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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초 해고에 맞서 농성을 벌인 인천공항세관 비정규 노동자들.
 지난 1월 초 해고에 맞서 농성을 벌인 인천공항세관 비정규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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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8일 임홍재(가명, 61)씨는 날짜 두 개를 정확히 기억했다. 11월 28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비정규직을 고용승계하고 상시근무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 세관에서 비행기 화물에 전자 태그를 부착하는 하청노동자였다.

12월 31일, 문자를 받았다. 계약해지 통보였다. 어쩔 줄 몰라서 무작정 공항 세관장실 앞으로 갔다. 그렇게 31명이 모였다. 농성을 시작했다. 24시간 격일 맞교대가 몸에 밴 노동자들은 농성장도 맞교대로 지켰다. 그동안 시간이 없어 못 간 병원에 다니고 제 시간에 함께 밥을 먹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임씨를 비롯한 50여 명의 노동자들은 24시간 동안 지하 대기실에서 비행기 도착 현황을 알리는 모니터를 보고 도착에 맞춰 수취대로 이동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내려오는 짐들에 전자태그를 붙인다. 하루에 비행기 500~1000대가 들어온다. 기차 등과 달리 비행기 스케줄은 변동이 많다. 눈, 비, 안개가 오면 바로 연착되기 일쑤다.

특히 비행기가 많은 오후 3~7시 동안은 꼼짝 없이 모니터만 보고 있어야 한다. 식사시간은 따로 없었다. '야속하게' 20분 거리에 있는 식당은 오후 7시 30분에 문을 닫았다. 뛰어가서 먹는 일도 하루 이틀이었다. 결국 집에서 싸온 밥이나 라면을 먹었다. 인원은 7명인데 대기실 침대는 4개뿐이었다. 번갈아가며 쪽잠을 자면서 밤새 비행기를 맞았다. 교대인원이 부족해 자기 돈을 써서 다른 이를 하루 고용하기도 했다. 휴게실은 없었다. 휴게 시간부터 없었다.

임씨는 6년째 일했다. 110만 원 안팎의 월급도 6년째다.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라 공항공사가 예산 10%를 삭감해야 한다고 했다. 비정규직들만 임금이 동결됐다. 몇 명이 잘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입을 닫았다. 2011년 2월 신규계약한 용역업체 케이티지엘에스와 재개약을 했다.

업체는 바뀌었는데 식권을 나눠주는 부장은 그대로였다. 입찰가를 낮게 써냈다며 임금 2만 원을 깎았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3월 경 체불임금 진정을 냈다. 월평균 일한 336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최저임금을 받는다 해도 233만 원은 받아야 했다. 7월 경 업체는 자술서를 들이밀었다. 최저임금법 적용 제외대상인 감시단속직임을 인정하라는 내용이었다.

"너희는 하루 24시간 맞교대하지만 일하는 실제 시간은 5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희는 최저임금법에도 근로기준법에도 해당이 안 된다... 거기에 사인을 하라는데 누가 해요. 그래 답답해서 노조를 찾은 거에요."

세관 하청노동자들은 8월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세관분회)을 만들어 거부했다. 낌새가 이상했다. 갑자기 공항 출입증 기한이 5년에서 1년으로 바뀌었다. 세관 측은 '전자태그부착 용역 노조 동향보고서'를 작성했다. 2012년 1월 1일부로 새 업체 포스트원이 들어왔고, 34명은 계약만료 문자를 받았다. 하필이면 31명이 노조원들이었다.

조합원들은 나이만큼 사연도 많다. 임씨의 고향은 충청도다. 장손이었다. 사업을 벌였다. IMF를 맞았다. 집이 날아가고 우울증이 왔다. 살아야 한다 싶어 방황을 접고 찾은 일자리가 이곳이었다. 잘 살 때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일을 6년 동안 했다. 그래도 "가족에게 잘못한 게 많아서" 여전히 얼굴 보기가 면구스럽다. 휴일, 주말이면 '서로 불편할 거 같아서' 집을 나오곤 했다. '다 내가 세상을 잘못 살아서' 묵묵히 일만 하는 게 최선이라 여겼다. 중요한 관리 업무를 한다는 자부심이 위안이었다. 다들 그랬다. 그것이 이제는 참 야속하다.

"우리가 한 게 1등인데... 우리가 6년을 일했고 그 6년 연속 1등을 했는데 그 공과는 어딜 갔느냔 말이야. 세관 하청이라고 공사가 설 선물 한 번을 안 줬어. 그러려니 해왔는데, 지금 와서 이러고 있으니까 새록새록 속상해. 야속해."

"인천공항 비정규직은 다 그렇다"

인천공항 로비에서 비정규 청소노동자가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인천공항 로비에서 비정규 청소노동자가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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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긴 다 그렇다"고 조성덕(42)씨는 말했다. 조씨는 특수경비원이다. 공항의 검색, 경비, 보안 업무를 한다. 인천공항 개항을 계기로 도입된 공항, 항만 등 국가중요시설의 경비, 보안을 담당하는 청원경찰의 '저비용 계약직' 버전이다. 단체행동권조차 금지돼 위헌 판결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엔 희한하게 국가소방공무원법에 의거해 임금인상에 타격을 받았다. 비행기도 늘고 엑스레이로 못 잡아내는 무기류도 나타나니 검색도 점검도 더 자주 해야 한다. 3조 2교대다. 주간조는 오전 9시~저녁 7시, 야간조는 저녁 7시~오전 9시까지다. 토요일 오전에 퇴근해 일요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휴일'은 42일에 딱 한 번 온다. 그 외엔 365일 똑같이 일한다. 명절에는 제비뽑기를 해 연차 쓸 사람을 정한다. 

조씨는 2001년 공항이 개항한 해에 입사했다. 10년이 넘은 베테랑이지만 기본급은 120만 원 정도다. 수당을 다 붙여야 170만 원을 넘긴다. "여긴 다 그렇다"고 조씨는 말했다. 초기엔 노조도 없어 업체의 횡포가 더 심했다고 했다.

"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고용 문제가 있었어요. 공항공사가 임금 책정한 걸 업체가 2~30%씩 떼어 가기도 하고. 지금은 임금지급률 100%를 계약에 명시하고 있지만 그때는 없었으니까요. 연차도 없었어요. 1년에 병가만 이틀 쓸 수 있었어요. 그것도 병원 진단서 떼어 와야 받을 수 있었죠."

휴가보다 사람대접 받기가 더 힘들었다. '집 지키는 개' 소리도 들었다. 환경미화 노동자의 경우는 '높은 분'이 오는 시간동안 눈에 안 띄게 숨어 있어야 했다. 

2006년 특경대노조를 만들었다. 공사 감독관이 "너희 노조 만들면 힘들어진다" "노조를 없애면 노사협의회 통해 너희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회유했다. 심지어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해고 위협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더 바닥까진 안 치고 권리를 회복하는 데 역할을 할 테니까' 노조 설립신고를 냈다. 2009년 계약해지를 당했다. 복직투쟁을 거쳐 이듬해 재계약을 했으나 함께 해고된 6명 중 2명은 아직도 해고자다.

업무환경이 나아졌느냐는 물음에 조씨는 강하게 부정했다.

"비행기도 늘고 업무량도 늘었는데 인원이나 임금수준은 예전이랑 달라진 게 없어요. 고정 예비인력을 변동계약으로 바꿔놓았으니 있는 사람이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거고요. 시설, 환경 쪽은 실제 인원수가 줄어든 편이에요. 또 예전엔 물가인상분을 공사가 업체에 균등히 인상시켜줬는데 지금은 업체별로 품목별 인상분을 역발주하게 해서 임금 소급분을 누락시키는 식이예요. 휴일, 연장수당도 고정돼있던 걸 변동계약으로 바꾸면서 더 줄었어요. 업체가 비용을 이만큼 썼다고 올려도 공사가 평가하고 안 주는 식이니까. 업체나 노동자나 힘들죠."

새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여성이나 고령자는 남지만 젊은 사람들은 1, 2년 안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특경대는 젊은 사람이 많아서, 작년에 이직률이 2,30%는 나온 거 같아요. 비전이 없잖아요. 일은 힘든데 직급이 오르거나 호봉이 쌓이는 거도 아니고."

비정규직 쥐어짠 '경영효율화'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의 정규직은 866명. 나머지 87.3%에 달하는 5955명이 38개 분야 40개 용역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이다. 관리직을 제외하고는 시설관리, 유지보수, 환경미화 등 실질적인 업무는 모두 민간에 위탁(아웃소싱)한 상태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는 "처음부터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공항을 설계했기 때문"이라는 게 신철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노조 조직국장의 말이다.

통로를 청소하는 비정규 노동자 뒤로 비정규 시설관리 노동자가 지나가고 있다.
 통로를 청소하는 비정규 노동자 뒤로 비정규 시설관리 노동자가 지나가고 있다.
ⓒ 노동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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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은 이 구조로 인한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제기하고 있다. 공항은 업체와 3년 단위 계약을 맺고 큰 문제가 없으면 2년 연장계약을 한다. 총 5년이다. 그럼에도 계약해지 위협이나 이를 빌미로 한 부당노동행위 등을 피할 수는 없다.

조씨가 당했던 2009년 특수경비대 해고 사태가 대표적이다. 그해 6월 15일 특경대 노조는 7월 1일 부로 업무를 시작하는 신규 업체와 교섭을 진행했다. 그런데 6월 말 조합원 7명에게 갑자기 계약취소를 통보했다. 공사가 입찰방식을 바꾼 게 이유였다. 2004년 업체 입찰공고와 계획서에 있던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한다'는 문구가 2009년 공고에 어느새 빠져 있었다.

"신규 업체 선정을 미루고 기존 업체와 한 달 단위로 연장계약을 하면서 입찰계약 내용을 바꾸거나 교섭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당시 특경대 업체도 원래는 3월에 내야 하는 입찰공고를 3개월이나 끌었던 거거든요. 그러고 나서 뜬 공고 보니 그 부분이 삭제돼 있던 거죠."(신철씨)

특히 7명 중 5명이 지회장과 노조 간부였다는 점은 노조 탄압 의도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저임금이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임금이 계속 동결돼 왔다"는 노조의 주장대로 2007년 이후 외주용역 계약금액은 거의 정체된 상태다. 공사 측은 2005년 이후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하고 최적입찰제로 입찰 방식을 바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 개선을 도모했다고 밝혔으나 노조는 계약금액의 수치만 키웠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조달청이 제시한 낙찰기준(예상)금액의 87.45%에 근접한 사람이 입찰되는 식이라 실제 금액은 늘지 않았다. 오히려 업체들이 예전보다 더 금액을 적게 적어내야 했다"는 게 김인철 공항지부 수석부지부장의 설명이다.     

2009년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효율화지침은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켰다. 공사는 이 지침에 근거한 아웃소싱용역비용 10% 절감계획을 업체에 전달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1675억 원에 달하는 아웃소싱비용을 줄이겠다고 했다.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 적용하지 아니함, 교육훈련비등 경비 최소화 등 수당 삭감과 이직자 충원 억제, 소규모 공사의 수선, 유지 자체 시행 등이 그 방법이었다.

총 인력의 4%를 둬야 하는 예비인력(교대인력)도 줄였다. 덧붙여 계약을 바꿀 때마다 실 인원수를 조금씩 줄여갔다고 노조는 증언했다.

지난해 공사는 예산절감목표 460억을 달성했다고 했다. 올해 목표는 470억 원이다. "2010년엔 시간외수당, 휴일수당이 아예 배제된 상태에서 용역이 발주되었다"며 수당을 줄이는 관행이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으로 노조는 우려한다.

"더 줄일 데가 없죠. 인건비밖에. 공항 운영에 있어서 대부분이 인건비잖아요. 업체가 2년 연장 계약할 때 업체 몫의 이윤이나 수당을 깎는 식으로 계약을 하는 거예요. 그럼 업체는 당연히 임금을 줄이죠."

노조를 찾아오는 상담 사례는 대개 임금 문제다. 대개 포괄임금으로 받고 있는데 계산해보면 최저임금 위반이거나 단기계약으로 인해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노조가 설립되지 않은 부서의 경우 문제는 더 많다. 사측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임금 인상분을 아예 알려주지 않는다는 제보도 있다.

수의과학검역 하청노동자의 경우엔 최저임금 지급 소송을 걸려 하자 사측이 어용노조를 만들어 취하시키기도 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산재처리조차 신청하기 힘들어 퇴직하고 나서야 찾아오는 운송, 하역 노동자들도 다수라고 했다.

항공사의 하청업체나 공항에 입점한 매장의 계약직 등 2, 3차 하청노동자는 2, 3만 명에 달하는데도 그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법은 멀다. "세관분회 대량해고 사태의 원인은 중부고용노동청에도 있다"고 신 조직국장은 강변했다. 지난해 3월 체불임금 진정에 대한 판결을 과도하게 늦게 처리함으로써 노조의 교섭이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진정을 2달 안에 처리해야 하는 규정과 자유롭지 못한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지난 판례들을 감안해 보면 석연치 못한 판결이었다. 더구나 2010년 인천공항 환경미화노동자들이 유사한 체불임금 소송에서 승소했던 전례가 있어 노조 측은 의구심을 떨칠 수 없어 한다.

"사실 판례를 떠나서, 2달 안에만 처리해줬으면 민사소송을 내건 업체랑 교섭을 하건 뭐라도 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11월 초에 기각을 하고는 12월 말에 나갈 업체랑 교섭을 해서 해결하라는 거예요. 말이 되나요? 저희가 볼 땐 2010년 사례 보고 비정규직들 투쟁 기미를 차단하려는 거 아닌가 싶은 거죠. 그 후로 노동청 반응이 굉장히 비협조적이 됐거든요. 근로감독관도 바뀌고."

이 구조를 정부의 공기업 정책이 악화시키고 있다.  2010년 국정감사 보고서에서 보안업무의 민간아웃소싱 감축방안을 검토하라는 요구에 인천공항 측은 "기획재정부 정책 기조가 공기업 자회사 설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직영, 자회사 운영을 통한 보안요원 고용이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핵심적인 문제는 공공기업 선진화 정책이다. 박용석 공공노조 전문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평가지표 대부분이 기업경영 원리(수익 또는 성과 확대, 비용 절감, 인력 최소화 및 유연화) 등을 근거로 하거나, 정부정책의 실천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기관장지표에서 노사관계, 단체협약 등의 '합리화' 지표는 노조활동을 부정하고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거나 단체협약을 개악하는 등 전근대적인 노사관계를 강요하게끔 되어 있다. 이로 인해 기관의 운영이 왜곡되거나 노사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위탁이 공항을 갉아먹는다

인천공항공사 외주관리팀 관계자는 "민간위탁이 그리 많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로 인한 문제 발생 소지도 별로 없다 판단한다"고 답했다. 반면 매년 국정감사 자리에서는 '인천공항의 민간위탁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사실 공항과 공항 이용자의 입장에서도 과도한 민간위탁은 불안 요소다. 핵심, 비핵심 업무가 구분 없이 외주에 맡겨지면서 공항의 안전성과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보안이 중요한 정보업무까지 민간이 맡고 있는 형국이다. 폭발물 처리반의 경우 업무 특성상 공항의 직접 지휘명령을 받아야 하며 높은 전문성과 책임성이 필요하다. 개항 이후 출동 건수만 1만2천 회가 넘었다. 그럼에도 외주업무다. 국회까지 이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감사원도 "폭발물 처리반에 대해서는 아웃소싱을 통한 운용비용 절감 효과도 없고 오히려 신분 불안정으로 우수인력 확보나 군,경 등 대외기관과의 합동 훈련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해 직접고용을 권고했다.

특수경비대의 경우엔 노후한 장비 문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공사와 업체가 서로 장비 교체비용을 떠넘겨 10년째 같은 가스총과 사용기한을 넘긴 방독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의 관리, 운영 능력 또한 도마에 올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악화되면서 쟁의행위가 계속해 발생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업체의 임금체불 문제, 담함 입찰 의혹 등이 불거진 상태다. 일부 언론은 이번 세관분회의 농성으로 인해 세관업무에 차질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공사 외주관리팀 측은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노조는 외주고용이 더는 효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업체 관리자는 한 달에 한 번 식권 나눠주는 것만 하고, 나머지는 다 공항공사 관리자가 결정해요. 임금, 인원, 업무, 우리가 입는 옷까지. 고작 700여 명이 그걸 다 하는 거도 비효율적이고, 그러면서 업체에 관리비를 챙겨 주는 거도 비효율적인 거 아닌가요?"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할 공항이 다 쪼개져 있으니 통합적인 관리, 통제가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단 파견 혐의를 피하려 직접 업무지시를 꺼리니 어떤 결정이나 대응이 느려질 수 있죠. 또 자체 인력 개발, 숙련 시스템이 취약해집니다. 결국은 노동자들이 경험을 통해 쌓은 숙련도에 의존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때 그걸 통일,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 공항에 없는 거예요.

더구나 현재 구조를 하청 쥐어짜기 방식으로 유지하고 있으니 그로 인한 폐해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나타날 수 있죠. 대단히 불안한 구조입니다."

사회적으로도 부정적 파급효과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원청으로부터 단가 인하 압력을 받은 하청이 또 다른 하청을 통해 비용절감을 시도하는 사례는 자동차 업계에서 나타난 바 있다.

"사실 경영평가제 시행 상황에서 공기업 전반에 대해 압력이 되죠. 실질적으로도 공기업으로 운영된다지만 상업적 경향이 그 정도로 횡행하게 되면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거보다 더 심한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확산 전파될 가능성이 높죠. 귀감이 되어야 할 공기업이 노동력 구조 측면에서 보면 부정적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죠. 공항공사 이만큼 했는데 어쩔 거냐는 식으로."

실제 김포공항공사의 경우 지난해 소방업무를 외주화했다. 인천공항을 롤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라 2011년까지 아웃소싱,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으로 단계적 인원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공기업의 이러한 경영은 민간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인천공항 세관 비정규직 노동자가 공항 비정규직 문제를 실은 노조 소식지를 펼쳐 보였다.
 인천공항 세관 비정규직 노동자가 공항 비정규직 문제를 실은 노조 소식지를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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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아가는 문제, 대책 필요해

인천공항 측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인천공항은 "최근 비정규 노사관계가 문제가 있으나 인천공항은 다른 데보다 덜하다"며 "세관 문제는 우리와 상관없지만 세관 비정규직의 이번 행동은 쟁의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계약관계에 있어야 '쟁의행위'가 성립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또한, "세관 업무는 하루에 30개 정도만 전자태그를 붙이는 단순업무였고 충분히 대체인력을 투입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 '공항공사는 노사관계 당사자가 아님'을 강조하며 "어쨌든 6년 전부터 비정규직 처우개선 프로그램을 시행해왔다. 앞으로도 가능한 범위와 비용 안에서 진행할 것이나, 나머지는 당사자인 용역업체와 근로자의 몫"이라고 답했다.

앞서 나아간 건 노동자였다. 열흘이 넘는 농성 끝에 1월 18일, 세관분회가 전원 고용승계를 합의했다. 첫 대량해고 사태에 맞서 노조가 승리했다는 점, 또 합의과정에 이례적으로 원청에 해당하는 세관 측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였다. 이후 노조활동에도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향후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연구 등을 진행하며 공사 내 비정규직 실태조사와 정책제안을 할 계획이다.

"문제 터질 때만 반짝하지 말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이 직장의 속사정을 알릴 거예요. 우리가 하는 업무들은 상시업무고, 앞으로도 안 없어질 업무예요. 이대로 가면 비정규직 문제, 언젠가는 터질 겁니다. 정말 이 문제 때문에 공항이 멈출 지도 몰라요."(조성덕)

김성희 교수 인터뷰 축약본
- 고용노동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실효성이 있을까.
"없다 봅니다.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선 여전히 수익이 나는 기관이 점수를 잘 받죠. 특히 인건비가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이에요.더구나 매년 전년대비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단 말이죠. 그럼 간접고용도 계속 늘려야 하고 임금 단가도 낮춰야 하죠. 그런 경영평가가 매년 진행되는데 여기에 기관 예산, 성과급, 기관장 연임 여부 등이 다 걸려 있어요. 그럼 결국 비정규직 처우 개선 대책을 제대로 낼 수 없지요."

- 이번 비정규대책 자체를 평가하자면.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은 오히려 전보다 더 제한적이에요. '상시업무를 2년 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했다가 '2년 이상 근무했고 앞으로도 2년 이상 지속근무 할 것으로 사료되는 사람'으로 바꿨죠. 또 업무능력평가를 통해 선별한다고 했죠. 그럼 그냥 전환이 아닌 거죠. 이게 공기업 경영평가제랑 맞물리면 간접고용을 더 부추겨요. 공기업으로선 아웃소싱을 해버리면 그 비용을 인건비에서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럼 경영평가를 잘 받게 되는 거죠.

이게 간접고용노동자를 포괄하지 않고 있는 비정규 대책의 허점입니다. 각 부처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에서 사실 기본적 예산을 책정해 정책을 시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래야 할 곳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늘리는 제도를 강력히 시행하고 있는 거죠. 이런 문제를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경영평가를 한다면 비정규 대책 위한 예산을 쓰지 않으면 오히려 점수가 깎이는 식이 돼야 하는 거죠. 정규직 약간 전환했다는 실적을 요만큼 반영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결국 무기계약직 정도의 미미한 해법만 가진 비정규직 대책과 수익성 중심의 공공부문 관리정책이 합작해 현재 공공부문에서 간접고용이 확대되는 상황을 낳은 거죠. 이 문제 해결 않고서는 기간제 문제에 대한 어떤 사회제안도 정책도 효과가 날 수가 없어요. 사회 양극화 역시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죠.

- 공공부문 고용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단초를 현행 공공기관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
"사실 모든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가능해요. 저는 가장 가능성 있고 주목해야 할 게 서울시라 봅니다. 공항도 사실 직접 관리감독하면 훨씬 의사소통이 빨라지죠. 공항의 효율적 운영, 예산 절감 문제, 비정규직 문제에도 바람직하죠.

사실 민간위탁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엔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어요. 인건비 절감이 다수 사람들의 차별과 착취에 바탕하고 있다면 그 선택을 해선 안 되거니와, 그 선택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훨씬 운영 효과도 높아지고 노동조건도 상향할 수 있다면, 예산이 좀 늘어나도 그 시너지로 보완이 가능하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노동세상 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공항, #비정규직, #공공기관선진화, #공공기관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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