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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9일 낮 12시 15분]
'박희태 폭탄' 맞은 새누리당 "너무 늦었다"

9일 오전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전격사퇴를 발표한 박희태 국회의장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나서고 있다.
 9일 오전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전격사퇴를 발표한 박희태 국회의장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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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다시 여의도 정가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총선을 2개월 앞두고 '초대형 악재'를 맞은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희태 의장이 당 안팎의 요구대로 일찌감치 용단을 내렸다면 이후 쇄신 과정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인한 후폭풍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을텐데 너무 늦은 결단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6일 트위터를 통해 "박희태 의장이 책임지는 것이 옳다"며 "정치책임은 사법책임과 달리, 행위책임이 아니고 관리책임"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공직자후보추천위(공천위)가 본격 가동됐고 정책쇄신분과의 성과물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박희태 의장의 자진사퇴가 불거지면서 모두 물거품이 돼버린 격"이라며 "측근 인사의 폭로성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다음에 사퇴하는 지금 모양새는 어떤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곤혹스런 새누리당, "늦은 감 있지만 결단 내린 것 다행스럽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애써 담담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황영철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박 의장의 전격 사퇴에 대해 "늦은 감이 있지만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대위원들도 이날 전체회의 도중 속보로 박희태 의장의 사퇴소식을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변인에 따르면, 회의 중 소식을 알게 된 비대위원들이 귓속말로 이야기를 나눴지만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고 회의가 끝난 후 비대위와 당의 입장을 정리해 밝히기로 했다. 특히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비대위가 박 의장에게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던 부분을 상기시켜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 직후 "박 의장의 사퇴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변인이 브리핑을 했을 것, (당의 입장과 내 입장을) 구별할 게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박 의장 사퇴로 인한 의장직 보궐 및 향후 대응에 대해 이날 오후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오후 예정된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사퇴 수리를 위한 '국회의장 사임의 건'이 큰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여, 새누리당 의총에서는 후임 국회의장직을 놓고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16조 보궐선거 조항에 따르면, 의장 또는 부의장이 궐위된 때에는 지체없이 보궐선거를 실시하도록 돼 있다. 보궐선거에 의해 당선된 의장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기간까지다. 이 경우, 박 의장의 뒤를 잇는 의장은 오는 5월 29일까지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박 의장이 사퇴 후 새누리당에 복당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의장은 국회의장직에 오르며 관례에 따라 탈당했다. 황 대변인은 박 의장의 복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총공세' 나선 야권 "돈봉투 보고 받은 김효재 정무수석도 물러나야"

야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초점은 검찰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향했다. 김 수석은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캠프'를 총괄 지휘했다. 고승덕 의원실로부터 300만 원을 돌려 받은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는 검찰 진술에서 돈을 돌려 받은 사실을 김 수석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밝혔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도 이날 하금열 대통령 실장 예방자리에서 "김 정무수석이 취임 축하차 저를 한 번 찾아오셨는데 (고 전 비서와) 일면식도 없다는 얘기도 하시고 너무 거짓말을 하셨다"며 "공직을 하시기에는 부적격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박 의장처럼) 뒤늦게 모든 게 탄로나니깐 사임을 하는 그런 리더십을 갖고는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며 "국정운영을 하는 권력층에 있는 분들과 또 정치를 하는 야당입장에서는 이런 것 하나 하나를 바로 세워나가는 것이 우리나라가 바로 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도 "돈봉투 의장실 사건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박 의장의) 고명진 전 비서의 '고백의 글'에서 300만 원의 진실이 밝혀졌다"며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몸통'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도 고위정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박 의장의 사퇴가 너무 늦었다, 박 의장 말고 물러나야 할 분이 한 분 계신다"며 "청와대와 국회, 또 청와대와 국민을 연결하는 썩은 동아줄, 김효재 정무수석이 물러나야 한다"고 질타했다.

통합진보당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희태 의장이 버티고 버티다 고명진씨가 진실을 말하기 시작하자 어쩔 수 없이 물러난 것"이라며 "이제라도 스스로 검찰에 나가 진실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의원직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은 박희태 의원의 경선자금 전반을 수사해야 한다, 정권 실세의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당장 자리를 내놓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도 이날 대표단 회의에서 "모든 책임을 안고 가겠다는 박 의장은 말 그대로 어서 국회를 떠나 검찰에 출두하라"며 "고 전 비서를 조사했음에도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무능하고 안이한 검찰의 조사결과 또한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고명진 전 비서 폭로 때문에 사퇴한 것 아냐... 행간의 의미 잘 봐달라"

한편, 한종태 국회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박 의장이 몸이 안 좋아 제가 대신 읽은 것"이라며 "더 이상 드릴 얘기가 없다"고 밝혔다. "박 의장이 자신에 대한 혐의를 인정한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고 전 비서의 폭로에 대해 "오늘 오전에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사퇴 결정은) 그것 때문이 아니다, 행간의 의미를 잘 읽어달라"고 밝혔다.

[1신 재수정 : 9일 오전 10시 25분]
'돈봉투 벼랑 끝' 박희태 의장 전격 사퇴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던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의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오전 국회 대변인을 통해 국회의장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한종태 국회 대변인이 박 의장의 사퇴 입장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오전 국회 대변인을 통해 국회의장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한종태 국회 대변인이 박 의장의 사퇴 입장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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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태 국회 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박 의장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며 국회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한다.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 관련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제 책임으로 돌려주셨으면 한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국민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드린다."

앞서 박 의장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해 "기억이 희미한 일이다, 모르는 일"이라며 무관함을 강조해왔다. 여·야가 박 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촉구해왔지만 그는 '총선 불출마' 입장만 내놓고 의장직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2008년 전당대회 직후 고승덕 의원실로부터 300만 원을 돌려 받은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300만 원을 썼다"는 검찰 진술을 뒤집었다. 고씨는 이 사실을 당시 박 후보 캠프 상황실장이었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 보고했고 돌려 받은 돈 봉투를 당시 캠프 재정담당이던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감춰왔던 '윗선'의 실체를 폭로한 셈이다. 특히 고씨는 지난 8일 <동아일보>에게 건넨 '고백의 글'을 통해 "책임 있는 분이 자기가 가진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진술 번복 사실을 알렸다.

또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 시작된 거짓말이 하루하루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이로 인해 이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허위진술을 강요 받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혀, 진실을 덮기 위한 '압박'이 있었음도 시사했다.

고씨의 진술번복만이 아니라 검찰의 수사망이 점점 자신을 향해 좁혀온 것도 의장직 사퇴의 배경 중 하나가 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7일 '박희태 캠프'가 고승덕 의원 외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도 돈봉투를 살포한 정황을 포착하고 해당 의원들의 명단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2개월 남겨둔 시점에 '친정'의 현역 의원들이 무더기 소환될 수 있는 '위기 상황'이 닥친 셈이다.

박 의장 측근에 대한 수사도 좀 더 촘촘해지고 있다. 검찰은 '박희태 캠프'가 전당대회 5개월 전 변호사 수임료로 받은 수표 가운데 5천만 원을 현금화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캠프 재정담당이었던 조정만 비서관을 이날 세 번째로 소환키로 했다. 이에 대해 박 의장 측은 "당시 현금화한 돈은 박 의장의 지역구인 경남 남해 지구당 직원 등의 퇴직 위로금으로 썼다"고 해명했다.


태그:#박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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