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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각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 위원을 선출하는 달이다. 법적기구인 학운위가 생긴지 16년이 됐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는 학부모들이 많다. 또한 위원을 하면 학교에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시각도 여전하다.

학운위는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위해 생긴 기구이다. 학운위의 역할과 현실, 모범 사례 등을 짚어봤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역할

민주적 학교운영
 민주적 학교운영
ⓒ 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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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운위는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각 학교에 설치하는 심의·자문 기구로, 1996년부터 시행된 법적 기구이다.

학교운영 의사결정단계에 학부모·교원·지역인사가 참여해 정책 결정의 민주성·합리성·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사결정(심의·자문)기구의 역할을 한다. 때문에 교원위원, 학부모위원, 지역사회위원으로 구성된다. 보통 전체 위원 중 교원위원 30~40%, 학부모위원 40~50%, 지역위원 20% 정도 비율로 구성한다.

위원의 임기는 보통 4월 1일부터 시작해 다음해 3월 31일까지이다. 때문에 모두 3월 안에 선출한다. 우선 학교에서 교원위원을 선출한 후 학부모위원을 선출하고, 교원위원과 학부모위원이 지역위원을 추천한다. 추천된 이들을 놓고 교원위원과 학부모위원이 논의해 선출한다.

교원위원이나 학부모위원은 임기 시작일 10일 전까지, 지역위원은 임기 시작일 1일 전까지 선출하면 된다. 학부모위원의 경우 학부모총회일 3~4일 전까지 모집일을 정하면 된다.

학부모위원의 경우, 먼저 학교에서 가정통신문과 홈페이지, 학교 공고문을 통해 모집기간을 모든 학부모에게 알린 후 신청서를 받는다. 인천시교육청은 모집기간을 7일 이상으로 할 것을 각 학교에 권장하고 있다.

학부모위원 신청자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 학부모총회에서 직접투표로 선출한다. 정원을 넘지 않을 경우에는 직접투표를 하지 않는다.

학운위는 학교 교육과정 운영이나 예산에 관한 모든 사항을 심의할 수 있다. 산하에 학교급식 업체 선정과 관련해 식재료 납품 업체 방문이나 위생 점검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급식소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해야한다. 또한 급식소위원회처럼 수학여행소위원회·앨범소위원회·예결산소위원회를 산하에 설치할 수 있다.

급식업체의 선정, 현장학습의 숙소와 버스업체 선정 등을 심의해 교장이나 학교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던 교육과정을 학교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민주적인 과정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사항들도 있다. 학운위는 학부모가 경비를 부담하는 사항을 심의할 때는 사전에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며, 학생의 학교생활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위원장이 학생대표를 회의에 출석시켜 발언을 들을 수 있다. 또한 학생대표는 학생의 학교생활과 관련한 사항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운위에 건의할 수 있다.

학운위 회의를 일과 후나 주말 등 위원들이 참석하기 편리한 시간에 개최해야하며, 위원장이 학교발전기금 운영계획을 학운위에 제출해야한다. 회의 개최일·안건·회의 결과·회의록·연간 활동 보고서 등을 학교홈페이지 등에 공개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의 현실은?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위한 법적 기구인 학운위가 탄생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부모나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 통로가 되지 못하고 학교장이 주도하는 '거수기구'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높다.

때문에 의식 있는 학부모나 지역인사가 위원으로 참가하는 것을 학교와 교장이 노골적으로 막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으며, 예산낭비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대해 지적하는 일부 학부모 위원들의 문제 제기를 표결에 부쳐 밀어붙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인천 남구의 A초등학교는 최근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 학부모위원 선출 모집 공고를 냈지만, 언제부터 언제까지 모집한다는 내용을 넣지 않았다. 학부모가 전화로 확인한 후에야 알 수 있었으며, 모집기간은 가정통신문이 나간 날을 포함해 3일뿐이었다.

부평구의 B초교는 가정통신문도 내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학부모위원 선출을 위한 신청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홈페이지를 봐서야 모집 날짜를 알 수 있었으며, 학교는 모집 공고일이 하루 지난 다음날에야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모집기간은 4일뿐이었다.

이 두 학교는 모두 지난해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바라는 학부모들이 위원으로 선출돼 예산 낭비 등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곳이다. 교장과 학교 측에서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위원으로 세우기 위해 고의적으로 학부모위원 모집기간을 알리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지점이다.

C초교는 지난해 가을, 학운위 심의 안건으로 5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홈페이지 개편 사업을 올렸다. 홈페이지를 통해 영어회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겨울방학 영어 숙제를 이 홈페이지에 있는 수업을 듣는 것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학부모위원 몇 명이 학생들의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보다 더 시급하고 필요한 사업이 있으니 그곳에 예산을 쓰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를 표결에 부쳐 결국 원래의 사업을 추진했다.

부평에서 학운위 활동을 오래했던 학부모는 "아직도 위원을 하면 학교에 수백만 원의 돈을 내야 한다고 아는 학부모들이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설상 학교에서 요구해도 불법찬조금이기에 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장이나 학교 측에서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학부모위원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꼼수를 부려 모집 날짜를 알려주지 않거나, 모집기간이 남아 있는데 학부모위원 정원이 다 찼다며 신청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 뒤 "교장과 학교 관계자들의 학운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교육을 바꾸고 학교를 바꾸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이 직접 참여해 바꾸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방법"이라며 "교육의 질 향상과 학교의 발전을 위해 많은 학부모들이 학운위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했다.

"학교운영위와 학부모회 힘 합치면 학교 변화 가능"
[인터뷰] 대화초등학교 김명희 학교운영위원과 김진옥 학부모회장

왼쪽부터 인천 남구 대화초등학교 김명희 학교운영위원과 김진옥 학부모회장.
 왼쪽부터 인천 남구 대화초등학교 김명희 학교운영위원과 김진옥 학부모회장.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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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며 수학여행 버스비 삭감, 비위생적인 급식업체 퇴출 등 다양한 권익활동을 벌였던 인천 남구 대화초등학교의 학부모위원과 학부모회장을 지난 9일 만났다. 학운위 활동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이사를 오고 나서, 대화초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이 있었다. 아이들이 수학여행이나 극기훈련에 가면, 학부모회가 술과 음식들을 잔뜩 준비해 가서 교사들을 접대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학부모회나 학운위에 참여하면 많은 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내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학부모회 활동을 하게 됐다. 돈을 안 내고도 학부모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학부모회 활동을 해오다 2009년부터 학운위원을 해왔던 김명희 학부모위원은 "학부모들이 돈을 내는 학부모회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시작했던 학부모회 활동에 더해 민주적인 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싶어 학운위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회 활동을 통해 학부모단체와 전교어린이회장의 학부모 등이 학교에 많은 돈을 냈던 관행을 없애는 성과를 얻은 그는 학운위에 참가한 첫해에는 허탈함을 많이 느끼기도 했다. 회의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이야기를 해도 동의해주는 위원들이 많지 않아,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해 마음이 맞는 위원이 많아지면서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사건은 수학여행 버스비용을 크게 줄인 일이다. 5~6학년이 2박 3일 간 제천으로 별자리 과학탐방을 가려고 했는데, 학운위 심의에 올라온 자료에 버스 1대당 하루 책정된 금액이 51만원이었다. 3일 간이니, 한 학급이 사용하는 버스 1대당 153만원이 책정된 것이다.

이 금액 자체가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둘째 날은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없음에도 비용이 포함돼있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위원들과 함께 다른 버스업체에 알아보니 2일 치 비용으로 1대당 38만원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운위 회의 시간에 버스업체에 전화하는 방법까지 동원해 결국 버스비를 1대당 하루 42만원, 2일 치를 지불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학교 전체적으로 봤을 때 1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학교급식소위원회를 구성해 비위생적인 급식재료 납품을 못하게 하기도 했다. 한 업체는 서류상에는 소독기 등의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으나, 위원들이 업체를 방문해보니 사무실만 덩그러니 있었다. 다른 업체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식재료를 생산하고 있었다.

6학년 학생들의 시험을 줄인 것도 학운위의 성과로 꼽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전국단위의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평가(일명 일제고사)가 부활하면서 특히 6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1년에 여섯 번 치르며 힘들어했다. 이에, 2학기에 일제고사를 치르고 바로 기말고사를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제기해 기말고사를 안 보도록 한 것이다.

김명희 학부모위원은 "학운위에 참여하려면 우선 내 아이뿐 아니라 학교 전체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며 "처음 할 때는 1년은 배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먼저 했던 위원들에게 배우며 문제점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2년차부터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학운위가 민주적인 절차로 운영되도록 잘 만들어 가면 된다"며 "지난해 대화초 학운위가 매우 잘한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학교처럼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투표에 부쳐 밀어붙이는 일은 없었고, 슬기롭게 잘 해결해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학운위가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학부모회의 지지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대화초는 학부모회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김진옥 학부모회장은 "학부모들이 학운위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고, 어떤 사안이 생겼을 때 모임을 만들고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사안이 생겼을 때 학부모에게 전화하고 상의해서 의견을 학부모위원에게 전달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적인 운영을 바라는 학운위원들과 학부모회가 함께 단합이 잘돼야한다"며 "그렇지 않은 학교라면 학운위가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보다는 학교 측의 편을 들 가능성이 높다. 학부모회가 학운위원들과 함께 힘을 모으면 학교에서도 함부로 밀어붙이거나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은 학부모들이 누구나 학운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운위의 역할과 예산 분석방법 등 학운위와 관련한 강의가 많이 열릴 수 있도록 시교육청과 학교가 나서야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학교운영위원회, #인천, #대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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