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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지부지'와 '우왕좌왕'이 만났다. 만나고 보니 서로 잘 만났다. 그들의 행복한 만남 스토리는 이랬다.

'흐지부지', 이유 있었네

행복나눔지역 아동센터(센터장 나성천)에 축구팀이 있었다. 정식 이름은 없지만, 센터 프로그램에 축구 시간이 있었다. 지도해 주기로 한 사람들도 있었다. 센터의 아이들은 축구를 좋아했다. 남녀도 구별이 없었다. 하지만 연습 시간마다 아쉬웠다. 지도해 주기로 한 사람들이 축구공 하나 던져주고, 축구만 하라고 했다. 좀 더 조직적이고 강인한 체력 훈련과 기초 축구 지도가 항상 아쉬웠다. 그냥 공 하나 가지고 노는 정도였다.

체력도, 실력도 늘지 않았다. 축구는 센터의 많은 프로그램 중 하나로 그냥 노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되었다. 한마디로 센터의 아동 축구는 '흐지부지'였다.

지난 11일 안성 동신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그들은 또 만났다. 그들의 미소가 말해주듯 그들은 서로 만나는 것이 행복했다. 말로만이 아닌 그들은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축구공하나로 맺은 가족 말이다.
▲ 운동장에서 지난 11일 안성 동신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그들은 또 만났다. 그들의 미소가 말해주듯 그들은 서로 만나는 것이 행복했다. 말로만이 아닌 그들은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축구공하나로 맺은 가족 말이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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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왕', 힘들었다

지난해 출범할 땐 '안성맞춤여자축구단'이 정식 명칭이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여성들이 축구를 위해 모였다. 거기엔 20대 아가씨부터 40대 주부까지 다양했다. 지난해에 경기도 대회에도 몇 번 출전했다. 신생 축구단치고는 훌륭한 성적도 거뒀다.

하지만, 안성시 생활체육회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내용이 지역 신문에 실렸다. 한때 '해체설'까지 나돌았다. 축구단 여성들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축구단 선수들의 마음 고통은 한동안 심했다. 모두 축구가 좋아 시작한 축구단이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동안 "어디 여자가 축구를 해"라는 수많은 편견과 싸워 이룬 팀이었다. 팀원들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이때 박진숙 회장(안성여성축구단)이 과감하게 나섰다. 뭔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했다. '우왕좌왕'의 진흙탕에서 치고 나가야 했다.

운명적인 만남

한 독지가의 중매로 그들은 만났다. 올해 1월 14일, 안성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처음 만났다. 서로가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하나였다. 서로 축구때문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조끼를 입은 지역아동센터 아동 한 명이 무서운 기세로 드리블하고 있다. 아줌마 선수가 혼자서 막아야 하는 일대일 상황이다. 동네 축구 같다가도 한번씩 선수들 뺨치는 장면이 연출되곤 했다.
▲ 일대일 상황 조끼를 입은 지역아동센터 아동 한 명이 무서운 기세로 드리블하고 있다. 아줌마 선수가 혼자서 막아야 하는 일대일 상황이다. 동네 축구 같다가도 한번씩 선수들 뺨치는 장면이 연출되곤 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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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선생님으로서 지도하러 온 것이 아니다. 여러분과 함께 축구를 즐기러 왔다."

첫 만남에서 박진숙 회장이 던진 말이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축구단 여성들과의 나이 차이가 심했다. 큰 언니부터 어머니뻘이었다. 지금은 센터 아이들이 "언니, 누나"라며 따른다. 축구 단원들은 새로운 동생, 새로운 자녀가 생겼다. 얼마 되지 않은 만남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축구공 하나가 주는 마법이었다.

훈련 현장에 가다

지난 11일, 안성 동신초등학교 운동장은 시끌벅적했다. 그들이 축구 경기를 하고자 만나는 날이었다. 아직도 번듯한 유니폼 하나 없지만, 센터의 아이들은 축구 경기할 맘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축구단 여성들은 아이들과 축구 경기를 하는 재미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취재하러 간 기자도 경기에 참여했다. 조끼 입은 A팀과 입지 않은 B팀으로 나뉘었다.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크지 않은 초등학교 축구장에 11명 씩 22명이 뛰니 운동장이 좁다. 아직은 아이들의 실력이 동네축구 수준이라 공 따라 몰려다닌다.

하지만, 그중에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아이도 몇 명 있다. 여성축구단 선수 중에도 기량이 출중한 선수가 눈에 띈다. 중간 중간에 여자 아이들도 한 번씩 찬다. 나이도 천차만별, 실력도 천차만별인 재밌는 축구가 계속된다.

결과는 4-3.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운동장 중간에 모여 인사를 한다. 운동장을 다시 돌면서 마무리 운동도 잊지 않는다. 센터 아이들이 먼저 운동장을 떠나도 축구 단원들은 남아서 다시 달음박질한다. 기초체력이 중요하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들은 게임을 시작할 때도 끝날 때도 상호 간의 경례를 잊지 않았다. 이것 또한 축구의 기본이며,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서란다. 지금 사진은 한 여아가 인사 타이밍을 못 맞춰 혼자 꾸벅 절하고 있는 장면이다.
▲ 상호 간의 경례 이들은 게임을 시작할 때도 끝날 때도 상호 간의 경례를 잊지 않았다. 이것 또한 축구의 기본이며,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서란다. 지금 사진은 한 여아가 인사 타이밍을 못 맞춰 혼자 꾸벅 절하고 있는 장면이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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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이란 바로 이런 것

이제 축구단 이름도 '안성여성축구단'이다. 소속도 축구협회 소속이다. 소위 클럽 축구다. 이젠 홀가분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멤버들도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축구 경기에 나가는 것에도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올 3월 1일과 2일엔 '여자 축구 심판 3급' 시험을 친다. 17명 중 9명이 응시한다. 그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지금 실력과 체력으론 모두 합격할 걸로 보고 있다. 안성 최초의 역사가 쓰여 질 예정이다.

센터의 아이들도 열심히 연습해서 올 5월에 경기에 나가볼까 한다. '문체부 장관기 전국 지역아동센터 축구대회'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경험을 위해서라도 한번 꿈꿔 볼 만 하다. 서로는 축구공 하나로 서로 보듬으며 예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태그:#안성여성축구단, #여자축구, #안성맞춤여자축구단,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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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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