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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농성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진압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경찰헬기가 도장공장 옥상 농성자들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지난 2009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농성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진압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경찰헬기가 도장공장 옥상 농성자들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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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저건(전기 충격총) 사용, 헬기로 최루액 다량 공중살포, 장기간 단전단수로 생명 위협, 응급치료 방해, 토끼몰이 진압….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77일간 옥쇄파업을 진압하면서 경찰이 남긴 장면들이다.

테이저건은 집회 진압에 쓸 수는 없는 무기였고, 더구나 얼굴을 겨냥할 수는 없게 규정돼 있다. 그러나 경찰이 쏜 테이저건의 5만 볼트 탄은 노동자의 뺨에 가서 박혔다. 또 경찰이 헬기로 수차례 살포한 최루액은 스티로폼도 녹일 정도의 강도에 발암물질 성분으로 논란이 된 CS최루액이었다. 최루액을 맞은 이들은 몸에 수포와 두드러기가 생겼다.

지난 11일 경찰청은 이러한 쌍용자동차 옥쇄 파업 진압을 '평택 쌍용자동차 점거농성 사태 조기해결'이라며 '경찰 수사 베스트 사건10' 가운데 5위로 선정했다. 전국 경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실시한 결과로, 1위에는 '국가기관 상대 디도스 공격 수사'가 뽑혔고 강도, 살해 등 다양한 강력 범죄가 순위에 올랐다. 공권력을 동원한 대규모 진압 사례는 쌍용자동차 사태가 유일하다.

그러면서 경찰청은 '기능간 유기적 협조, 체계적인 수사계획 수립 등을 통해 대규모 연행자 사법처리로 공안사건 수사 모범사례'라는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진압 당시 경찰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280여 명을 연행했고 63명을 구속했다. 불구속 입건된 사람은 130여 명이었고 이들에게는 징역과 벌금, 손해배상 가압류가 이어졌다. 경찰은 이 같은 실적을 들어 '모범사례'로 꼽고 있는 것이다.

"쌍용차 죽음의 그림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13일 오후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을 모범사례로 발표한 경찰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13일 오후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을 모범사례로 발표한 경찰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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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경찰의 발표에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경찰의 발표를 "당시 폭력적인 진압에 괴로워하는 노동자들을 고문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발표를 철회할 것과 조현오 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13일 오후 민주노총과 전국금속노동조합,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 100여 개 단체는 서울 미금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의 쌍용차 진압 우수사례 선정을 규탄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쌍용차 파업에 대한 경찰의 진압과 구속수사는 우수사례가 아닌 국가 공권력의 추악함과 인권유린, 더 나아가 사죄의 사례로 남아야 할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우수사례라는 설문결과는 "결국 경찰이 갖고 있는 인권의식은 철저하게 반민중성과 반노동자성이란 사실을 증명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테이저건을 사람 얼굴에 쏜 게 자랑인가? 사람을 죽이고도 양심이 없는 경찰"이라며 "해고 노동자들에게 아직도 죽음의 그림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모습은 정말 추악한 악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도 "쌍용자동차의 폭력적인 진압을 모범사례라고 말하는 행위는 과거 잘못된 국가 공권력에 희생 당한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행위"라며 "조현오 청장은 물의를 일으킨 것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삶과 생활은 파괴를 넘어 붕괴됐고, 아이에서 어른까지 온 가족의 고통이 촌각으로 심장을 찌르는 마당에 사죄는커녕 죽음의 관뚜껑 위에서 풍악을 울리고 있다"며 경찰의 발표를 규탄했다.

이어 "경찰이기를 포기하고 '인권유린청'으로 변한 중심에는 조현오 청장이 있다"며 "경찰청의 발표를 지켜보는 3000명의 해고자와 1만 명이 넘는 희망퇴직자 그리고 그 가족의 고통을 생각해 본적 있는가, 이번 경찰청의 발표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경찰청과 조현오 청장의 몫"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후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경찰청 민원실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분을 참지 못한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청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6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의 쌍용차 강제 진압 이후 해고노동자와 그의 가족 등 21명이나 되는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당시 폭력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을 치유하기 위한 심리치유센터가 문을 열 정도로 그 피해는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그:#쌍용자동차, #쌍용차, #강제진압, #조현오,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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