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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김씨는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 고려대학교 본관 앞 지난 15일, 김씨는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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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김영곤 전국대학강사 노동조합 고려대분회장은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 농성텐트를 설치했다. 그는 1월 31일 임금 및 단체 협약에 관한 5차 교섭이 결렬된 뒤 14일 이뤄진 1차 조정회의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행동에 나섰다.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 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에는 "막장으로 간다" "열사 나셨다" "본관 앞에서 뭐하는 짓이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일부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인터넷에는 고려대 학생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결국 고파스는 메인화면에 "고파스는 고대인들의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며, 특정 글이 고려대 전체 학생들의 생각으로 일반화 될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안내창을 띄우며 사태 진정에 나섰다.

고려대 학생은 왜 많은 비판을 받았나

<다음>에 올라온 고려대 관련 기사. 하루에 약 1800개의 댓글이 달렸다
 <다음>에 올라온 고려대 관련 기사. 하루에 약 1800개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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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달부터 고파스에 꾸준히 시간강사 처우개선에 관한 글을 올렸다. 처음 김씨에 대해 고파스 내의 우호적인 여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가 글만 올리고 반대하는 댓글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자, 조금씩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김씨에게 등을 돌리게 된 계기는 지난 15일 김씨가 천막농성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2006년 출교사태 당시, 징계를 받은 학생들이 2년간 본관 앞을 점거하며 천막농성을 벌인 후유증이 아직 학생들에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종찬 고려대 총학생회장도 "텐트농성이라는 방법 자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을 부른 최초의 보도는 고려대 학생들이 왜 텐트농성에 부정적인지 주목하지 않았다. 단지 학생들의 반응만 전한 기사였다. 또한 농성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김씨의 목소리는 주목받지 못했고, 농성에 대한 고려대 학생들의 태도만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에 당사자인 김씨를 19일 농성 현장에서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텐트농성은 최후의 수단... 내 목소리를 들어 달라"

김영곤 전국대학강사 노동조합 고려대분회장.
 김영곤 전국대학강사 노동조합 고려대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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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천막농성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한 처우개선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교육의 질 문제이다. (강의 하나로 얻는 수입이) 월 40만 원이다. 강사 대부분이 자녀가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견딜 수가 없다. 나는 8년 동안 한 권의 책도 사서 볼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버텨왔다."

- 구체적으로 원하는 개선 수준은?
"시간당 강사료를 현재 5만1800원에서 10만 원으로 인상하고, 방학에도 강사료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현재의 5만1800원은 지난 10년간 한 번도 인상하지 않다가, 2011년에 고작 1800원 인상한 금액이다. 이게 말이 되나? 방학 중 강사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강사들이 강사료를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 강사도 방학기간 동안 연구강의와 학생지도를 한다. 이것은 강사들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 학교의 반응은 어떤가?
"예산을 핑계로 거부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요구사항을 들어주는데 100억 원도 필요하지 않다. 얼마 전 수백억 원짜리 건물을 올리더니, 올해 또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 건물 지을 돈은 있으면서 강사들의 요구는 묵살한다. 강사의 교원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임시고용직, 하청업자로 보는 행위다. 오죽하면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겠는가."

- 고파스(고려대 학생 커뮤니티)의 반응을 아는가?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그곳에 올라온 의견이 전체 학생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 측의 의견일 수도 있고 재단에 의견일 수도 있고…. 그것이 전체 여론이라고 보지 않는다."

농성 텐트 모습. 주변 건물 전기가 차단되면서 전기 케이블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농성 텐트 모습. 주변 건물 전기가 차단되면서 전기 케이블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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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필이면 천막농성, 그것도 졸업식과 맞물린 시기에 시작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의도적으로 이때를 노린 것인가.
"그렇지 않다. 1월 31일 학교와의 6차 교섭이 결렬되었고, 2월 14일 서울지방노동위 1차 조정회의에서도 나의 요구안 중 어떤 것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15일부터 농성을 시작했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최후의 수단으로 이것을 택한 것뿐이다. 사태의 해결이 목적이지 어떤 논란을 의도적으로 노린 것은 아니다."

- 왜 글만 올리고 댓글에 대한 답변은 없느냐는 비판도 있다.
"처음에는 나도 모두 읽었다. 하지만 나는 한 명이고 나에게 달리는 댓글은 수없이 많다. 내가 모두 답변하기는 불가능하다. 읽다보면 밤을 새야 한다. 내 나이도 있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은 내가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도 알리기 위해서다. 그를 통해 학생들이 이 문제에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 일부 학생들의 비난이 섭섭하지 않은가.
"나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다음'에 달린 수천 개의 댓글로 상쇄되었다고 본다. 그걸로 됐다. 딱히 섭섭하거나 아쉬운 것은 없다."

- 앞으로도 계속 농성을 이어갈 생각인가.
"학교 측에 달렸다. 하지만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16일 노동위원회 조사관이 교무처장을 만났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는 답변만 들었다. 학교 측에서 내 대체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하더라. 내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도 없다. 심지어 농성장 주변 건물의 전원을 차단해 버렸다. 전기는 기본적인 인권인데…. 정말 악질이다."

김영곤, 김동애 부부. 두 사람은 함께 텐트에서 농성 중이다.
 김영곤, 김동애 부부. 두 사람은 함께 텐트에서 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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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견에 동조하는 다른 강사는 없나?
"어제 다른 강사가 와서 자신은 용기가 없어서,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이렇게 농성을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나의 목표는 강사의 처우 개선을 통해 대학강의 질을 바꾸자는 것이다. 당장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히 목소리를 내다보면 사람들이 왜 우리가 이런 행동을 하는지 한 번 쯤은 생각해보리라 믿는다."

김씨의 부인인 김동애씨 역시 추운 날씨에도 같이 텐트를 지키고 있었다. 김씨는 자신과 함께 농성 중인 아내의 건강을 염려했다. 풍이 있는 아내의 몸상태가 고된 농성을 얼마나 견딜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일 있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에서 사태의 진전이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었다.


태그:#고려대학교, #시간강사, #텐트농성, #천막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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