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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오른 시민활동가와 자원활동가들이 율동을 하고 있다.
 무대에 오른 시민활동가와 자원활동가들이 율동을 하고 있다.
ⓒ 안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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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3·8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가 시청 앞 광장과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에서 모여든 여성단체 및 시민단체가 참여하여 축제를 벌였다. 3월 8일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루트거스 광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인 것으로부터 시작되어, 세계 곳곳에서 100년이 넘는 지금까지 기념행사를 열고 있는 전 지구적인 기념일이다. 올해로 28회를 맞는 한국여성대회는 '2012 약속해'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주최로 열렸다.

먼저 오전 11시부터 시청 앞 광장에서 각종 시민단체가 준비한 50여 개의 부스로 구성된 '시민 난장'이 열렸다. 시민 난장에 참여한 시민단체는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성민우회, 기독교여민회, 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여성단체는 물론, 한국여성노동자연합, 요양보호사협회 등 노동단체를 비롯하여 녹색당, 환경정의 등 환경단체까지 다양했다. 이에 따라 성매매, 성폭력, 비정규직 노동, 특수고용 노동, 탈원전 등보다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다양한 이슈를 접할 수 있는 그야말로 '난장'이 펼쳐졌다.

또한 <KBS> <MBC> <YTN> 언론사 파업의 지지를 호소하는 민주언론시민연합, 다가올 총선에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는 2012 총선유권자네트워크의 부스가 세워져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요구가 드러나기도 했다. 곳곳에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포스터가 붙어있어 평화에 대한 시민의 열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부스에서는 서명운동, 설문조사, 공정무역 초콜릿 판매, 태양열 발전기 체험 등 풍부한 참여 행사가 펼쳐져 행사참여자는 물론 지나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작년 3월 11일에 있었던 후쿠시마 원자력사고를 기억하고, 핵폐기물 문제 등을 지적하며 탈원전 사회를 향해 가자는 내용을 담은 설치예술이 눈길을 끌었다.

오후 1시부터는 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서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맨 처음 무대를 연 것은 각 시민단체 대표들과 한국여성단체연합 자원활동가들의 율동 무대였다. '우리가 만들어요'라는 노래에 맞추어 2천 개의 좌석을 채운 참여자들도 흥겹게 춤을 추었다.

심상정, 한명숙, 박원순 등 여성 권익 신장 약속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한명숙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이 축하인사를 하고 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한명숙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이 축하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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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한명숙 통합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의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2012 약속해'라는 슬로건에 맞춰 각각 정치권에서 여성 인권 신장과 성 평등 한 사회를 위해 애쓰겠다는 약속을 밝혔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뒤에 서울시청에 쓰여있는 것 보이시죠? '시민이 주인 되는 서울', 맞지요?"라며 "나아가 여성이 주인 되는 서울을 만들기로 약속하겠다. 약속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순서는 지난 3월 8일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발표한 2012 올해의 운동상에 빛나는 전국민간서비스산업연맹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이하 재능교육 학습지 노조)의 시상식이었다. 재능교육 학습지 노조는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사측에 맞서 15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투쟁하고 있다.

유명자 재능교육 학습지노조 지부장이 2012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유명자 재능교육 학습지노조 지부장이 2012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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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을 밝히기 위해 무대에 선 유명자 지부장은 "지금 무대 왼편을 보시면 재능교육 건물이 있다. 바로 학습지 교사들의 피땀을 착취한 돈으로 세운 건물이다. 사측은 여전히 학습지 교사를 노동자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개인사업자라고 우기며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사항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순하며 명확하다. 노조를 인정하라, 단체협약을 회복하라, 부당해고자를 원직 복직하라는 것이다"며 여성 중에서도 비정규직, 그중에서도 특수고용직의 애환과 투쟁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또 "자기 몸을 돌볼 새도 없이 투쟁하다 두 명의 조합원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먼저 떠난 두 동지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가수 이한철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가수 이한철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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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한철씨의 축하 무대가 끝나고, 각 시민단체 및 행사 참여자들은 이어지는 2부 행사를 위해 서울역 광장으로 거리 행렬을 벌이며 행진했다. 풍물패를 앞세운 긴 행렬이 각종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이어졌다. 이날 모든 참가자는 여성의 존엄과 투쟁을 상징하는 보라색의 아이템을 하나씩 입거나 들고 있어, 시청 앞 광장부터 서울역 광장까지 이어진 행렬은 거대한 보라색 물결로 보였다.

자유발언, 성매매 종사 경험 여성·잡년행사·2012 총선 준비 여성 공천위원 등 다양

서울역 광장에서 이어진 2부 행사는 자유발언과 참여자 모두가 함께하는 플래시몹으로 이어졌다. 자유발언에서는 한국여성노동연합, 기지촌에 살고있는 성매매 종사 경험 여성, 잡년행진, 2012 총선을 준비하는 여성 공천 위원 등이 발언했다.

한국여성노동연합에서는 "우리 사회 여성 억압의 근본에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있다"며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참여와 연대를 독려했다. 기지촌에서 왔다는 성매매 종사 경험 여성은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예전에는 외국인에게 몸을 파는 여성을 애국자라고 하더니, 이제 그들이 쪽방에서 가난하게 살아갈 때에는 외면하고 있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간절히 외쳐 많은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한국여성대회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대회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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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노동자연합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연합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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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여성의 야한 옷차림이 성폭력의 원인이 되므로 성폭력피해여성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사회의식에 반발하여 야한 옷을 입고 거리 행렬을 벌인 '잡년행진'에서도 오랜만에 시민 앞에서 발언하였다.

잡년행진은 "최근 진보를 표방하는 다음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에서, 여성들에게 야한 옷을 입고 자신들을 응원하라는 식의 발언을 하여 크게 분노했다"며 참여 동기를 밝혔다. 그리고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 여성도 진보적인 정치적 성향이 있는 동등한 존재다"라고 덧붙여 환호를 받았다. 

오늘 행사의 마지막은 모든 행사참여자가 함께 아바(ABBA)의 댄싱퀸(Dancing Queen)에 맞춰 춤을 추는 순서였다.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대학생, 아이, 엄마, 장애인 등이 함께 어울려 흥겨운 율동으로 축제를 마무리했다.

매년 열리는 대회, 구체적이고 다각화 제시 

이번 3·8세계여성의날 기념 제28회 한국여성대회는 '2012 약속해'라는 슬로건과 '성 평등 한 사회를 약속해, 평화로운 사회를 약속해, 99%의 행복을 위한 사회를 약속해'라는 구호 아래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한 자리에 모아냈다. 또한,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시종 즐거움과 흥겨움을 표현하였던 점이 돋보였다. 오전에 시청 앞 광장에서 펼쳐진 시민 난장의 경우, 풍부한 참여형 행사가 갖춰져 가족들의 참여가 활발하기도 했다.

최근 여성의 권익이 많이 신장하였다고들 하지만, 아직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남성의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학습지 교사, 미화노동, 가사노동, 요양보호사 등 '여성의 일'로 여겨지는 젠더화 된 노동 영역의 열악한 노동환경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상 생활 속의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역시 여성 연예인에 대한 차별적 발언에서부터 시작해 스폰서 검사 이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사회적 맥락을 고려할 때, 매년 열리는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는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아주 구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제시한다. 내년 한국여성대회는 어떤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지 기대한다.


태그:#여성의날, #한국여성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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