장으로 참석하는 학생들도 있고, 유학생들은 자신의 민족 전통의상을 입기도 합니다.

시작과 끝에 '매듭'으로서 입학식이나 졸업식을 치릅니다. 꼭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관습으로 정착된 느낌입니다. 비용과 노력을 들인 만큼 매듭으로서 그동안의 생활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포부를 새롭게 다짐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어를 배운 졸업생들과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국어를 배운 졸업생들과 같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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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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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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