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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공천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7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7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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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공천 전략은 '돌려막기'다?

7부 능선을 넘은 새누리당 공천 결과를 보며 나오는 말이다.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공천위)는 13일 오전 7차 공천발표를 통해 총 184명의 최종 본선후보를 확정했다. 이번 발표에서도 당초 공천을 신청했던 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의 공천을 받은 '돌려막기' 인사들이 눈에 띄었다. 이 중 앞서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밝혔던 ▲ 쇄신 ▲ 교두보 확보 ▲ 거점 방어 ▲ 야권 대응 등 네 가지 전략공천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을 찾긴 힘들었다.

나경원 전 의원과 신은경 전 KBS 앵커가 물러난 서울 중구에는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배치됐다. 그는 당초 충남 공주·연기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박종준 전 충남지방경찰청장에게 밀려 낙천했다.

하지만 정 전 수석의 '정치적 고향'은 분명 충남 공주·연기다. 정 전 수석의 부친인 정석모 전 내무부장관은 충남 공주에서 11, 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 전 수석도 16대 총선 당시 자민련 소속으로, 17대 총선 당시 무소속 후보로 당선됐다. 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서울 중구와는 관련성이 거의 없는 셈이다.

오히려 이날 서울 노원병에 공천된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은 서울 중구와 '인연'이 있다. 허 전 사장은 18대 총선에서 서울 중구에 도전장을 냈지만 나경원 전 의원에 밀려 낙천했다. 그러나 허 전 사장은 이번 19대 총선에선 서울 강남을에 도전했다. 지난해 12월 23일 가장 먼저 강남을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거의 석 달 동안 "강남의 자부심 허준영" 모토를 내세웠다. 그러나 그는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에게 밀려서 '강북'으로 떨어졌다.

허 전 사장은 이날 트위터에 "당에서 제게 노원(병)에 출마할 것을 권했습니다,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 사료돼 숙고 끝에 당명을 따르기로 했습니다"며 "이제 강남을 주민 여러분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빚진 자가 돼 떠나갑니다, 두고두고 잘 모시겠습니다"라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런데 허 전 사장을 강북으로 밀어낸 이영조 대표 역시 대구 달서갑에 공천을 신청한 인물이다. 이 대표는 이번 공천심사 과정에서 홍지만 전 SBS 앵커에 밀려 낙천했다. 홍 전 앵커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대구 달서갑 후보로 나섰지만 당시 '친박연대' 후보였던 박종근 의원에게 밀려 낙선한 바 있다.

등식을 만들어보자면 이렇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 달서갑에서 홍지만 전 앵커에게 밀린 이영조 공동대표는 '강세지역' 서울 강남을에 안착했고 이 공동대표에게 밀린 허준영 전 사장은 '험지' 서울 노원병으로 가게 됐다. 

공천 신청 지역 위해 남은 생을 바치겠다 했는데... 

부산 중·동구 공천에서 탈락했다가 경기 부천원미을에 공천된 손숙미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트위터에 "지금도 부천 원미구 상동에 살고 있다"며 '오랜 인연'을 강조했다.
 부산 중·동구 공천에서 탈락했다가 경기 부천원미을에 공천된 손숙미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트위터에 "지금도 부천 원미구 상동에 살고 있다"며 '오랜 인연'을 강조했다.
ⓒ 손숙미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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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철 의원을 낙천시킨 손숙미 비례대표 의원도 원래 정의화 국회부의장 지역구인 부산 중·동구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했다. 손 의원은 '지역구 30% 여성 공천' 기준을 지키기 위한 여성 몫으로 부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뒤늦게 지역을 옮기게 된 손 의원은 자신의 '지역성'을 강조하고 있다. 손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부천에 있는 가톨릭대학에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부천주민들 대상으로 건강영양조사도 많이 다녔고, 부천 저소득층 대상으로 영양중재사업도 많이 했다"며 "지금도 부천 원미구 상동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든든한 '고향'을 떠나, 여당이 어렵다는 수도권에서 뒤늦게 선거운동에 돌입하게 된 데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손 의원은 지난 4일 트위터에 "여성 비례를 총선에, 이제 와서 조커로 활용한다는 이야기 참 씁쓸하게 들리네요"라며 "여성비례가 조커처럼 어디 갖다 놓아도 잘 당선되는 그런 힘있는 사람들인가요"라고 반문한 바 있다.

공천을 신청한 경기 수원정(영통) 대신 경기 화성갑 공천이 확정된 고희선 전 의원의 홈페이지. 공천이 발표된 13일 오후 고 전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영통구를 위해 나의 남은 인생을 다 바치겠다"는 각오가 남아있다.
 공천을 신청한 경기 수원정(영통) 대신 경기 화성갑 공천이 확정된 고희선 전 의원의 홈페이지. 공천이 발표된 13일 오후 고 전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영통구를 위해 나의 남은 인생을 다 바치겠다"는 각오가 남아있다.
ⓒ 고희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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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핵주먹' 김성회 의원을 주저앉히고 경기 화성갑에 공천된 고희선 전 의원도 '재배치'된 케이스다. 고 전 의원은 당초 경기 수원정(영통)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공천위가 화성으로 돌려세웠다. 고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4·25 보궐선거에서 화성시 국회의원에 당선된 바 있지만 현재는 새누리당 영통구 당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날 오후 그의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영통구를 위해 남은 인생을 다 바칠 것"이라는 각오가 남아있었다.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도 '돌려막기' 케이스로 꼽힌다. 불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의 지역구 서울 양천갑을 노렸던 박 전 대변인은 전여옥 의원의 지역구 영등포갑으로 공천됐다. 이와 관련, 전여옥 의원은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에서 "언론계에서는 선후배가 싸우지 않는다, 후배는 정도를 지키지 못하겠지만 선배는 정도를 지킨다"며 "공천위가 제가 기자로서 자부심을 지킬 것이라는 생각 아래 정치공학적으로 (공천)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대구 서구에서 서울 종로구로 지역구를 옮긴 홍사덕 의원도 비슷한 경우로 해석될 수 있다. 홍 의원이 비록 당에 거취를 일임했지만 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에 맞설 '거물급 정치인'이 필요한 당의 전략에 의해 지역구를 옮기게 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천 신청이나 자의와 관계없이 지역구를 옮기게 된 후보자 수는 모두 7명에 달한다.

'돌려막기' 끝나지 않았다... 나성린·김성호·하태경 등 가능성 솔솔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자신이 부산 진구갑 공천에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나 의원은 당초 서울 강남을 출마를 희망했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자신이 부산 진구갑 공천에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나 의원은 당초 서울 강남을 출마를 희망했다.
ⓒ 나성린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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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누리당의 '돌려막기'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역 비례대표인 나성린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트친 여러분, 제 근황 궁금하시면 현재 부산진구갑에서 거론되고 있는데 공천이 빨리 결정되지 않고 있군요"라며 "부산 진구갑은 제 원래 고향입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전략공천지역 선정으로 공천이 보류된 허원제 의원의 지역구에 자신이 공천될 수 있단 가능성을 직접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나성린 의원은 당초 서울 강남을 출마를 희망했다가 강세지역에 대한 비례대표 배제 원칙에 밀려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나 의원 외에도 부산 연제구 공천에서 탈락한 김성호 전 국정원장의 '재배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국정원장과 함께 낙천한 백운현 전 국민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과 부산 북·강서을 공천에서 탈락한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도 안경률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기장을 '재배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서용교 수석부대변인은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 부산 남구을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주성영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대구 동구갑에는 당초 대구 달서갑에 비공개로 공천을 신청한 류성걸 전 기획재정부 차관의 전략공천설도 나온다.

총선 공천 기준으로 제시된 '지역구 여성공천 30%'를 맞추기 위한 '돌려막기' 가능성도 크다. 권영세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여성공천과 관련, "어떻게든 재배치를 해서라도 여성공천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공천신청자 중 여성이 전체 8%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가급적 총선기준인 30%를 맞추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낙천한 인사를 돌려막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

실제로 조전혁 의원이 낙천한 인천 남동을에는 서울 용산 공천에서 탈락한 배은희 의원과 송파갑 공천에서 탈락한 박영아 의원 중 한 명을 공천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또 경기 파주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송영선 의원의 '재배치' 가능성도 솔솔 나오고 있다.

잦은 '돌려막기' 카드에 당내 우려... "예비후보들에게 들 낯이 없다"

이처럼 당의 '돌려막기' 카드가 잦으면서 지역 조직 내부의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성도 떨어지는데다 재배치된 인사가 신인일 경우 인지도마저 낮아 '낙하산 공천'이라는 지역 당원들의 강한 반발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일보>는 지난 9일 "'돌려막기'는 17대 총선 부산에서 5~6건이나 성행했지만 18대에는 거의 자취를 감춘 후보공천 방식"이라며 "여론조사가 늦어지면서 시간에 쫓긴데다 지역 현실과 민심을 잘 모르는 공천위원들이 지역일꾼보다는 경력이 검증된 관료출신이나 외부 영입인사 등을 선호한 것이 돌려막기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부산일보>는 "17대 총선 당시와 19대 총선을 앞둔 민심에 적잖은 변화가 있다"며 "지역 정가에선 이런 점을 감안해 '돌려막기'가 17대 때와는 달리 각 지역구마다 여권 내 극심한 분열을 초래, 막판 부산 총선의 중대변수로 부상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인사들도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비대위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나도 이해가 안 된다, 비대위에서 상향식 공천을 강조했는데 거짓말하는 꼴이 됐다"며 "바로 옆 지역구도 아니고 별안간 (권역을) 옮겨서 공천을 하니 예비후보들에게 들 낯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천위가 원리·원칙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광주반란 논란을 빚은) 이영조 같은 인물을 강남을로 공천한 건 이해가 안 된다, (노원병으로 재배치된) 허준영 전 사장 외에도 서초을 같은 곳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태그:#새누리당, #4.11 총선 공천, #돌려막기, #이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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