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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반장 신문 구독 예산 폐지'와 '지역신문 지원 조례 제정' 등을 주장하고 있는 변녹진·서정순 서울 서대문구의원.
 '통·반장 신문 구독 예산 폐지'와 '지역신문 지원 조례 제정' 등을 주장하고 있는 변녹진·서정순 서울 서대문구의원.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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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반장들에게 800부씩 돌리고 있다. 이것은 조례로 정해져 있어 이렇게 지원할 수 있다."(종로구청)
"통·반장들은 구청의 최후 역할을 하고 있어 신문을 주고 있는데 통·반장 지원조례에 따라 이렇게 지원할 수 있다."(노원구청)
"통장은 100%, 반장은 60%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법에 따른 것이다."(용산구청)
"통·반장 중 46%만 지원하고 있는데 법에 의거해서 지원하고 있다."(광진구청)

<오마이뉴스>가 최근 서울지역 25개 구청 '통·반장 신문'(일명 '계도지') 구독 현황을 취재하면서 각 구청으로부터 받은 해명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평균 연 5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는 통·반장 신문 구독이 '합법적인 지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통·반장 신문 구독 폐지' 등을 주장해온 변녹진·서정순 구의원(서울 서대문구)은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통·반장에게는 급여와 수당, 문화상품권 외에는 어떤 것도 지원할 수 없다"며 "통·반장 신문 구독은 어떤 근거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안부 지방재정 질의회신 "통·반장에게 신문 지원할 수 없어"

두 의원은 '통·반장 신문 구독은 지원근거가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행정안정부에서 2007년에 발행한 <지방예산 질의회신 사례집>을 내놓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통·반·이장에게 지역신문 구독료를 지원할 수 있나?"라는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다.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통·이장에 대해서는 지역신문 구독을 위한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서정순 의원은 "통·반장에게는 급여와 수당, 문화상품권, 자녀 장학금만 지원할 수 있게 규정돼 있다"며 "행안부에서도 이렇게 '분명히 지원할 수 없다'고 했는데도 구청들은 '예산 범위 안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각 구청들은 통·반장 지원조례에 따라 신문을 제공했다고 하는데 그런 조례를 제정한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며 "통·반장에게 신문을 지원할 수 없다는 상위법령에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녹진(현 서대문구의회 부의장) 의원도 "어떤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통·반장 신문을 지원할 어떤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계도지 구독료가 세금에서 나가고 있다는 걸 모른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신문사들이 자기들을 홍보하기 위해 무료로 계도지를 나눠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별다른 문제 제기를 안 한다."

<오마이뉴스>가 서정순 의원을 통해 입수한 '서울지역 25개 구청 통·반장 신문구독료' 현황에 따르면, 서울지역 25개 구청이 '통·반장 신문' 구독을 위해 사용한 예산은 2010년 136억여 원, 2011년 130억여 원에 이른다. 1개 구청당 평균 연 5억5000만 원(2010년 기준)을 사용한 셈이다. 99년 30~40억 원이던 통·반장 신문 구독료는 2000년대 50~70억 원으로 늘었다가 2010년대에는 130억 원대에 이르렀다.  

서정순 의원은 "상당수 전국 지자체들이 통반장 신문을 폐지했는데 서울지역만 가파르게 증액돼 왔다"며 "그만큼 서울지역 시민사회의 구의회 견제가 약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진보성향 구청장들은 재선에 연연해 하지 말고 계도지 구독 예산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년에 중앙지 등 통·반장 신문 구독 예산을 삭감하려고 하니까 엄청나게 로비가 들어왔다. (중앙지인) A신문 간부들이 예산심의하는 때에는 구의회로 매일 출석했고 선물까지 돌렸다. 다른 구청에서는 신문사가 중앙당을 통해 로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지역 25개 구청 통·반장 신문구독료 현황
 서울지역 25개 구청 통·반장 신문구독료 현황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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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통·반장 신문 전체 예산 중 지역지가 30.6% 차지

두 의원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인 서대문구는 2010년 4억 8677만여 원, 2011년 4억 3977만여 원을 사용해 서울지역 25구청의 '평균'보다 낮았다. 통·반장 신문은 발행단위에 따라 중앙지(전국)와 지방지(수도권), 지역지(구)로 나뉘는데, 서대문구의 경우 각각 2011년 2억4400만 원과 6128만 원, 1억345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서대문구에 4개 지역지가 있다는 점을 헤아리면 1개 지역지당 연 3362만여 원을 지원받은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광고료는 제외돼 있다.  

통·반장 신문 구독 전체 예산 중에서 중앙지가 55.5%, 지역지가 30.6%를 차지한다. 특히 지역지에 사용된 예산은 서울지역 25개 구청 전체 평균인 0.93%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성북구(1억4400만 원)와 강북구(2억2880만 원), 도봉구(3억575만 원)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는 그만큼 지역지의 입김이 세다는 것을 뜻한다.

변녹진 의원은 "구청은 신문구독료와 광고료 명목으로 (1개 언론사당) 연 4000~5000만 원을 지역지에 지원하고, 지역지는 구청과 구청장 입맛에 맞는 홍보기사를 써준다"며 "구청과 지역지는 이렇게 서로 유착하면서 서로 윈윈(win-win)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역지는 열독율이 없다. 거의 폐지 수준이다.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쌓여 있다. 일부 주민들이 가져가기도 하지만 청소하는 사람들이 폐지로 수거해간다."

서정순 의원은 "그나마 <서울신문> <문화일보> <내일신문> 등 중앙지의 경우 지자체 관련 지면이 있기 때문에 구독한다는 명분이라도 있다"며 "하지만 지역지에는 일방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거들었다.

"지역지는 창간만 하면 다 지원해준다. 신문을 정기적으로 발행하는지, 기자는 몇 명이나 두고 있는지, (지방자치 관련) 기획기사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방적인 지역지 지원은) 지방자치 발전이나 지역언론 활성화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지역지 구독을 끊기는 쉽지 않다. 구청과 지역지의 유착관계가 오랫동안 형성돼왔기 때문이다. 구의회에서 지역지 구독 예산을 일부 삭감하는 것조차 힘든 일이다. 서정순 의원의 얘기다.

"내가 주도해 작년에 통·반장 신문 구독 예산을 중앙지 2000만 원, 지방지700만 원, 지역지 2000만 원 등 총 4700만 원을 삭감했다. 그랬더니 전에는 좋은 기사를 써주던 지역지들이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그래서 더 (통·반장 신문 구독과 지역언론 활성화 문제를) 고민하게 되더라."

변녹진 의원은 "구의회와 지역지는 지역지 구독 예산을 놓고 오랫동안 공생하고 결탁해왔다"며 "구의원들은 한 줄이라도 나쁘게 보도될까 봐 예산 삭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대문구의회에 비치된 지역지들.
 서울 서대문구의회에 비치된 지역지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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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지 평가해서 차등지원하고, 선택권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두 의원은 통·반장 신문 구독 예산도 폐지되어야 하지만 특히 지역언론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만간 변녹진 의원의 대표발의로 '지역언론의 공정성 및 활성화 촉구 결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변녹진 의원은 이 결의안에서 "주민의 지역신문 구독실태의 모니터링 및 자체기획 취재면수, 기사의 공정성, 객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하여 구독료 예산을 차등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할 예정이다.

변 의원은 "그동안 지역지가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한 일은 구청과 잘 지내는 것뿐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부터는 지역지를 철저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제대로 된 지역지는 자생력을 가질 때까지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정순 의원도 "전 구청장과의 관계 때문에 가장 문제가 많은 언론이 현재 가장 많은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며 "현재는 주민들의 지역지 선택권이 없는데 (선호도 조사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지자체에는 통·반장 신문이 아니라 주민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야 할 지역언론이 필요하다"며 "통·반장 신문은 폐지하고 지역언론을 활성화해 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두 의원이 염두에 두고 있는 '대안 모델'은 경상남도의 '지역신문지원조례 제정'이다. 경남도의회는 지난 2010년 9월 '경남도 지역신문 발전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지역신문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지원기준을 심의하고 지원대상을 선정해왔다.

서정순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마을단위 미디어센터도 필요하지만 구단위 지역언론을 활성화하는 것이 급하다"며 "박원순 시장이 지역미디어의 중요성을 안다면 서울시가 '지역신문 지원 조례'도 만들고, 예산을 지원해서 한 구에 한 개의 지역언론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태그:#통반장 신문, #변녹진, #서정순, #서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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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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