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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서 건져올린 강굴. 손바닥보다도 훨씬 크다.
 섬진강에서 건져올린 강굴. 손바닥보다도 훨씬 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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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고 또 놀랐다. 강에서 굴이 난다니? 게다가 크기가 손바닥보다도 더 크고, 맛도 으뜸이고. 영양가도 크기만큼이나 알차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망덕포구로 간다. 망덕포구는 전라북도 진안에서부터 550리(225㎞)를 흘러온 섬진강이 남해바다를 만나 몸을 섞는 곳. 강이기도 하고 바다이기도 한 묘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가을 전어'의 전설을 간직한 망덕포구는 남해고속국도 진월 나들목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다. 행정구역상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에 속한다.

강굴을 채취하러 가는 길. 망덕포구를 빠져나온 운영호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강굴을 채취하러 가는 길. 망덕포구를 빠져나온 운영호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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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부가 강굴을 채취하기 위해 섬진강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잠수부가 강굴을 채취하기 위해 섬진강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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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부 물속에 들어가 굴 채취

아침 9시, 강굴을 채취하러 나가는 '운영호'에 올랐다. 운영호는 강굴 채취면허를 갖고 있는 진월 토박이 이성면(56·광양 청아수산) 씨의 배다. 망덕포구를 빠져 나온 운영호가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얼굴에 와 닿는 강바람에서 봄기운이 느껴진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고속국도로 이어주는 섬진강대교를 지나 20여분 물살을 갈랐을까. 운영호가 닿을 내린다. 광양시 진월면 돈탁마을 앞이다. 저만치 지리산 아래 하동읍내가 보인다. 왼편은 돈탁마을이고, 오른쪽으로는 하동 송림이 서 있다.

굴을 따러 강물 속으로 들어갈 잠수부가 어느새 잠수복으로 갈아입었다. 허리에 납덩이까지 걸쳤다. 그는 잠수 경력 30년의 베테랑이란다.

"이승의 사람들 먹여 살릴 굴을 따러 저승으로 갑니다." 선장 이씨와 눈인사를 하고 강물로 뛰어든 김씨의 흔적은 금세 사라졌다. 잠시 후 열심히 굴을 채취하고 있다는 듯 물방울만 송알송알 올라온다.

섬진강에서 건져올린 강굴. 물속에서 잠수부가 따 올린 강굴을 끌어올려 운영호에 풀고 있다.
 섬진강에서 건져올린 강굴. 물속에서 잠수부가 따 올린 강굴을 끌어올려 운영호에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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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면 씨가 잠수부가 따서 올린 강굴을 배 위에서 선별하고 있다.
 이성면 씨가 잠수부가 따서 올린 강굴을 배 위에서 선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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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굴은 섬진강 물속 바위에 붙어서 산다. 잠수부는 5∼6m 깊이의 이 물속에서 굴을 떼어낸다. 잠수부가 물속으로 들어간 지 30여분 지났을까. 함께 얘기를 나누던 이성면 씨의 몸놀림이 부산해진다. 무슨 신호가 왔는지, 배 위에 설치된 크레인을 조작한다.

저만치서 굴을 가득 담은 그물망이 당겨지고, 배에서 빈 그물망 하나가 물속으로 내려간다. 강물에서 건져진 그물망에 굴이 가득 들었다. 50㎏ 안팎이란다.

"3∼4년 전만 해도 잠수를 하면 10분 만에 한 망씩 올라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30분이 걸리네요. 여름 장마 때 종패가 많이 쓸려가고, 섬진강의 환경도 갈수록 바뀌어 간 때문이에요. 언제까지 굴을 딸 수 있을지 원…."

현재 강굴 채취는 섬진강 하류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수확량이 줄고 있다. 강의 하구가 바다에 침식당하는 탓이다. 바닷물의 수계가 올라와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서 강굴의 서식지가 점점 상류로 이동하고 있다.

배알도 주변에서 채취하던 굴을 이곳까지 거슬러 올라와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보다 더 올라가면 바위가 없는 모랫바닥. 그래서 강굴의 서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지금 대도시에서 강굴을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에요. 하지만 보시다시피 생산량이 많지 않은데 어떡하겠어요? 아직 양식기술도 없고…." 이 씨의 말이다.

섬진강에서 방금 건져올린 강굴. 일반 굴보다 몇 배 더 크다.
 섬진강에서 방금 건져올린 강굴. 일반 굴보다 몇 배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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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서 건져올린 강굴. 우윳빛 국물을 가득 머금고 있다. 한 입에 넣기 버거울 정도다.
 섬진강에서 건져올린 강굴. 우윳빛 국물을 가득 머금고 있다. 한 입에 넣기 버거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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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서 건져 올린 비아그라

배 위에 쏟아놓은 강굴의 손질이 시작된다. 껍데기에 붙어 있는 따개비와 돌 같은 이물질을 떼어내는 것이다. 이씨와 작업인부 할머니 둘이 달라붙었다. 손질하던 할머니가 굴 하나를 까서 건넨다. 껍데기 안으로 칼을 밀어 넣어 틈을 벌리고 한바퀴 돌려 깐 것이다.

엉겁결에 받아들었지만 얼른 입으로 가져갈 수가 없다. 처음 본 강굴이 너무 크다. 손바닥 한 뼘보다도 컸다. 속살도 10㎝가 족히 넘어 보인다. 일반적인 굴의 서너 배는 된 것 같다. 오동통통한 굴을 한 입에 넣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우윳빛 같기도 하고 쌀뜨물 같기도 한 뽀얀 국물도 가득 들어 있다.

"국물까지 한꺼번에 다 넣어야 더 맛있어라." 한입에 넣기 부담스러워 국물을 먼저 빨아들인 다음 속살을 훑었다. 물컹한 굴 하나가 입안에 가득 찬다. 단맛과 짠맛이 섞여있다. 비릿한 냄새도 없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다. 섬진강의 봄이 입안으로 통째 옮겨진 것 같다.

"맛이 어떻습니까? 하나 더 드세요." 이번에는 이씨가 강굴 하나를 까서 건넨다. 그는 "섬진강에서 건져 올린 비아그라이고, 화장 안받는 여자들 이거 몇 개만 먹으면 바로 화장도 잘 받는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 사이 강물 속에서 그물망 하나가 또 올라오고, 배 위에선 손질을 또 한다. 손질을 끝낸 강굴은 상자에 담겨 배 한켠을 차곡차곡 차지한다.

이성면 씨의 배 운영호가 돈탁마을 앞 섬진강에서 강굴을 채취하고 있다.
 이성면 씨의 배 운영호가 돈탁마을 앞 섬진강에서 강굴을 채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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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서 방금 건져올린 강굴이 숯불에 구워지고 있다.
 섬진강에서 방금 건져올린 강굴이 숯불에 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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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굴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에서 자란다. 섬진강 하구는 간만의 차이가 커서 바닷물이 강쪽으로 깊숙이 밀고 들어왔다 빠져나간다. 하여, 강굴은 섬진강과 남해바다가 만나 서로 몸을 뒤척이며 잉태한 것이다. 단맛과 짠맛이 섞인 것도 이런 연유다.

이 굴은 입춘을 전후해 채취를 시작, 벚꽃이 필 무렵까지 나온다. 하여, '벚굴'이라 부르기도 한다. 영양도 만점이다. 강굴에는 단백질과 무기질, 각종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다. 아미노산도 풍부하다.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연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강장 효과도 뛰어나다. '바다의 비아그라'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셀레늄도 풍부해 피부세포의 노화를 막아준다. 이 강굴은 날로 먹는 게 최고다. 순수한 강굴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기호에 따라 마늘이나 고추, 묵은지를 곁들여도 좋다. 초장에 찍어먹기도 한다.

찜, 전 등으로 만들면 물리지 않아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숯불에 구워먹는 직화구이도 잊지 못할 맛이다. 묵은지나 풋고추, 풋마늘과 같이 먹어도 별난 맛이다. 강굴을 넣어 끓인 강굴죽도 개운하다.

강굴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생으로도 먹고 구워도 먹고 익혀먹기도 한다. 기호에 따라 야채를 곁들여도 좋다.
 강굴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생으로도 먹고 구워도 먹고 익혀먹기도 한다. 기호에 따라 야채를 곁들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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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굴, #벚굴, #섬진강, #망덕포구, #청아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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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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