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정치를 꿈꾸는 10대, 그들을 위한 기회의 문이 열리다

10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꿈이 많을 때다. 자신에 대해 무궁무진한 발전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에, 그 무엇도 꿈꿀 수 있고 그 어느 것도 할 수 있는 때다. 그렇기에 항상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은 10대를 잘 보내면서 미래를 설계할 것을 청춘들에게 주문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청소년들을 보면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가정 내에서를 포함하여 사회 곳곳에서 어릴적 부터 돈 많이 버는 직업, 명예나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직업 등을 꿈으로 삼을 것을 강요하다 보니 어린 아이들의 꿈나무는 일찍 부터 꺾이고 좁은 틀 안에서만 길러진다.

'2012 차세대 여의도 포럼'은 이런 좋지 못한 상황 속에서 청소년들에게 너무나 값진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큰 뜻을 두고 있지 않은, 그저 다른 분야에서 성공하고 나서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 도전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는 직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1월 16일부터 3박 4일 동안 이어진 포럼에서 정치에 일찍이 뜻을 둔 많은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꿈을 보다 구체화 시키며 이와 관련된 많은 것들을 배워 갈 수 있었다. 동시에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만남으로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각자의 용기를 복둗어 주는 알찬 일정을 소화했다.

정치에 대한 꿈을 키워가는 청소년들에게 '2012 차세대 여의도 포럼' 은 너무나 값진 기회였다
 정치에 대한 꿈을 키워가는 청소년들에게 '2012 차세대 여의도 포럼' 은 너무나 값진 기회였다
ⓒ 조우인

관련사진보기


한귀영 박사, 한국 정치를 말하다


많은 참가자들의 기대 속에 1월 16일 막이 오른 차세대 여의도 포럼. 그 자리에서 다양한 이들을 만난 뒤 이어진 첫번째 순서는 두 분의 강연자 분들을 만나 정치에 대해 간략하게 배울 수 있는 강의였다. 강연자로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이정희 교수님과 한겨례 사회여론조사 수석 연구원이신 한귀영 박사. 두 분이 귀한 시간을 쪼개 나와 주셨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한귀영 박사는 KSOI 수석전문위원, 정책학 박사, 그리고 한겨례 사회정책 연구위원 출신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 비판의 칼을 드리우는 데에 거침 없었다. 그는 한국사회의 병폐들로서 경쟁중심사회, 승자독식사회, 패자불신이 없는 사회, 학벌위주의 사회, 그리고 이에 따른 교육의 양극화 및 등록금 문제들을 제시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문제들이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가지므로서 사회적 박탈감을 심화시키고 패자부활의 기회를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므로써 사회적 인재 손실 등을 유발한다는 사실, 그리고 동시에 교육 본연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하는 등의 결과를 낳음으로서 한국 사회를 지속적으로 병들게 한다는 사실 등을 역설했다.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한귀영 박사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한귀영 박사
ⓒ 조우인

관련사진보기


'88만원 세대.' 한귀영 박사는 이것을 오늘날 한국사회 20대를 나타내는 키워드이자 모든 문제들의 연결점으로 제시했다. 높은 대학 진학률, 등록금, 졸업해도 계속되는 취업문제, 대학 간 양극화, 저출산 문제, 그리고 부동산 문제까지 연결돼 있는 교차점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밖에도 고령화 사회, 낮은 출산율 등도 이와 무관치 않음을 언급했다.

한 박사는 이러한 문제의 반대 급부로써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현상이 나왔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도덕적, 사회적 문제들 등이 이러한 문제에 기반하고 있고, 그렇기에 안철수 현상이 더욱 조명 받고 있는 것임을 강조했다.

한 박사는 마지막으로 현재의 한국 사회가 당면한 여러 과제들을 제시했다. FTA 문제, 디도스 특검, 집권여당의 비대위 체제로 대변되는 쇄신과 같은 정치권 변화 동향 등이 바로 그것. 한 박사는 오늘 한국 정치 및 사회의 문제들을 제시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 다음으로는 현재의 정치상황, 즉 안철수 현상과 이를 통해 보는 2012 대선의 풍향 등을 논의하는 것 역시 빠지지 않았다. 이는 많은 학생들과의 토론과 의견 교환을 통해 이뤄졌는데, 학생들은 모두 각각 안철수, 박근혜 두 사람에 대한 의견이 판이하게 달랐다. 또한 2012년 대선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다양했다. 한귀영 박사는 이러한 다양함이 건전하게 유지될 때 한국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며 본인이 생각하는 정치인의 자질 - 국민에 대한 존경, 정치에 대한 소명의식 등 - 을 다시 한번 간략하게 언급했다. 강연을 마치며 그는 이 자리에 온 학생 모두가 미래 한국정치를 발전시키고 이끌어 나갈 훌륭한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하는 덕담 역시 잊지 않았다.

이정희 교수, 정치인의 자질을 논하다

강연중인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 교수
 강연중인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 교수
ⓒ 조우인

관련사진보기


한귀영 박사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정희 교수는 정치인들이 가져야 할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자질들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학생들이 정치학 교수의 강의인데 너무 쉬운, 당위적인 내용이 아닌가 하는 허탈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강의가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자 그러한 생각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이 교수의 강의는 그만큼 많은 청소년들이 생각하지 못한, 그러면서도 당연하고 필수적인, 그러한 정치인의 모습을 특유의 말투로 흥미롭게 풀어나갔던 것이다.

이정희 교수는 먼저 '봉사하는 정신'에 대해 언급했다. 정치인으로서 모두를 위하지 않고 개인의 사사로운 이득을 취하기 위해 한다면 그런 사람은 정치를 하면 안됨을 역설한 것이다. 그는 이것을 '멸사봉공의 정신'이라 했다. 그는 이 '당위적' 이야기를 하면서 플라톤의 철학을 화두로 제시했는데, 이것이 많은 청소년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가 말한 것은 플라톤의 '철인 정치론'으로 체육, 음악, 지식, 그리고 이들 사이의 조화가 정치인에게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철학' 이야말로 국가의 경영자가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을 통틀어 '물이 높아야 배가 높은 법'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이어서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을 파악하는 것이 정치인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가 논제로 제시됐다. 이 박사는 평소에 다양한 경로 - 영자신문, 뉴미디어, TV등의 기존 미디어 -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정세를 살피고 이를 정치에 고려한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동시에, 단순하게 국제사회의 상황을 알고 파악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접함으로서 사고와 지식의 폭을 넓히고, 자신만의 생각을 구축한 뒤 이에 상반되는 의견들을 접하고 분석하면서 이를 더욱 확장시키고 가듬을 것을 주문했다. 단순히 국내 정치를 넘어 국제 무대의 중요성까지 정치인의 필수적인 자질로서 언급하는 것에 많은 학생들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강의를 들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오바마의 '필라델피아 연설문'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그는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궁극적으로 가져야 할 목표와 이를 위한 정신을 되새겨 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미래에 한국 정치를 진일보하게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강연을 듣고 나서 강연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는 참가 학생
 강연을 듣고 나서 강연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는 참가 학생
ⓒ 조우인

관련사진보기


플라톤부터 강기갑까지... 다양한 이야기들 오가

오후 3시쯤 시작된 포럼이다 보니 두 강연자들의 강연이 끝나고 식사 시간이 지나자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포럼 주최 측은 첫날 강연 이후의 일정으로 참가 청소년들이 모여 그날의 강연 및 자신들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서로 자유롭게 말하며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이 고등학생 1, 2 학년으로 이뤄진, 아직 어른들이 보기에는 어린 아이에 불과한 이들이였지만 그들이 말하는 말의 깊이 만큼은 되려 어른들을 낮아 보이게 할 정도였다. 가벼운 자기 소개 이후 참가자들은 강연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밝혔다.

신일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신일규 학생은 강연 중 이정희 교수가 언급한 플라톤의 '철인 통치론' 에 대한 문제 의식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플라톤이 주장한 철인 통치론은 분명 일리가 있다. 하지만 국민이 아닌, 그렇다고 국민이 선택한 것도 아닌 소수의 엘리트들이 다스리는 나라라면, 그 결과가 좋든 안 좋든 과연 '이상적인 국가' 라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국가>의 내용을 보면 그 '엘리트' 들을 기르는 과정이 너무나 체제적, 즉 제한적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국가지도자가 길러 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러한 은근히 억압적인 구조가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뒤이어 거창 대성고의 김종은 학생, 화홍고의 황보람 학생 등 여러 학생들이 신일규 학생의 말에 동의하며 "오늘날의 민주 사회에 플라톤이 '요구' 한 자질들은 맞지 않는다. 그 시대에 요구된 지도자의 자질과 오늘날의 그것은 상당히 다르다" "'소통' 이야 말로 오늘날 지도자가 가져야 할 필수적인 것인데 플라톤의 철학사상에서는 그것에 대한 요구는 찾아 볼 수 없다" 등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철학, 음악, 체육 교육 등을 요구하는 플라톤의 <자질론>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없는 데에 뜻을 모았다.

강연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논의한 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에 연관지어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화기애애 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포럼 참가자들
 화기애애 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포럼 참가자들
ⓒ 조우인

관련사진보기


청소년들을 위한 정치 참여 공간 필요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고 취침 시간인 오후 11시가 다가올 무렵, 모든 학생들은 그 날 일정을 정리하며 하나의 의견에 집중해 마지막 이야기를 나눴다. 바로 '청소년을 위한 정치 관련 공간의 부족'에 대한 문제였다.

처음 관련 주제를 꺼낸 것은 과천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 차경혜 학생이었다. 그는 "사실 오늘 이곳에 와서 너무 놀랐고 기뻤다"며 "이제까지 정치에 관심이 많음에도 주변에 이야기할 사람들도, 그렇다고 참가해 볼 만한 프로그램이나 관련 동아리 및 단체 등 까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청소년이 정치에 대해 관심 가지는 것이 무슨 잘못처럼 여겨지기 까지 했다"며 "그런데 이곳에 와서 여러 강연자 분들, 카운셀러 분들, 그리고 팀원들 까지 만나 좋아하는 것에 대해 토론하고 배우고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이어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학생들은 '정치'에 대해 배우고 알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 적음을 아쉬워했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못 가지도록 막고 있다. 일찍 부터 꿈에, 원하는 분야에 접할 기회가 많을 수록 학업 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생기고 좋은 촉진제들을 얻게 되는 셈인데, 그 당연한 걸 모르는 것 같다."(서울 상일여고 이지영 학생)

"어릴 적 부터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고, 그러니 자라서도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을 가능성은 당연히 적을 수 밖에 없다. 87년 체제 이래 최근 까지 정치에 대해서 냉소주의만 만연할 뿐, 진정한 참여 의지가 있었던 적이 거의 없음을 생각해 볼 때, 사실 오늘날 한국 정치가 많은 병폐를 가지게 된 것은 청소년들이 정치에 대해 알고 배울 기회를 주지 않은 어른들의 잘못, 사회의 잘못이 크다." (학성여고 김혜진 학생)

강연에 집중하는 포럼 참가 학생들
 강연에 집중하는 포럼 참가 학생들
ⓒ 조우인

관련사진보기


그렇기에 그들은 '2012 차세대 여의도 포럼'이 그들에게 너무나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좋아했다. 반면 아직까지 정치관련 행사, 포럼 등과 청소년 사이의 연관을 좋아하지 않는 많은 학교, 어른들 때문에 여의도 포럼이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

실제 포럼은 약 200여 명의 참가자들을 모집했지만 이를 보고 참가한 학생들은 절반에 미치치 못했다. 포럼 자체도 외교 포럼, 영어 캠프 등 다른 행사들에 비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해 청소년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야기가 대강 마무리 되고 나서 첫날 일정은 그것으로 종료됐다. 3박 4일간의 일정이기에 첫 날은 일정이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참가 학생들은 행사 2일째 일정인 토론, 국회의원실 방문 등의 일정을 이야기하며 각자의 숙소로 향했다. 또 다른 새로운 체험을 기대하며.


태그:#차세대 여의도포럼, #정치, #꿈, #미래, #청소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