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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신라면'은 '꼬꼬면', '나가사키짬뽕'의 거센 도전을 받았습니다. 우리집 아이들은 라면을 좋아합니다.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먹을 정도로. 하지만 저는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내에게 라면 좋아하지 말라고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아니 아이들에게 라면을 일주엘 한 번씩 먹이는 엄마가 어디 있어요?"
"맛있는데 어떻게 해요."
"좋습니다. 오늘 먹고 앞으로 두 달 동안 라면 금지입니다."
"당신은 나가사키짬뽕 좋아하잖아요?"
"한두 번 먹어봤는데 나는 역시 붉은 국물이 있는 라면이 좋아요."
"나 역시 흰국물은 별로예요."


육수는 멸치로 간단히 해결합니다.
 육수는 멸치로 간단히 해결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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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하면 손이 많이 갈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멸치로 육수내고, 부추와 달걀말이, 볶은김치면 다 됩니다. 물론 라면보다는 손이 많이 가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잔치국수가 훨씬 낫습니다.

"아니 라면은 물만 끓이면 다 되는데 잔치국수는 육수내고, 부추 삶고, 국수삶고, 달걀말이 해야 하고, 김치도 볶아야 하고, 손길이 얼마나 많이 가는지 아세요?"
"엄마가 아이들 건강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 아니에요. 소풀(부추 경사도 사투리)과 달걀말이 자체만해도 건강은 최고 아닌가요?"

"아빠 나도 잔치국수 먹고 싶어요. 라면 보다는."

잔치국수에는 부추가 들어가야 합니다.
 잔치국수에는 부추가 들어가야 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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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가 또 나섰습니다. 아빠가 하는 말이 무조건 다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막둥이를 엄마가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막둥이는 말합니다. 엄마는 항상 공부하라, 일기 써라, 컴퓨터 하지 말라고 하는데 아빠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두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공부할 때가 되면 공부할 것이고, 일기 쓰고 싶으면 일기 쓴다고 말합니다. 당연히 라면이 아닌 국수를 먹고 싶다는 아빠를 지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릴 적 잔치국수를 먹어 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겨울은 겨울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맛있습니다. 겨울에는 금방 끓인 육수로 오들오들한 몸을 녹이고, 더운 여름에는 얼음을 둥둥 띄우면 땀 범벅이된 몸을 오들오들 떨게합니다. 우리 집에서는 볶음김치를 넣어 먹는데 그 맛이 일품입니다. 라면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큰 아이는 잔치국수에 김치를 볶아 넣으면 잘 먹습니다.

잔치국수에 들어가는 김치볶음, 소풀(부추)와 달걀말이
 잔치국수에 들어가는 김치볶음, 소풀(부추)와 달걀말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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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김치 볶아 넣으면 더 맛있어요."
"당연히 잔치국수에 볶은 김치 안 넣으면 맛이 없지. 특히 올해 김장김치는 진짜 맛있잖아."

"잔치국수 보니 입안 침이 고여요."
"라면보다 훨씬 맛있고, 무엇보다 엄마 정성이 들어가잖아. 앞으로 라면이 아닌 잔치국수 먹자. 아빠는 라면 정말 싫어."
"그래도 라면도 한 번씩 먹어면 좋겠어요."
"라면을 아예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은 많이 먹는거다. 몸에 좋지 않고."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솔직히 잔치국수보다 라면이 우리 입맛을 더 유혹합니다. 늦은 밤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지요. 하지만 잔치국수를 앞에 놓으니 라면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따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몸도 든든해지고, 마음도 든든해집니다. 늦은 오후 잔치국수 한그릇 후루룩입니다.

볶음김치와 부추, 달걀만 들어간 잔치국수이지만 맛은 최고입니다.
 볶음김치와 부추, 달걀만 들어간 잔치국수이지만 맛은 최고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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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잔치국수,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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