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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대사관 앞 기자회견
 방글라데시 대사관 앞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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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초, 김포 양곡에 위치한 허름한 컨테이너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마을에서도 멀리 떨어진 논 한가운데 위치한 두 동의 컨테이너에는 20명이 넘는 방글라데시 이주민 노동자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내가 방문한 날은 한국을 방문한 방글라데시 스님을 모시고 노동자 위로 법회를 하는 날이었다. 눈이 내리는 매서운 겨울날 이었지만, 컨테이너 밖에서는 사람들이 각종 방글라데시 음식을 만들고 떠드는 소리가 흥겨운 날이었다. 그 작은 컨테이너는 근처에 거주하는 40명 이상의 노동자들의 유일한 쉼터였다.

그들은 방글라데시의 산악 부족인 '줌머'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었다. 줌머인은 방글라데시 동남부 치타공 산악지대에 살고 있는 인구 65만 명의 소수 민족으로 방글라데시 전체인구의 고작 0.7%에 불과한 사람들이다.

방글라데시인 주류인 무슬림이 아닌 불교도이자 인종적으로 인도인 보다 미얀마에 가까운 아시아인 얼굴을 지난 사람들이었다. 줌머인들은 방글라데시 정부에 자치권 요구를 했지만,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토지 약탈 및 성폭행, 폭력, 살해 등 인권 유린을 자행해 옴에 따라 줌머인들은 인권 유린을 피해서 난민의 길을 걷고 있다.

양곡면 일대
▲ 보이사비 양곡면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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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이주한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조차도 이들을 차별했다. 줌머인들은 김포 양곡 근처에만 모여 살고 있었다. 그 작은 컨테이너만이 그들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서로를 품을 수 있는 장소였다. 고향으로 돌아갈 기약도 없는 그들이었지만, 항상 밝고 따뜻한 미소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김포를 지날 때마다, 내 줌머인 친구들이 어떻게 지낼지에 대해 항상 궁금했지만,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2월 셋째 주, 인터넷 검색을 하다 김포 줌머인 친구들이 어린이도서관을 개소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길로 바로 김포 양곡의 줌머인 연대를 찾아갔다.

그들은 양곡터미널 근처의 허름한 건물의 이층을 얻어 재한 줌머인 연대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김포시 양촌면 일대에 약 80여 명의 줌머인들이 재한 줌머인 연대 회관을 중심으로 모여 살고 있으며 이중 47명이 난민 지위를 획득했다. 재한 줌머인 연대는 국내의 시민단체와 연계해 치타공 산악 지대 및 줌머인들의 인권 상황을 알리고, 평화와 인권보장을 위한 연대를 위해 힘쓰고 있었다.

대부분 남자들만 이주해 노총각들이었지만, 다행히 몇 명은 결혼했다. 그들 자녀 5명은 한국에서 태어났다. 천천히 한국에 정착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장 노동자들인 대다수의 줌머인들은 한국에 오래 살았지만, 한국어 실력은 매우 저조 했다. 더 많은 이웃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상태였지만 밝고 활기차 보였다.

문화공연
 문화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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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 줌머인 연대에서 내게 한 장의 초대장을 보내왔다. 4월 14일 토요일, 줌머인들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보이사비 축제를 김포 양곡에서 개최한다는 것이다. 보이사비(Boi-Sa-Bi) 축제는 줌머인들의 사랑, 평화, 평등, 그리고 민족적 단결을 상징하고 새해 첫날을 기념하는 축제다. 이날 줌머인들은 가족,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눠먹고 불우한 이웃에게 온정을 전하며, 강가에 꽃과 초를 띄우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보이사비 축제에 많은 지역주민들과 많은 한국인 친구들을 초대해 우리에게 전통을 보여주고 싶은 줌머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LA 코리안타운 축제도 아마도 이런 뜻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줌머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보이사비 축제에 많이 참석하여 줌머인들이 내미는 손을 잡고 우리사회의 이웃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4월 14일 김포 양곡. 줌머인 설날 축제인 보이사비 축제에서 설날을 기념하는 떡을 함께 먹을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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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보이사비 축제 찾아오시는 길 : 김포양촌다목적문화체육관
*지하철 2호선 당산역 1번출구 → GS 편의점 → 60-3 버스(1시간 20분) → 양곡터미널 하차(도보 5분) → 양곡고등학교 뒤
*지하철 5호선 송정역 1번 출구 → 60-3 또는 60-2 버스 → 양곡터미널 하차 (도보 5분) → 양곡고등학교 뒤
▲ 줌머이주노동자와 티벳난민 어린이 돕기 지구촌마을(www.facebook.com/glovillnet, glovillne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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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방글라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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