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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현대카드 콘서트 15- 정명훈 &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공연
 예술의 전당 '현대카드 콘서트 15- 정명훈 &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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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과 22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현대카드 콘서트 15- 정명훈 &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공연이 있었다. 이번 공연은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 정명훈이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 홍콩, 상하이, 베이징 등지의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서울공연으로 의미가 깊었다.

전체적으로 콘세르트허바우는 현악기의 비단같이 엷으면서도 추진력 있고 방향성 있는 선이 뚜렷한 음색이었다. 목관과 금관까지도 현악화되었다고 표현하여도 어울릴 선적인 움직임이 명징하였다. 첫날 프로그램의 민속적인 작품들과 둘째날의 고전음악곡 모두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벗어나지 않는 '단정함' 사이에서 '익살스러움'을 잘 살리는 연주가 되었다.

21일 공연은 헝가리의 작곡가 졸탄 코다이와 바르톡, 그리고 멘델스존의 음악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곡이었던 졸탄 코다이의 <갈란타의 춤>은 헝가리 전통 민요리듬이 변형되면서 발전하고 변모하는 작품으로 특히 집시적인 느낌과 경쾌한 춤이 연상되는 연주였다.

네덜란드의 젊은 여성 연주자인 재닌 얀센이 연주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는 1악장에서는 가녀리면서도 투지어린 주제선율, 2악장에서는 차분하고 우수어린 노래, 3악장에서는 그 비루투오적인 갖가지 기교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연주해내었다.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은 젊은 여성 연주가에게 열렬한 브라보를 외쳤다. 앵콜곡으로 얀센이 연주한 바흐 <파르티타 제2번 BMW 1004 사라방드>는 바로크적인 정적인 체취에서 경건함이 묻어나오는 연주였다. 또한 자신의 공간을 확고히 확보하는 그녀만의 카리스마 있는 무대매너는 듣는이를 압도하였다.

21일 공연에서 멘델스존 협주곡을 연주한 재닌 얀센
 21일 공연에서 멘델스존 협주곡을 연주한 재닌 얀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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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후 바르톡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은 콘세르트허바우의 진정한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1악장에서는 장엄한 첫 시작에 요동치는 전투의 서막을 듣는 듯하였고, 특히 1악장 중반부의 스트레토 부분에서는 긴박감과 그 찬란히 빛나는 여유와 자신감이 한껏 발휘되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아랍의 강을 건너는 것 같은 섹션에서는 아름다운 목관이 인상적이었다.

바순으로 시작하는 2악장은 이날 연주된 곡 중에 제일 박진감이 넘치며 다소 빠른 템포로 각 요소요소가 강조되며 템포 루바토가 명확하게 살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것은 아마도 정명훈 마에스트로의 색깔이 묻어나오는 장면이었다. 3악장의 안개같이 희뿌연한 가운데 터져나오는 섬광과도 같은 탄성과 숙명성, 4악장의 익살스런 음형들을 지나 5악장의 박진감 넘치는 피날레, 앵콜곡으로 연주한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까지 큰 스케일의 장중함과  넘치는 파워가 인상적인 후반부 무대였다.

21일 공연이 두 헝가리 작곡가들의 민속적인 음악으로 색채의 다양성을 강조하였다면, 22일 공연은 베토벤과 브람스 두 독일정통 작곡가의 정격화 된 곡으로 고귀함과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첫날 공연이 다양한 리듬과 음색, 넓은 음폭으로 역동성과 색채감이 강한 반면, 둘째 날은 명확한 주제선율과 그 발전의 고전적인 형식미가 더욱 콘세르트허바우의 역량과 정명훈의 조화된 앙상블을 증명해 주었다.

 22일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을 연주중인 김선욱
 22일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을 연주중인 김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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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이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다단조>는 충실하게 자신의 감정에 몰입하며 깨끗한 음색과 추진력이 뛰어난 연주였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는 김선욱을 잘 받쳐주면서도 오케스트라 자신의 색채 또한 잃지 않으며 잔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1악장 오케스트라 전주 후의 카리스마 있는 옥타브와 트릴의 도입과, 2악장의 잔잔한 읊조림, 3악장의 반복되는 하행 도약 주제선율 모두 고귀하고도 기품있는 작곡가의 정신을 잘 표현해내고 있었다. 앵콜곡으로는 브람스의 <인터메조 118-2>를 연주하였는데, 가슴을 파고드는 잔잔한 선율과 명징한 움직임이 심금을 울리는 연주였다.

서울 공연의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던 브람스 <교향곡 제2번 라장조>는 대자연의 큰 풍경을 보여주는 듯한 1악장, 엄습해 오는 불안과 그 사이의 희망을 표현하는 것 같은 2악장, 3악장의 오밀조밀한 스트레토, 4악장의 전투적인 일련한 움직임 모두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잘 짜여진 옷감을 마에스트로 정이 명확한 실루엣으로 연출하고 있었다. 4악장 마지막의 박진감 넘치는 피날레에 관객들은 열화와 같은 기립박수로 화답하였고,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한국 관객이 노래도 좋아하고 제일 열정적이'라며, 앵콜곡으로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을 연주하였다. 연주전 그가 자신있게 소개한대로 "천국에 온 듯한" 벅차고 평온하고 때론 갈등하고 다시 환희에 넘치는 천국을 관객들은 경험할 수 있었다.

세계 유수의 여러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마에스트로 정명훈이지만 오랜만에 조우한 이번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 서울공연까지 이 모두가 음악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한국 관객에게 바치는 '열정과 사랑'이었다. 한국 음악청중들에겐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귀한 선율을 모처럼 듣는 기회였을 것이고, 로열에겐 그러한 한국의 열정과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마에스트로 정에게는 한국, 너와 내가 음악으로 하나되는 한국을 그렸을 또한번의 정열적인 무대였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정명훈, #김선욱, #재닌얀센,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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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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