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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나폴리리 부르는 통영
 동양의 나폴리리 부르는 통영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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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나폴리"

사람들은 경남 통영을 이렇게 부릅니다. 하지만 나는 이탈리아 나폴리를 '서양의 통영'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통영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작곡가 윤이상 선생, 시인 김춘수 선생, 유치환 선생, 소설가 박경리 선생, 극작가 유치진 선생 등 대한민국 예술가를 배출한 음악동네이자 문학동네입니다. 이곳에서 3년을 살았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인지 모릅니다.

동양의 나폴리라고? 말도 안 됩니다

저는 이 기사에서 문학과 음악, 아름다운 풍경을 소개할 생각은 없습니다. 통영의 싱싱한 횟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난 27일 통영에 볼 일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막둥이가 따라 나섰습니다. 형, 누나와 도서관에 갔었는데 언제 왔는지. 진주에서 1시간 거리라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는 생각으로 같이 갔습니다.

딸은 회를 정말 좋아합니다. 하지만 워낙 비싸 "다음에 다음"이라고 에둘러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에"만 외치다가는 약속도 잘 지키지 않는 아빠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통영 가는 길에 회를 사 점수를 따기로 했습니다.

"막둥아, 누나 회 좋아하지?"
"응."
"누나 먹게 회 조금 사야겠다."

"아빠, 그럼 집에 갈 때까지 비밀로 해요. 집에 가서 회를 내놓으면 누나가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그럴까?"


딸은 개불, 아들은 낙지... 하지만 아빠는 숭어가 좋아

싱싱한 횟감이 풍성합니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싱싱한 횟감이 풍성합니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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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3월부터 2000년 3월까지 살면서 회가 먹고 싶을 때마다 들렸던 중앙시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살아있는 물고기를 보니 입안에 침이 고였습니다. 진주 시내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 숭어를 좋아해 샀습니다.

"숭어 1kg에 얼마예요?"
"1만3천입니더."
"2kg만 주세요.
아 정말 싸다. 1kg그램에 1만3천원 밖에 안 하네."
"싸기도 하지만 싱싱하다 아입니꺼. 도시에서는 이런 것 잘 못 먹습니더."
"맞는 말씀입니다. 싱싱한 물고기 먹기 힘들지요. 도시 사람들은."

그 때 큰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왜?
횟감 사고 있어."
"아빠 낙지도 먹고 싶어요. 낙지도 좀 사오세요."
"낙지? 낙지는 안 보이는데. 있으면 사갈게."


하지만 낙지는 이미 다 팔렸다고해 살 수가 없었습니다. 큰 아이는 세발낙지를 참기름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딸은 개불도 달려들어 먹을 정도니. 참 별난 아이들입니다. 먹고 싶은 것을 다 사주고 싶지만. 워낙 비쌌습니다. 통영이나 삼천포에 가는 길이 있을 때만 사 먹을 수 있습니다. 아무튼 자기들이 좋아하는 회는 샀으니 싫다고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봄에는 도다리입니다. 칼질이 예술이었습니다.
 봄에는 도다리입니다. 칼질이 예술이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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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을 보니 도다리를 썰고 있었습니다. 봄은 '도다리', 가을은 '전어'입니다. 봄 도다리는 정말 대단합니다. 칼질을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막둥이 도다리야. 도다리. 봄에는 도다리가 맛있다. 가을에는 전어고."
"우리가 산 것은 무엇인데요."
"응, 숭어."

"그럼 맛있는 도다리를 왜 사지 않고, 숭어를 샀어요."
"아빠가 숭어를 좋아하니까."


결국 아빠가 좋아하는 것으로 다 결정났습니다. 이곳 저곳을 돌아봤는데 정말 쌌습니다. 전복이 한 쟁반에 3만 원 정도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내에서 이런 가격에 살 수없지요. 당연히 진주에서도 살 수 없습니다. 전복을 좋아하면 '지름신'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인데 다행히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지나칠 수 있었습니다.

통영에는 없는 게 없어요

전복. 3만원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쌉니다.
 전복. 3만원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쌉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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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고기를 말리고 있어요. 무슨 고기가 이렇게 많아요."
"바닷가니까 고기 많지."

"…."
"말린 고기를 구워 먹을 수도 있고, 장에 조림해도 맛있다."

"통영에 오니까. 물고기는 없는 게 없어요."
"아빠도 없는 게 없는 통영이 좋다."

싱싱한 회도 맛있지만 햇볕과 바닷바람이 말린 생선도 정말 맛있습니다. 졸깃졸깃한 식감은 한 번 먹은 본 사람은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통영이 문학과 음악의 도시가 된 이유도 싱싱한 먹을거리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오염되지 않는 먹을거리는 사람 마음도 맑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문학과 음악 동네 통영, 횟감도 천국입니다.

여러 종류 생선을 말리고 있습니다. 조림이나, 찌개를 해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여러 종류 생선을 말리고 있습니다. 조림이나, 찌개를 해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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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통영, #회, #숭어, #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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