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11년 11월 17일 제4차 지역아동센터 전국 대회에 다녀왔다.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 2천5백여 명이 오전부터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모였다.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선생님들이 아침 일찍부터 국회에 모인 까닭은 2012년 지역아동센터 운영비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아니 올해 소폭이나마 증액된 예산만이라도 관철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전국 지역아동센터 연합회를 비롯한 전국의 지역아동센터의 선생님들은 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월 600만 원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밝혀 왔다. 하지만 매년 최소한으로 증액되었던 예산마저 '예산결산위원회위'를 거칠 때마다 삭감되었다.

제4차 지역아동센터 전국대회에 참석한 여.야 국회의원들
▲ 제4차 지역아동센터 전국대회 국회의원회관 제4차 지역아동센터 전국대회에 참석한 여.야 국회의원들
ⓒ 전국 지역아동센터 연합회

관련사진보기


올해도 마찬가지다. 보건 복지부가 국회에 올린 2012년 지역아동센터 예산은 시설별 월 460만 원이다. 전국대회에 참석한 20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단상의 마이크를 붙잡고 올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다. 혹시나 하면서도 이번엔 믿었다. 하지만 약속했던 예산은 또다시 물거품이 되었고 월 운영비는 결국 410만 원에 합의되었다.

더구나 이 예산은 지역별로 '특수목적형'과 '거점형' 지역아동센터 예산이 포함된 금액이다. 두 예산을 제외하면 실제 개별 지원액은 '30인 이하 시설'의 경우 375만 원이 된다. 그마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와 공과금등을 생각하면 실질 인상분은 거의 무의미하다.

그나마 기존 시설들은 신규 시설에 비하면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다. 신규시설은 시설 설립 후 일 년이 지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진입평가'를 받기 전까지 운영비를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소한의 진입장벽을 두고서 혹시라도 모를 시설의 난립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운영비 한 푼 없이 일 년 이상을 버티라고 하는 것은 신규기관에겐 너무 가혹하다.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이 전국대회를 마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운영비 현실화를 위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제4차 지역아동센터 전국대회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이 전국대회를 마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운영비 현실화를 위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전국 지역아동센터 연합회

관련사진보기


형평성 어긋나는 지역아동센터 토요일 수업

올해부터 시행되는 놀토 수업 전면 시행에 관한 것도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작년까지 격주 놀토 수업이던 것을 올해부터는 전면 놀토 수업으로 전환했다. 교과부와 보건복지부는 뚜렷한 대책도 없이 토요일 수업을 지역아동센터에 떠넘기는 양상이다. 현재 각 지자체별로 지역아동센터에 토요일 수업 진행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시행하는 시설에겐 기존 운영비 외에 월 15만 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를 두고 지역아동센터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한 달이면 4주다. 월 15만 원은 매주 교사 두 명의 인건비만 생각한다해도 나올 수 없는 금액이다. 교사 인건비는 고사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 8판 사 주고 나면 끝이다. 도대체 이 예산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묻고 싶다.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모두 알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더라도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곳을 가지 않는 이상 아이들의 주말 수업 참여율이 어떠한 지를 말이다.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주말엔 집에서 쉬고 싶어 한다. 게다가 놀토 수업 전면시행은 일선 학교 선생님들과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학교 선생님들 또한 토요일 수업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토요일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학교에서 진행 하는 프로그램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본다면 학교 선생님들 주 5일 근무를 위해서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이 주 6일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너무나 불합리하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보살피는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지금껏 아동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역아동센터에서 가장 솔선수범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는 지역아동센터로 법제화되기 이전부터 방과후 공부방이 존재 했던 사실만으로도 설명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미 각 지역아동센터는 필요에 따라서 월1, 2회 놀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드물게는 매주 토요일마다 수업을 하고 있는 시설도 있다. 이는 자발적으로 했던 것이지 누가 하라고 해서 한 것이 아니다. 자발적인 것과 강제성은 수업을 고민하는 선생님의 진정성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맞는 말이다. 큰 힘'권한'에는 반드시 큰 책임'의무'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만 그 말이 꼭 맞지 않는 상황도 종종 있다. 바로 지금이 그렇다. 사회적 인식과 종사자 처우만 놓고 보자면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은 여전히 힘이 약하다.

올해 운영비는 답보상태인 채 근무조건만 더 열악해졌다. 작은 힘에 책임만 더 커진 셈이다. '대한민국의 사회복지사에게 사회복지는 없다'라는 말이 다시 한 번 떠오른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필요한 정책이라면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필요한 정책이라도 현실적인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그것이 누구의 일방적인 희생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왜냐면 그것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태그:#지역아동센터, #운영비, #공부방, #놀토수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진보적 문학단체 리얼리스트100회원이며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소설) 수상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