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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을 앞두고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응하시겠습니까?"

질문 상대가 현직 의원이거나 전직 의원이고 그의 경선 상대가 정치 신인이라면 대답은 대부분 이렇다.

다소 불쾌하다는 투로 "체급이 안 맞는 것 같다"고 하거나 "굳이 토론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거절의사를 밝힌다. 금배지를 달아본 처지에서 정치 신인과는 말을 섞어 봐야 손해라는 것이다.

현실적인 이유를 대는 후보도 있다. 민주통합당이 실시하는 이번 국민경선에서 토론회는 득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론회 할 시간에 오히려 선거인단 한 명 더 모으는 게 낫다는 계산법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민주당이 총선 흥행 보증수표로 내세웠던 국민참여경선은 인물과 정책을 알릴 변변한 토론회조차 없는 '구시대형 경선'으로 흐르고 있다.

구시대형 경선된 민주당의 국민경선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바일 투표가 낡은 정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바일 투표가 낡은 정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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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일정은 다르지만 민주당의 국민경선은 7일부터 본격 시작된다. 이틀간의 모바일 투표를 거쳐 경선 3일째 현장투표를 통해 본선에 진출할 당 대표선수가 선출된다.

경선이 코 앞이지만 후보들을 검증할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당 안팎에서는 경선 결과가 사실상 정해졌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이번 민주당 경선은 선거인단에 등록한 모든 사람들이 투표에 나서게 돼 선거인단을 많이 끌어 모은 후보가 유리한 구조다. 특히 선거인단 모집은 지난달 29일 이미 마감된 데다 선거인단 등록마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보다는 각 후보들의 조직적 세몰이 경쟁에 기댄 바가 컸다.

지난 1·15 전당대회에서 64만여 명이 참여했던 자발적 참여 열기가 시들해진 것은 공천 초기 민주당의 헛발질로 시민들의 참여를 추동할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 탓이 크다. 결국 광주 동구에서는 후보자간 과열 경쟁 속에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광주 북구 등 다른 지역에서도 선거인단 대리등록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전체 선거인단 규모가 100만 명이 넘었지만 민주당이 시민들의 참여열기가 뜨거웠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한 예비후보는 "물론 선거인단 투표율이나 경선에 오르지 못한 후보들을 지지하던 선거인단의 합종연횡 등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후보자들은 본인들의 선거인단 모집 실적을 가늠해 이미 당락 여부를 짐작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천 과정이 늦어지면서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알릴 변변한 토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방송이나 케이블 TV가 주최하는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그 사례가 많지 않다.

경선 코 앞인데 선거인단은 후보자를 모른다

지난 1월 9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민주통합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모바일투표가 진행됐다.
 지난 1월 9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민주통합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모바일투표가 진행됐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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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은 지역구를 돌며 명함을 돌리는 선에 그쳤다. 그나마 후보자의 몇몇 과거 경력이 적힌 게 전부인 명함으로는 유권자들이 후보를 평가하는 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후보자들간 정책과 자질 검증이 소홀해지다 보니 선거운동의 초점도 자연스럽게 선거인단 모집에 맞추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경선을 앞둔 후보들이 벌이는 선거운동은 지역구 선거인단을 상대로 읍소하는 게 대부분이다. 상대 후보측이 모집한 선거인단의 마음을 돌리거나 공천심사위에서 탈락한 후보자들이 모은 선거인단의 지지를 끌어오기 위한 활동에 머물러 있다. 트위터 등 SNS 전성시대에 이런 선거운동은 너무나도 아날로그적이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도입된 국민경선이지만 참여하는 국민이 가진 정보는 후보들의 과거 경력뿐이다. 경선이 코 앞이지만 유권자들은 후보를 제대로 모른다. 특히 정치 신인들의 경우는 자신들이 가진 정책과 비전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검증 받을 기회가 없어 더 불리한 처지다.

'청와대 비서관', '변호사', '전 국회의원' 등의 과거 경력이 후보자를 평가하는 절대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늦었지만 민주당의 국민경선에 참여할 선거인단에게 후보자들을 제대로 알리고 평가할 수 있는 토론과 후보검증의 장이 꼭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예비경선에 나선 후보자들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태그:#민주당, #모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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