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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기사 "삼촌, 대통령이 죽으면 딸이 물려받아?"를 통해 박근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야기를 전했다. 초등학생 6학년이 되는 조카와 SBS <힐링캠프> 박근혜 편을 인터넷으로 함께 보면서였다. 그때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출연한 것도 봐야지 했는데, 드디어 오늘(5일) 조카를 불러놓고 인터넷을 열었다.

"삼촌, 노무현 대통령은 왜 자살했어?"
"응? 그게…."

호기심 많은 조카가 당연히 물을 것이라고 예상한 1순위 질문. 하지만 지난번 "박정희 대통령은 왜 죽었어?"라는 물음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부하에게 총을 맞고 돌아가셨고,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인 탄압을 받고 자살하셨어'라고 단순하게 말해줄 걸 그랬나. 우리나라 대통령 이야기를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들려주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 줄이야.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 <다음> 검색 화면.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 <다음> 검색 화면.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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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저씨가 왜 '노무현의 그림자'야?"
"노무현 대통령과 오랫동안 함께 했거든. 그림자는 항상 붙어 다니잖아. 지금도 노무현재단 대장이야."
"근데, 저 아저씨도 대통령되려고 방송에 나온 거야?"
"글쎄, 모르겠는데…. 국민들이 원하면 대통령이 될 수도 있겠지."
"어, 저 아저씨랑 그때 그 대통령 딸(박근혜 위원장)이랑 나이가 같네."
"어? 진짜 그러네."

29살 차이 나는 박정희와 노무현... 30년 시차 두고 각각 서거

방송에서는 문재인 이사장이 박근혜 위원장과 같은 용띠로 동갑이라고 밝혔다.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는 박근혜(1952년 2월 2일생) 위원장이 문재인(1953년 1월 24일생) 이사장보다 1살이 많다.

아무튼 동시대를 살아왔음에도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와, 문재인은 동지 노무현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1917년생 11월 14일생)은 그의 나이 62세 때인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의 총을 맞고 서거했다. 노무현 대통령(1946년 8월 6일생)은 63세 때인 2009년 5월 23일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공교롭게도 29살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은 한 세대, 30년의 시차를 두고 각각 서거했다.

30년이면 강산이 무려 3번이나 바뀔 시간. 그럼에도,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은 박근혜와 문재인을 통해 올해 말 대통령 선거에서 부딪힐 수도 있는 형국이다. 이는 SBS <힐링캠프> 박근혜 편과 문재인 편을 보는 내내 조카의 질문에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했던 이유이다. 초등학생 조카에게 1979년 총을 맞은 박정희 대통령과 2009년 자살한 노무현 대통령을 동시에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기록관(http://pa.go.kr) 홈페이지에 규정된 헌법 제66조. 기록관에는 역대 대통령에 대한 많은 정보가 게재되어 있다.
 대통령기록관(http://pa.go.kr) 홈페이지에 규정된 헌법 제66조. 기록관에는 역대 대통령에 대한 많은 정보가 게재되어 있다.
ⓒ 대통령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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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은 사람이 어떻게 판사가 될 수 있어?"

(문재인 이사장이 감옥에서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들었다는 내용을 보고)
"어, 저 아저씨는 감옥에서 판사(사법고시에 합격한 것을 조카는 그냥 판사라고 말했다)된 거야?"
"그러게. 삼촌도 몰랐는데."
"삼촌! 근데, 죄를 지은 사람이 어떻게 판사가 될 수 있어?"
"어? 죄? 그게 말이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다. '그땐 민주화 운동하다 감옥에 가는 게 죄가 아니었어'라고 말해줘야 하나. 감옥에 있으니 분명 죄는 죄인데, '나쁜 짓 하면 대통령 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으니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할 수 없이 방송을 멈추고 '대통령 기록관' 사이트로 들어갔다.

"자~ 봐! 여기 있는 분들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이야. 제일 먼저 대통령이 된 이승만 대통령부터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까지 모두 10명이 계시지? 요길 보면 한 분 한 분, 대통령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오거든. 대통령 10명에 대해서 공부해 놔. 다음 주 일요일까지 숙제다. 삼촌이 물어볼 거야."
"에이, 싫어. 대통령은 알아서 뭐 하게. 시험에 나오지도 않는데…."
"어허, 그래도 우리나라 대통령쯤은 알아둬야지. 그래야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어. 너도 크면 삼촌처럼 투표할 수 있다고."
"에이, 시험에 안 나온다니까 그러네."

그 놈의 시험도 시험이지만, 정작 역대 대통령을 보여줘도 딱히 할 말이 없는 게 문제였다. 1948년부터 2012년까지 60년이 조금 넘는 역사 동안 10명의 대통령에 불과함에도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춰 한 명 한 명 훌륭한 점을 꼽기가 힘들었다. 선거 참여도 먼 훗날 이야기이니 설득력이 없었고.

그러고 보면 내가 대통령 선거에 참여했던 건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두 4번이다. 개인적인 투표 결과는 2승 2패. 괜찮은 성적인가? 투표 결과로 내 삶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사회가 요동을 치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을 부정하고 당선된 이명박 정부의 4년을 보면 더욱 그렇다.

조카에게 대통령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알려줘야겠다

최근 5명 대통령의 대선 홍보 포스터. 1-1-2-2-2 다음 대통령은 기호 몇 번일까?
 최근 5명 대통령의 대선 홍보 포스터. 1-1-2-2-2 다음 대통령은 기호 몇 번일까?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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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는 앞으로 10년 후, 2명의 대통령이 더 나온 뒤 대통령 선거권을 처음으로 행사할 수 있다. 비록 대통령을 뽑을 권한은 아직 없지만, 사회의 구성원인 조카에게 대통령의 능력과 역할, 책임을 분명히 알려줘야겠다. 적어도, 30여 년 전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울음을 터뜨리던, 아무 것도 모르던 나의 초등학생 시절과는 달라야 할 테니까.

"근데, 삼촌! 진보는 뭐고, 보수는 뭐야?"
"……."
"근데, 삼촌! 왜 대통령은 40살이 넘어야 할 수 있는 거야?"
"……."

나는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을 놓고 초등학생과 힘겨운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의 딸 박근혜',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힐링캠프>라고? 치료는 커녕 병나게 생겼다. 아, 어렵다! 명쾌하게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 어디 없을까?


태그:#문재인, #노무현, #박근혜, #박정희,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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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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