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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쌍리 매실가(家)의 ‘매실 비빔국수’다.
 홍쌍리 매실가(家)의 ‘매실 비빔국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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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푸른 하늘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도 이곳에서는 하나가 된다.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이곳은 홍쌍리 매실가(家)의 청매실농원이다. 봄이 오는 길목이다. 해마다 봄이면 아름다운 섬진강과 만개한 매화꽃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이른 봄. 지난 3일 찾아간 이곳 농원에 아직은 피어난 매화꽃보다 상춘객들이 더 많았다. 매화꽃의 아쉬움을 매실 아이스크림으로 대신한다. 상큼한 봄이 입 안 가득 스며든다. 그윽한 매실차 한잔이 더해지자 봄은 절정에 이른다.

홍쌍리 매실가(家)의 청매실농원이다.
 홍쌍리 매실가(家)의 청매실농원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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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과정을 거쳐 오래 둘수록 부드러워지는 매실

시중에 파는 아이스크림이 1000원인데 한 개에 3000원이면 값이 조금 부담스럽다. 하지만 맛은 시중의 그것과 견줄 바가 아니다. 은근한 매실의 산미가 담긴 매실 아이스크림의 고급스런 풍미가 너무 좋다. 매실과 우유, 야구르트 등의 천연재료를 황금비율로 배합해 만들었다고 한다.

은근한 매실의 산미가 담긴 매실아이스크림은 고급스런 풍미가 너무 좋다.
 은근한 매실의 산미가 담긴 매실아이스크림은 고급스런 풍미가 너무 좋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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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매실차는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발효와 숙성 중 오래 둘수록 부드러워지는 숙성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홍쌍리(70) 명인에게 매실 비빔국수 맛을 보고 싶다고 청했다. 예고 없이 불쑥 찾아든 불청객 맛돌이지만 흔쾌히 승낙을 했다. 직원들이 이용하는 지중해풍의 구내식당으로 갔다. 이곳에서 홍명인과 두 시간여 음식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삶의 체험에서 터득한 홍 명인의 해박한 음식 지식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남도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미식이다.
 남도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미식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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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달인인 매실 명인과 함께하는 행복밥상

남도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미식이다. 어딜 가나 먹을거리가 지천인 남도 땅이다. 하지만 음식점이 아닌 가정에서 만나는 좋은 음식은 행복밥상이다. 오늘의 경우도 그렇다. 그것도 음식의 달인인 매실 명인과 함께하는 자리이니 이 아니 행복할까.

"야생화 심고 왔어요. 깊은 산속에 자생하는 히어리와, 꽃이 너무 이쁜 생강나무도 심었어요. 이곳은 만인의 정원이잖아요."

청매실농원의 양지녘에 홍매가 피었다.
 청매실농원의 양지녘에 홍매가 피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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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명인이 매실농원(6만여 평)에 꽃을 심는 이유는 이곳을 찾는 이들이 희망 가득 보듬고 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란다. 눈만 뜨면 일에 매달리는 명인은 아플 새가 없다고 한다.

홍쌍리 매실가(家)의 '매실 비빔국수'. 오랫동안 먹으면 무병장수한다는 매실로 직접 담근 매실 고추장과 매실 원액을 이용했다. 오미오색이 담긴 매실 장아찌와 순두부와 함께 버무려낸 톳나물, 도토리묵을 찬으로 내왔다.

"매실 고추장으로 양념을 하고 매실 원액을 넣었습니다."

매실 비빔국수는 미나리와 매실 장아찌가 더해졌다. 매실이 밀면의 소화흡수를 돕는다. 아삭아삭한 매실 장아찌와 매콤새콤한 매실 고추장의 풍미가 배인 매실 비빔국수의 맛은 가히 행복 그 자체였다. 10년 숙성의 매실주도 한잔 곁들여진다.

매실된장과 수육의 조화로움도 대단했다. 홍 명인은 온산에 자생하는 이파리를 주섬주섬 뜯어와 볼이 미어지도록 먹고 사는 게 진정한 미식이라고 했다.

“나는 흙 묻은 천사로 살고 싶어요. 황금빛 된장처럼 살고 싶어요.“
 “나는 흙 묻은 천사로 살고 싶어요. 황금빛 된장처럼 살고 싶어요.“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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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묻은 천사로 황금빛 된장처럼 살고 싶어

42년 전 대수술로 죽음의 고비를 건너온 홍 명인은 조상 대대로 지어온 농사가 제일이라고 했다. 지금껏 살아온 진솔한 삶을 오롯이 담아 세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농원에 아직은 피어난 매화꽃보다 상춘객들이 더 많았다.
 농원에 아직은 피어난 매화꽃보다 상춘객들이 더 많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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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쌍리 명인은 매화나무가 자식이란다. 매화는 딸, 매실은 아들이라고 했다. 결코 순탄치 않는 삶의 여정이다. 하지만 자연 속에서 흙과 더불어 살아서일까. 칠순의 나이인데도 소녀처럼 수줍음을 간직하고 산다.

"'가뭄에 콩 나듯'이라는 속담도 있지만 우리네 삶도 콩과 같아요. 콩 타작은 삶의 고통이고 메주 만들기 위해 삶는 가마솥의 한숨은 기쁨과 고뇌의 눈물이지요. 메주가 갈라지고 곰팡이가 피고…. 이런 일련의 과정이 인간사와 같아요."

인생을 콩에 비유한 명인은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 황금빛 된장처럼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나는 흙 묻은 천사로 살고 싶어요. 황금빛 된장처럼 살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쌍리, #청매실농원, #미식기행, #매실비빔국수,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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